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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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노트북] 김옥빈 "한국에는 멋진 여배우들이 많잖아요"

기사입력 2021.04.04 10:00 / 기사수정 2021.04.04 08:19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여배우의 캐릭터가 보이는 시나리오를 많이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아요. 성별의 구별을 두자는 느낌이 아니라, 조금 더 많이 활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죠. 한국에는 멋진 여배우들이 많잖아요?(웃음) 저도 팬인 분들이 많고요. 좋은 작품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017.05.31. '악녀' 인터뷰 중)

배우 김옥빈은 2005년 영화 '여고괴담4'로 데뷔한 이후, 16년의 시간 동안 다양한 작품 속에서 강렬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2009년 스물 셋의 나이에 '박쥐'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고, 2017년 '악녀'로 8년 만에 또 다시 칸에 입성하며 '영화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배우가 됐죠.

그에게 두 번째 칸 레드카펫 행을 안겨준 작품은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 역으로 열연한 '악녀'였습니다. 김옥빈은 어린 시절부터 고도의 훈련을 받고 최정예 킬러로 길러졌지만 조직으로부터 버림 받게 되고, 살기 위해 국가 비밀 조직의 요원이 돼 이름도 신분도 가짜인 삶을 살아가는 숙희로 분했죠.



2017년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악녀'는 공개 이후 '여성 액션의 신세계'를 보여줬다는 호평과 함께 현지에서 뜨거운 관심을 얻었습니다.

당시 칸 현지 취재를 통해 '악녀'가 상영되는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죠. 미드나잇 스크리닝의 특성상 현지 시간으로 밤 0시 30분,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뤼미에르 극장을 꽉 채운 관객들이 '악녀' 속 김옥빈의 모습에 환호했습니다.

상영이 끝난 후 끝없이 이어진 기립박수 속에 객석 이곳저곳에서는 김옥빈의 이름을 연호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죠. 좌석 저 너머로, 두 손을 흔들며 환호에 화답하던 김옥빈의 환한 표정을 지켜봤던 기억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속, 정병길 감독을 안아주며 고마움을 표했던 김옥빈의 모습은 그 해 '악녀'의 칸영화제 상영 중 인상깊었던 한 장면으로도 회자되고 있죠.

그렇게 칸에서 돌아온 이후, 다가오는 '악녀' 국내 개봉을 위해 곧바로 홍보 활동에 나섰던 김옥빈을 다시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만큼 소탈한 모습으로 영화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던 김옥빈은 두 번째로 칸을 찾았던 남달랐던 마음을 전하면서 "예전에는 지금보다 어려서, 이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몰랐어요. 지금은 이곳에 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기 때문에, 스스로도 더 기억하고 싶어서 한 번 더 생각하며 눈에 담으려고 했죠"라고 말했습니다.

숙희라는 캐릭터를 통해 "한 여자의 성장 과정이 이렇게 한 편의 영화에 모두 담기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배신과 복수까지, 이런 굴곡진 인생을 한 영화 안에서 만나는 것이 정말 행운처럼 느껴졌어요"라면서, "정말 하고 싶었고,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어요"라며 눈을 빛냈죠.

실제 김옥빈은 '악녀' 속에서 95%에 가까운 액션을 실제로 소화했습니다. "목숨을 내놓아야 할 장면 빼고는 다 제가 했어요"라고 시원하게 웃음 지었던 김옥빈은 "유리창을 뚫고, 와이어에 매달려서 뛰어내리는 것도 다 저고요"라면서 작품 속 액션 소화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솔직하게 얘기했죠.


칸에서의 '악녀' 상영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여성 액션 영화가 많이 없는데, 이런 한국 여성 액션 영화가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고 말했던 외신들의 평이 기억에 남았다고 말한 김옥빈은 "저조차도 감독님에게 '투자가 됐어요?' 라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요. 여자에게 액션을 시켰을 때 폼이 제대로 안 나고, 혹여 다치게 됐을 때 '거봐, 안 되잖아'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 정말 싫었어요. 제가 제대로 소화해내야, 앞으로 이런 영화에 대한 투자도 더 잘 이뤄질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유의 강인함을 가진 캐릭터들을 소화해내면서, 대중에게는 본의 아니게 센 이미지로 각인되기도 했죠. "'이런 것만 할래' 이런 것도 아닌데, 제가 그런 것을 좋아하나 봐요"라고 다시 호탕하게 웃으면서 "'악녀' 숙희처럼, 자기 생각을 또렷하게 얘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제가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연기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습니다.

액션 장르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여성들의 활약을 좀 더 만나보고 싶다는 바람도 이 때 밝혔죠. 거침없는 솔직한 답변은 그대로였지만, 김옥빈은 이전과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습니다.


"사실 이전에 6개월 동안 개봉한 영화들만 봐도, 여배우의 캐릭터가 잘 보이는 시나리오는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진 상태고, 조금만 더 상상력이 발휘된다면 멋진 캐릭터들이 파생될 수 있는데 왜 이 기회가 많이 없을까 싶죠"라면서 "성별의 구별을 두자는 느낌이 아니라, 조금 더 많이 활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는 멋진 여배우들이 많잖아요?(웃음) 저도 팬인 분들이 많고요. 좋은 작품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악녀' 이후에도 영화 '1급기밀'(2018),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2018), '아스달 연대기'(2019)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 온 김옥빈은 오는 24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OCN 새 드라마 '다크홀'에서 서울 광역수사대 형사 이화선 역으로 다시 한 번 남다른 카리스마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김옥빈은 지난 3월 27일과 4월 3일 방송된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일상을 공개하며 주목받았죠. 김옥빈과 4년째 함께 하고 있는 매니저 김하늘 씨는 김옥빈에 대해 "'차갑다, 무섭다'라고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재미있고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실제로도 김옥빈은 작품 속에서 보여준 '센 캐릭터'가 아닌, 귤과 아재개그를 좋아하는 웃음 많고 정 많은 얼굴은 물론 액션 연기에 최적화될 수밖에 없는 유연함 등 인간 김옥빈의 매력을 보여주며 대중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갔죠.

'한국에는 멋진 여배우들이 많다'며 작품 속에서 동료들의 새로운 얼굴을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던 김옥빈은 이미 스스로도 '멋진 여배우' 중 한 명이라는 것을 그간의 활동을 통해 증명해왔습니다. 액션 뿐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를 통해 김옥빈이 아직 보여주지 않은 새 모습들을 오랫동안 만나볼 수 있길 바라게 됩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각 영화·드라마 스틸컷, MBC 방송화면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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