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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노트북] 김희원 "일하는 것이 행복하구나, 늘 느껴요"

기사입력 2021.05.16 10:00 / 기사수정 2021.06.06 00:33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일하는 것이 제일 재미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제가 연극을 할 때 일이 없어서 많이 쉬었을 때 힘들었던 트라우마 때문이기도 해요. 일이 계속 있는 와중에 쉬어야 쉬는 것 같지, 일이 아예 없는데 쉬는 것은 또 약간 불안하고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일을 한다는 것이 행복한거구나'라는 것을 늘 느끼고 살아요." (2020.09.28 '담보' 인터뷰 중)

김희원은 작품에서 봐왔던 강렬한 캐릭터와는 다르게, 실제의 모습이 180도 다른 인물로 꼽히는 배우 중 한 명입니다. 지난 달 방송을 시작한 tvN 예능 '바퀴 달린 집2'를 통해서는 누구보다 소탈한 모습을 내비치고 있죠. 드라마와 영화 등 작품과는 또 다른 배우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그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 해 9월 개봉한 영화 '담보'(감독 강대규)에서 김희원은 사채업자로 일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종배 역을 연기했죠. 까칠해 보이지만 몇 마디 대화를 나눠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실제의 김희원처럼, '담보' 속 종배도 은근하게 다가오는 따뜻함으로 관객들에게 편안한 웃음을 전했습니다.


실제의 김희원은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못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2019년, 김희원과 함께 '신의 한 수:귀수편'에 출연했던 권상우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희원 형을 만나 굉장히 즐거웠다"며 "앞으로도 다른 작품에서 꼭 만나고 싶다"고 김희원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죠. 그러면서 "희원이 형이 술, 담배를 많이 할 것 같지만 술을 아예 못 마신다. 희원이 형과는 커피만 마셔도 2시간 동안 얘기를 나눌 수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김희원의 '진짜' 모습은 '바퀴 달린 집'을 통해서 꾸준히 전해져왔습니다. 절친한 선배 성동일과 여진구(시즌1), 임시완(시즌2)과 함께 차츰 예능에 완벽히 적응하며 누구보다 털털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죠. 현재 방송 중인 시즌2에서는 지난 해 여름 전파를 탄 시즌1보다 한결 더 편안해진 분위기가 유독 눈에 띕니다.

'담보' 인터뷰에서 만난 김희원도 '바퀴 달린 집'에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소 낯을 가리면서도 어느 이야기에나 솔직하게 답하며 이야기를 이어가죠.


사진 촬영이 없는 현장이었기에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자리한 김희원은 한 번 옷을 사면 오래 입는 편이라고 말하며 "저 반팔 티셔츠도 17년 입은 것 있어요. 트레이닝복도 20년 된 것 있고요. 바꾸자고 하는데 제가 괜찮다고 했죠"라며 너털웃음을 지었습니다. "협찬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면서 반팔 티셔츠와 바지를 어디에 가면 자신의 마음에 드는 디자인으로 살 수 있는지 브랜드 명을 줄줄이 읊어 웃음을 전하기도 했죠.

텐트에서 자는 것은 물론 캠핑 자체까지, "그동안 안전한 것만 한 것 같다"며 "예능 덕분에 처음 해보는 것 투성이죠"라고 얘기한 김희원은 '본래의 모습이 어떠냐'는 말에 "한 가지를 할 때도 너무 생각해서 피곤한 스타일이에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습니다.

이내 '바퀴 달린 집' 시즌 1 당시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했던 일화를 꺼내며 "제가 '바퀴 달린 집' 하면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울었는데, 집에 와서 생각했어요. '바보같이 왜 울었을까, 그동안 내가 많이 나를 가둬놓고 살았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늘 위에 있으니 정말 하늘을 나는 느낌이 들어서, 감동을 받아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죠.


"그리고 거기서 이것도 저것도 다 처음 해보고 그랬던 것이잖아요. 공연을 할 때도 뭔가 안 먹던 새로운 것을 먹으면 배가 아프고 할 수도 있으니까, 공연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아서 매번 먹던 것만 먹고 그랬었던 것이죠. 그렇게 살아오다 보니 예능을 하면서 경험 했던 것들이 제게는 다 처음 먹어본 것 같은 느낌이었고요. 스키를 탄다거나 하는 레저들도, '다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한 번도 안 했던 것이거든요. 패러글라이딩 하고 운 다음에는 정말 창피해가지고…(웃음)"

김희원은 2007년 영화 '1번가의 기적'으로 스크린에 본격 데뷔하기 전까지 연극 무대에서 활약해 왔습니다. "이거 방탄유리야!"라는 대사로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영화 '아저씨'(2010)의 장기매매단 두목 만석 역이 자주 언급되곤 하지만, 크고 작은 역을 마다하지 않고 20편에 가까운 드라마와 30편이 넘는 영화 속에서 지금까지 꾸준히 차곡차곡 존재감을 쌓아올려 왔죠.

일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느끼게 된 계기는 20년 전 연기에 대한 막연한 후회로 호주로 잠시 떠났었던 과거에서 비롯됐습니다. 김희원은 2018년 '나를 기억해' 인터뷰로 만났을 당시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연극하는 것이 힘들었다. 이 일을 계속하다 보면 내 인생이 큰일 나겠다 싶어서 간 곳이 호주였다"며 1999년부터 2001년 12월까지 호주에 머물며 페인트칠 일을 했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었고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도, 결국은 '연기가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돌아온 이후에도 마냥 순탄히 일이 풀린 것만은 아니었지만, 결국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생각으로 연기 활동을 이어갔고 그 꾸준함이 '아저씨' 속 활약으로 드러나며 지금의 김희원을 자리하게 만들었죠.

"일하는 것이 제일 재미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제가 연극을 할 때 일이 없어서 많이 쉬었을 때 힘들었던 트라우마 때문이기도 해요. 일이 계속 있는 와중에 쉬어야 쉬는 것 같지, 일이 아예 없는데 쉬는 것은 또 약간 불안하고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일을 한다는 것이 행복한 것이구나'라는 것을 늘 느끼고 살아요. 일한다는 것이, 사실 어떤 때는 너무 하기 싫거나 그만두고 싶기도 한데…(웃음) 그래도 이게 행복한 것이지, 늘 그런 생각을 해요.(웃음)"

그러면서 김희원은 현재의 자신에게 소중한 것으로 일과 가족을 꼽았습니다.


"그게 정말 다인 것 같아요. 일한다는 것이 정말 소중하고요. 가족에 대해서는 뭐 다 생각하시지 않나요? 어머니가 연로하시니까, 아프신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예전에는 집에서 전화가 오면 '왜 전화 왔어' 이러다가도 또 전화가 안 오면 '무슨 일 있나' 이렇게 되는 것이죠. 그 부분이 늘 생각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김희원은 지금까지의 하루하루를 연기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담보' 개봉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출연작들의 개봉 일정이 조정되며 '담보'와 '국제수사'까지 두 편을 동시에 내보이게 됐죠.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고 모든 작품이 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김희원은 코로나19 상황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리며 평소처럼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개봉을 앞둔 출연작도 '입술은 안돼요', '보이스(가제)', '사일런스(가제)'까지 여러 편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죠.

스크린 속 김희원이 보여줄 새 인물들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은, 지금처럼 '바퀴 달린 집2'로 '인간 김희원'의 얼굴을 계속해서 지켜보게 될 것 같습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tvN 방송화면, 각 영화 스틸컷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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