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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 이준익 감독 "'동주'처럼 자기 자리 찾는다면" [인터뷰 종합]

기사입력 2021.03.19 17:50 / 기사수정 2021.03.19 13:19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이준익 감독이 두 번째 흑백 영화로 돌아온 소감과 함께 주연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19일 온라인을 통해 영화 '자산어보'의 이준익 감독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 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흑백 영화.

'사도', '동주', '박열' 등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의 열네 번째 작품이다. 특히 '자산어보'는 2016년 관객들을 만난 '동주'에 이어 5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흑백 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날 이준익 감독은 "'동주'는 '자산어보'와 달리 5억 저예산 영화였다. 카메라도 영화에 안 쓰는, 결혼식장에서 쓰는 저렴한 카메라를 썼다. 그래서 흑백의 질감이 그야말로 저렴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동주'가 상업적인 소재가 아닌데 영화로 찍으려면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라 제작비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상업적으로 실패하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터전을 망가뜨릴까 봐 망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이 가장 컸다. 질적인 퀄리티가 아쉬웠지만 그래도 '동주'의 작전은 성과가 있어서 '자산어보'를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 '자선어보'도 엄청나게 큰 제작비는 아니지만 카메라나 스태프 등 '동주'보다 많은 여건을 조성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조선시대를 흑백으로 만들 기회는 앞으로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단 한 번일 수 있는 이 기회에 최선을 다해 흑백을 찍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흑백 영화는) 색감이 없으니까 질감으로 표현해야 했다. 의상, 미술, 분장, 세트 모두 '동주'보다 훨씬 섬세하게 구현된 면이 있다. 또 '동주'는 좁은 공간에서 저예산으로 찍어야 하니 자연을 보여줄 공간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섬이라는 공간을 통해 자연에 유리한 환경들을 잘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동주'의 성공 덕에 '자산어보'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이준익 감독은 "아무래도 영화가 잘 되면 한 번 더 도전하고 싶은 자신감이 생긴다"며 "그렇지만 영화를 찍다 보면 다시 불안감이 커지고는 한다. 불안감을 이겨내는 것이 창작을 단단하게 하지만 만약 결과가 좋지 않으면 불안감은 공포심이 된다. 흥행을 하지 못하면 다음 행보에 치명적인 굴곡을 겪어야 하는 걸 앞의 영화에서 여러 번 해봐서 안다. 그때는 정말 힘들고 괴롭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럼에도 모든 인간은 창대의 대사처럼 '배운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생긴 대로 산다'. 기질이 있으니까 눈 딱 감고 사는 거다. 어제 결과를 기자들에게 선보이고 다다음 주에 본격적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자산어보'의 평가는 1,2년이 지난 뒤 그 영화가 자기 자리를 찾아갔을 때가 아닐까 싶다. 그때 (평가가 좋다면) 다시 흑백 영화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동주'도 소소하지만 큰 성과를 거둔 작품이다. 그런데 금방 자신감이 생기지 않더라. 아무리 스코어가 성공해도 5,10년이 지난 후 회자되지 않는다면 자기 자리를 못 찾아간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영화는 스코어가 망해도 다른 영화가 들어오지 않는 자리를 꽉 차지하는 영화가 있고. 그렇게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영화가 되길 바라는 게 모든 감독들의 열망이다. '동주'는 그 자리를 찾아가 생긴 자신감이다. '자산어보'가 '동주'처럼 되면 그때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지금은 새로운 흑백영화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설경구가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학자 정약전 역을, 변요한이 글 공부가 좋은 청년 창대 역을, 이정은이 정약전을 물심양면으로 도우면서 시대적 관습에 일침을 가하는 가거댁 역을 연기했다. 역할을 찰떡처럼 소화하는 세 배우의 연기는 '자산어보'를 더욱 재밌게 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이준익 감독은 "설경구 배우는 '자산어보'가 첫 사극 영화였다. 본 촬영을 하기 한달 전인가 열흘 전에 남양주 세트장에서 테스트 촬영을 했던 때가 기억이 난다. 한참 시간이 걸려서 분장을 하고 카메라 앞에 나타났는데 깜짝 놀랐다. 내가 알던 설경구가 아니었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한 방을 썼는데 어릴 때 내가 봤던 할아버지의 이미지가 보이더라. 연기에 대한 잡스러운 대화가 필요 없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변요한의 캐스팅에는 "처음에는 볼 생각을 안했다"고 답했다. 이준익 감독은 "일단 설경구 배우가 하겠다고 하면 그때 창대 역을 생각해 보려고 했다. 그런데 설경구가 '변요한 어때요?'해서 '해주면 좋지'라고 했다. 감독들이 보통 시나리오를 쓸 때 배우를 구체화시켜서 쓰지는 않는다. 생각해 놓고 쓴 배우가 스케줄 안 되면 내가 생각한 디테일들에 대한 선입견들이 방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캐스팅을 하려고 하면 (배우에) 완성된 장면을 붙여본다. 그런데 변요한은 이야기를 듣는 순간 딱 붙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시나리오를 줬는데 바로 하겠다고 해줬다. 설경구의 제안과 창대라는 인물의 구체적 상상의 매칭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아주 만족한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또한 이정은에는 "배우로서의 평가는 검증할 필요가 없다. ('기생충'으로) 아카데미가 인정하지 않았나"라며 "배우이기 전에 인간으로 훌륭한 분이다"고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이정은 씨가 ('자산어보'에서) 하는 대사 중 생각나는 게 있다. '허난설헌'에 대해 말하는 장면인데 그 표정을 보면 무식하지만 너무 진실된 모습이다. 사실 유식하지만 거짓돼 꼴도 보기 싫은 사람도 있지 않나. (이정은이 연기한 가거댁은) 무식한데 너무 사랑스럽다. 연기를 그렇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사실 말로 설명하면 값이 떨어지는 것 같아 말하기 싫지만 질문이 들어왔으니 말하겠다. 그 느낌에 반했다. 이정은은 그런 사람이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산어보'는 오는 31일 개봉 예정이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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