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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결산①] 노메달 괜찮아, 그보다 아름다운 '도전의 가치'

기사입력 2022.02.21 11:40 / 기사수정 2022.02.21 11:40

박윤서 기자

(엑스포츠뉴스 박윤서 기자) 메달만이 올림픽의 모든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메달을 손에 쥐지 못한 태극전사들의 도전은 위대했고,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2018 평창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비난을 받은 선수가 있었다.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였던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이다. 세 선수가 함께 호흡하는 팀 추월 경기에서 김보름이 마지막 주자 노선영을 챙기지 않은 채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왕따 주행 논란이 일어났다. 이후 김보름은 기자회견을 열어 적극적으로 해명했고, 노선영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으며 누명을 벗었다.

김보름은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베이징 무대에 섰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 출전해 5위를 기록했다. 비록 2개 대회 연속 메달 수확에 실패했지만, 지난 역경을 딛고 펼친 투혼의 레이스에 박수를 받았다. 경기 후 김보름은 개인 SNS에 "응원을 받는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라는 걸 느낀 지금이 올림픽 메달을 땄을 때 보다 더 행복하다"라고 기뻐했다.

이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과 함께 많은 이목을 끌었던 종목은 피겨 스케이팅이었다. '피겨 여왕' 김연아 은퇴 후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을 잃은 듯 했던 한국 피겨는 베이징 빙판 위에서 경쟁력을 발휘했다.

남자 피겨 간판 차준환은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과 쇼트 프로그램 합계 총점 282.38점을 받으며 전체 5위에 올랐다. 이는 한국 남자 피겨 스케이팅 역대 최고 올림픽 성적이다.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15위를 기록한 차준환은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이번 베이징 대회에서 톱5에 진입했다. 이제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여자부에서도 유영이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과 쇼트 프로그램 점수를 더해 총점 202.63점으로 전체 6위를 차지했다. 유영과 9위에 랭크한 김예림은 동반 톱10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여자 피겨가 다시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된 순간이었다.

인기 종목들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태극전사들은 묵묵히 가치 있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전설 이채원은 스키 여자 크로스컨트리 15km 스키애슬론과 10km 클래식에서 완주에 성공했다. 통산 여섯 번째 올림픽에 출전한 이채원은 불혹의 나이에도 어쩌면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는 설원에서 불굴의 투지를 선보였다.

한국 루지 국가대표 임남규는 루지 남자 1인승 경기에서 전체 34명 중 최종 33위를 기록했다. 순위는 큰 의미가 없었다. 4년 전 올림픽에서 최종 30위에 오른 임남규는 평창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베이징 대회에 출전할 선수가 없었고 결국 현역 복귀를 선택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임남규는 월드컵 대회를 준비하던 도중 정강이 뼈가 보이는 큰 부상을 입었다. 심각한 부상에도 임남규는 목발을 짚고 도전을 이어가며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올림픽 레이스를 마친 임남규의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알파인 스키 정동현은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스키 알파인 남자 회전 경기에서 전체 88명 중 21위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최고 순위 타이 기록에 이름을 새겼다. 21위 성적은 이번 올림픽 남자 회전에 출전한 아시아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이기도 하다. 베테랑의 올림픽 정신이 타이 기록을 일궈냈다.

그 밖에도 마지막 올림픽에 임한 아일린 프리쉐(루지), 세 번째 올림픽에서 개인 최고 성적을 기록한 김소희(알파인 스키), 첫 올림픽에서 톱10에 안착한 정승기(스켈레톤) 등 메달 색깔과 관계 없이 태극전사들의 레이스는 뜻깊었다. 메달이 아니어도 괜찮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그들은 메달 보다도 더 빛나고 위대한 장면들을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박윤서 기자 okayby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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