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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마음' 한준우 "구영춘 캐릭터, 부담감 多…후유증이요?"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22.03.17 12:50

최희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최희재 기자) 배우 한준우가 연쇄살인범 캐릭터가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동기 없는 살인이 급증하던 시절, 악의 정점에 선 연쇄살인범들의 마음을 치열하게 들여다봐야만 했던 대한민국 최초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심리 수사극이다.

한준우는 연쇄살인범 구영춘 역으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구영춘(한준우 분)은 노인과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인물로, 실제 범죄자를 모티브로 했다.

종영에 앞서 엑스포츠뉴스를 만난 한준우는 "처음 연락 받았을 때는 많이 놀랐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역할이고 또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했지 않나.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연기적으로 처음 도전하는 역할이기도 해서 고민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도 그렇고 끝나고 나서 저에게 더욱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게 된 것 같다.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을 하게 됐다. 제가 악역을 맡긴 했지만 형사님, 피해자분들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 제도나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를 주고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그는 "끝나고 나니까 그런 것만 남더라. 어떻게 봐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시청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여러가지로 의미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준우가 연기한 구영춘 역할은 '전형성'에서 벗어난 인물이었다. 너무나 평범한 얼굴로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뻔뻔하고 반성 없는 태도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이에 대해 한준우는 "저도 그걸 제일 바랐었던 것 같다. 저도 모르게 중간중간 감독님께 '남기태(김중희)와 차별화가 되냐'고 물어봤었다. 감독님이 되게 웃으셨다. 경쟁이라기 보다는 두 캐릭터가 정말 다르지 않나. 또 김중희 선배님이 워낙 잘하실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대본이나 연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연기적으로 연기적으로 더 힘을 줘서 표현을 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전형성을 좀 벗어나서 선택을 하고 연기를 하면 이게 대본이나 연출적으로 보여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범죄자를 모티브로 하는 연쇄살인마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심리적인 압박감은 없었을까. 한준우는 "염려해주신 만큼 정신적으로 괴롭고 그런 건 없었다. 다만 현장에서 찍을 때 '오늘은 진짜 힘들었다' 하는 게 몇 개 있긴 했다. 아무래도 살인을 하는 장면이 그렇고 특히 개를 묶어놓고 실험하는 장면이 너무 힘들었다. 제가 강아지들을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지인 반려견들의 삼촌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강아지가 와서 촬영을 하게 됐는데 사실 진행이 잘 안 됐었다. 사람과 연기를 할 때는 최소한 이게 연기라는 걸 알지 않나. 강아지도 감정이 있는데... 눈빛이나 표정에서 겁을 먹었다는 게 보이더라. 제가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도망을 갔다. 도저히 못하겠더라. 그래서 예정대로 진행을 못 하고 다 따로따로 따서 촬영을 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한준우는 "배우들과는 촬영을 하면서 호흡을 나누지 않나. 그때만큼은 강아지를 보내고 혼자 연기하는 게 훨씬 편안할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그때는 제가 정말 집중력을 좀 잃을 정도여서 촬영 감독님께서도 많이 도와주셨다. 그때는 좀 후유증이 남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무래도 세트장의 분위기나 상황에 몰입을 하다 보면, 액팅이고 연기지만 그 기운이라는 게 사실 어마어마하다. 제가 본 다큐멘터리도 그렇고, 권일용 교수님 말씀을 들어보면 사건 현장의 기운이 보통 다른 현장과는 굉장히 다르고 음산하다고 하더라. 그걸 저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 연출된 상황이고 연기인데도 불구하고 제가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실제로는 정말 상상하기도 싫다는 생각이 들면서 소름이 돋았다. 그런 신들을 촬영할 땐 좀 힘들었다. 어쨌든 그런 방법을 제가 찾았어야 했고 많이 고민했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한준우의 구영춘은 시청자들의 걱정을 자아낼 정도였다. '연기 좀 살살했으면' 같은 반응이 가득했다.

한준우는 "그런 이야기들이 댓글에도 많더라. 저는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그 정도까지 몰입하셨구나 싶었다. 저는 처음 맡았을 때부터 얼마나 힘든 감정선이고 어려운지, 다크하고 딥한 캐릭터인지를 알았기 때문에 배우의 삶, 저라는 사람의 삶에 영향을 안 받고 해보자고 생각했다. 영향을 아예 안 받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정신적으로 바닥을 치고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내 삶이 무너지게 하면서까지 빠져들지는 말자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히 건강하고 좋은 방법이 있을 거라고 스스로 결단을 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들어가서 그런지 작품이 끝나고 나서도 후유증이 심하거나 길지는 않았다. 솔직히 저는 촬영 끝나는 순간에 '끝났다!' 하고 훌훌 털어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드라마와는 180도 다른 얼굴로 답을 이어갔다.

또 한준우는 "물론 계속 리서치를 하고 고민하고 사건을 접하니까 물드는 느낌은 있었지만 권일용 교수님이나 형사님들, 그때를 사셨던 분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제가 체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악역을 연기한다는 이유로 주변인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준우는 "드라마에서도 인물들의 삶과 관계가 나오지 않나. 그만큼 저의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가족들과 주변인들을 향한 감정도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역할에 몰입하다 보면 좀 차갑게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대화에서도 좀 더 신경을 썼다. 그렇게 해야 제가 앞으로 연기를 하거나 어떤 역할을 맡아도 더 건강하게 제 삶을 살면서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주위에서도 이게 임팩트 있는 역할이고 중요하다 보니 잘해야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제가 거기에 얽매이면 여유가 없어질 것 같았다. '뭔가 보여줘야 돼. 무조건 잘해야 돼' 하면서 여유가 없었다면 오히려 더 힘이 들어가고 좋은 연기를 못할 걸 알았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다"며 "이 역할을 하는 것도 도전이었지만 한준우의 삶과 연기라는 일의 밸런스를 맞춰보는 것도 저한테는 구영춘 역할을 준비하는 만큼이나 도전이었다"고 덧붙였다.

([엑's 인터뷰②]에 계속)

사진=김한준 기자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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