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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 스타 작가→59세 늦깎이 감독으로…"인생 재밌다" [인터뷰 종합]

기사입력 2022.03.17 15:3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유명 소설가로 활동해 온 천명관 감독이 '뜨거운 피'를 통해 신인 감독으로 데뷔했다. 

천명관 감독은 17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뜨거운 피' 인터뷰에서 영화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정우 분)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영화다.

천명관 감독은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우여곡절도 많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개봉을 앞둔 요즘은 정신이 좀 없어서, 어떤 감회를 느낄만한 여유는 없다. 그렇지만 그래도 어쨌든 결과를 보게 되니 후련하기도 하고, 설레는 마음도 있다"고 인사했다.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에 입문했던 천명관 감독은 2004년 베스트셀러가 된 '고래'로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에는 '고령화 가족'이 영화화되는 등 스타 작가 활약했고, 59세가 된 올해 '뜨거운 피'로 첫 연출에 도전하게 됐다.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 '뜨거운 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의 연출을 맡게 된 계기로는 "김언수 작가가 책 출간 전 원고를 보여주며 저에게 이전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었다. '이 이야기를 소설로 써보면 어떨까'라고 했었는데, 결국 진짜 소설로 나오게 됐고 후에 영화적으로 이 이야기를 구현할 수 있다면 이것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제가 아니겠냐고 해줬었다. 뜻밖의 제안이라 놀랐었지만, 결정적으로 이야기 안에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참 많았고 재미있었다. 제가 생각하는 건달의 이야기가 잘 녹아있었다"고 말했다.

1993년 부산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건달들의 이야기는 그간 공개된 많은 영화들에서 익숙하게 전해진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천명관 감독은 "보통 '조폭 영화'라고 하면 그야말로 검은 양복을 입고 몰려다니는, 또 검은 승용차같은 모습이 떠오르지 않나. 그런 영화들을 보면서 약간 공허하게 느꼈던 것이, '저 사람들은 도대체 뭘 먹고 살지?' 이런 것이었다. 저는 돈으로 벌어지는 이야기가 어른들의 이야기라고 생각을 하는데, 소설 속에는 그런 요소들이 있었다. 그래서 제가 연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설명을 더했다. 


배우들의 캐스팅 이야기도 전했다. 정우가 구암 실세 희수 역을, 김갑수가 구암을 손에 쥐고 있는 손영감 역을 연기했다. 또 최무성이 희수를 욕망으로 이끄는 용강 역을, 지승현은 영도파 에이스이자 희수의 30년 지기 철진 역을 맡았다. 이홍내는 희수처럼 되는 것이 꿈인 새끼 건달 아미 역으로 등장한다.

천명관 감독은 "정우 씨가 희수 역할을 정말 연기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본인도 괴롭게,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연습하고 고민하고 그랬다. 처음에 제가 생각했던 희수와 정우 씨가 생각한 희수의 인물은 조금 달랐는데, 이야기를 하면서 맞춰나갔다. 희수라는 인물의 캐릭터를 잡은 것은 정우 씨다"라고 말했다.

또 "어떤 연기를 배우와 만들어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연기라는 것은 대사, 말을 통해 드러나지만 제가 사투리 뉘앙스를 모르기 때문에 확신이 없는 것 아닌가. 그 범위 안에서, 배우들이 각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스타일들을 찾도록 도와주려고 했었다. 저희 영화에서는 김갑수 선배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상도 출신이었는데, 그래서 극 속에서 더 자연스럽게 구현될 수 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부산의 건달들이 어땠을까, 그리고 그들의 삶이 어떘을까 생각을 해 봤을 때 그 당시의 시대성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연출 과정을 전한 천명관 감독은 "첫 연출을 하면서, 가장 절대적으로 느낀 것이 '2시간'이라는 시간 안에 잘 맞춰야 하는 것이 '영화'라는 형식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게 참 힘들더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소설을 쓰면, 주로 길게 쓰는 편이다보니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고 주변인물들이나 인물들의 과거, 배경 같은 것들을 친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데 영화는 그렇게 하면 한 4시간 쯤 걸릴 것이다. 현장 편집본만 해도 3시간 반이 나왔었다. 다음에 또 연출하게 되면, 그 점을 좀 더 엄격하게 인지해두고 해야겠다 싶었다. 대중가요만 예로 들어도, 15분 짜리나 1분 짜리 곡이 나오면 안 되고 3분이나 4분 안에서 끝이 나야 합리적인 것인데, 영화 또한 그런 조건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고 전했다.

첫 연출에 도전하며 스스로 '이렇게는 하지 말자'고 메모를 해두며 마음을 다잡아나가기도 했다. 

천명관 감독은 "고사를 지낼 때 '우리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아무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신뢰와 존중이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려고 노력을 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저도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또 연출적으로는 열어놓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예를 들면 촬영감독님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그 안에 있는 좋은 것들을 꺼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뜨거운 피'를 내놓기까지의 시간을 돌아본 천명관 감독은 "제가 충무로에 들어간 것이 30년 전이었다. 그 때 이미 나이가 많아서 연출부 생활을 할수가 없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연출에 꿈을 갖게 되고, 작품이 이뤄지지 않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충무로를 떠나 소설을 쓰게 됐다. 소설가로 15년을 살다가 이렇게 감독을 하게 됐는데, 제가 신인으로 이렇게 연출에 데뷔했다는 것이 그냥 재밌다. '인생 재밌네' 이런 생각이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소설가로 15년 정도 살면서도 '내가 소설을 써?'라면서 믿기지 않았고 또 재미있었는데, 지금 어떤 인생의 아이러니를 경험하는 느낌이기도 하다. 이렇게 한 작품을 완성하고 나니 '마침내 끝났구나' 하는 홀가분함이 드는데,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되도 잘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마음을 밝혔다.

'뜨거운 피'는 23일 개봉한다.

사진 = (주)키다리스튜디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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