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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노트북] 윤계상 "아직도 연기가 매번, 너무 너무 어려워요"

기사입력 2021.09.05 12:10 / 기사수정 2021.09.24 22:28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연기 변신을 하고 싶어하는 것 아니냐고요? 저는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저는 진짜 매 작품이 정말 절실하거든요. 그리고 아직도 연기가 매번, 너무 너무 어려워요." (2018.12.20. '말모이' 인터뷰 중)

배우 윤계상은 1세대 아이돌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해 배우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입니다. 1999년 그룹 god로 데뷔 후 27세이던 2004년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죠. 21년이 넘는 연예계 생활 중 어느덧 가수보다 배우로 활동한 시간이 훨씬 더 많아진 그입니다.

배우로 자리잡기까지, 혹독한 편견 속에서 누구보다 꿋꿋하게 그 시간을 버텨 온 이가 바로 윤계상이기도 합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 대한 곱지 않았던 시선들을 연기에 대한 남다른 의지와 열정으로 오롯이 이겨내며 지금 현재, 스스로의 입지를 만들어왔죠.


2004년 12월 '발레교습소'로 영화계까지 발을 넓힌 후 '6년째 연애중'(2008), '비스티 보이즈'(2008), '집행자'(2009), '조금만 더 가까이'(2010), 풍산개'(2011), '레드카펫'(2014), '소수의견'(2015), '극적인 하룻밤'(2015), '죽여주는 여자'(2016), '범죄도시'(2017)까지 묵묵히, 영화 필모그래피도 차곡차곡 쌓아왔습니다.

2019년 1월 개봉한 '말모이'는 윤계상에게 또 다른 도전이 됐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말모이'에서 윤계상은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 역을 맡아 강직한 모습으로 극의 무게 중심을 잡았죠.

'말모이' 개봉을 앞둔 2018년 12월, 윤계상과 마주앉았습니다. 여러 명의 취재진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선들을 조금은 어려워하면서도, 20대 초반부터 시작한 다년간의 아이돌 활동을 통해 몸에 밴 능숙한 언변으로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들을 이야기했죠.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나왔던 한없는 유쾌함과는 또 다른 진지한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윤계상과는 2015년 '소수의견', 2017년 '범죄도시'에 이어 영화 인터뷰로는 세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당시 '소수의견'은 우여곡절 상황 속 2년 만에 개봉했고, 윤계상은 2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영화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었음에도 시종일관 유쾌하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내겐 영광으로 남을 작품"이라는 애정을 보이기도 했었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 그들이 인정하는 날이 올 테니 그 때를 생각하면서 지금 약간 불편하고 힘 빠져도 밀고 가자는 생각이다"라며 짧은 대화의 시간 속 연기에 대한 열정을 엿보게 했습니다.

이후 '범죄도시'는 대중에게 '배우 윤계상'의 이름을 확고히 각인시킨 것은 물론, 연기를 대하는 그의 마음을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악랄한 조직 보스 장첸 역으로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 현재까지도 장첸의 대사가 온라인 상에서 회자되고 TV프로그램 등에서 패러디 되는 등 인기를 이어가고 있죠. 

"(인터뷰 현장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올 줄 몰랐다"며 자신을 둘러싼 취재진, 영화 제작·배급사 관계자들을 둘러보면서 "이렇게 관심을 주시고 있는데 제가 더 잘해야죠"라고 자신에게 더해진 주연의 무게와 책임감을 되새기던 모습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말모이' 개봉을 앞두고는 조금은 더 자신의 이야기를 여유롭게 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묵묵히 걸어온 연기의 길 속, 외적으로도 그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범죄도시'의 흥행까지, 윤계상에겐 그 사이 또 그만큼의 경험치가 쌓였었겠죠. 밝은 표정과 함께 제스처까지 더하면서 촬영 당시 상황을 전하는 그에게 "인터뷰하면서는 연기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넉살 어린 말을 전하자 눈을 크게 뜨며 멋쩍게 웃었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특히 '말모이'는 '소수의견' 이후 영화에서 다시 만난 파트너 유해진 덕분에 그를 의지하며 조금 더 편안하게 현장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윤계상은 2015년 겨울 유해진이 출연했던 tvN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2'에 게스트로 등장해 "(유)해진이 형과는 깊은 얘기도 나누는 사이"라며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었죠. 연기에 집중하기에는 그야말로 '최적의 환경'이었던 '말모이'를 통해 연기를 바라보는 자신의 태도 역시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수 있었습니다.

'범죄도시' 성공 후 자신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의 폭이 넓어진 것에 기뻐하던 윤계상은 "예전에는 착한 역할 위주의 작품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살인마 역할도 들어오고, 직업군이 굉장히 다양해진 느낌이죠"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워낙 강렬했던 장첸 캐릭터였기에, '말모이'를 통해 연기 변신을 의도했던 것은 아니냐는 말에는 "저는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라고 단호하게 말했죠.

윤계상은 "처음 류정환 캐릭터를 처음 봤을 때는 '잘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어떤 순한 느낌의 사람들과 똑같이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고요. 그렇게 덤볐는데, (그 감정의 깊이가) 너무 밑이니까, 정말 너무 힘들었거든요. 저는 진짜 매 작품이 정말 절실해요. 그리고 아직도 연기가 매번, 너무 너무 어렵거든요"라고 강조했습니다.



연기하는 것에 어떤 다른 의도를 부여하면서까지 계산할 틈은 없었던, 그간 많은 작품들과 연기를 대해온 윤계상의 치열했던 시간을 짧은 대답 속에서나마 엿볼 수 있었죠. 또 당시 god 멤버들과 함께 출연했던 예능 '같이 걸을까'를 언급하며 연기, 또 인생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같이 걸을까'를 하면서, 정말 인생은 딱 끝나는 지점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즐기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영화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뭔가, 제가 100층까지 같이 걸어가는 그 과정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어렵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은, 포기가 안 되는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요? 대중의 사랑만큼이나, 저는 연기를 하는 제 자신도 정말 중요합니다."

이후에도 윤계상의 담담한 행보는 계속되는 중입니다. '말모이' 개봉 후 촬영을 마친 영화 '유체이탈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직 개봉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 7월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 액션시네마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주목받았죠. 지난 달 결혼까지 발표하며 많은 축하를 받았던 윤계상은 10월 방송 예정인 새 드라마 '크라임 퍼즐'과 '키스식스센스' 출연 검토 소식까지 알리며 변함없는 활약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각 영화 스틸컷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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