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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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감독이 수원에 남겨놓은 유산

기사입력 2010.06.08 12:46 / 기사수정 2010.06.08 12:47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지난 6일 전북전을 끝으로 차범근 감독이 6년 6개월 동안 잡아온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차범근 감독은 수원 삼성에 2번의 리그 우승과 각급대회 우승을 안겼지만 그 외에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도 구체적인 틀이 잡힌 것이다.

▲ 독일에서 화려했던 선수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이 축구교실 설립일 정도로 유소년 육성에 대한 차범근 감독의 애정은 남달랐다.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차범근 감독은 "수원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들어왔는데 성적도 성적이지만 유소년 축구교실로부터 시작, 중학교, 고등학교 클럽까지 창단이 되어 인재들이 많이 영입되고 유럽과 같은 체계로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는 것에 대단히 많이 보람과 기대를 하고 있다.

앞으로 수원(의 유소년 시스템)이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럽고, 실질적으로 많은 선수를 키워내 K-리그를 풍성하게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수원의 유소년 시스템이 하나의 모범적인 샘플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속내를 밝혔다.

'유소년 육성이 한국축구의 미래다' 라는 차범근 감독의 신념 아래 창단된 수원 산하 유스클럽은 구단 차원에서의 확실한 지원 아래 성장하고 있다. 유소년들의 유니폼 왼쪽 가슴에는 선수들과 같은 수원 엠블럼이 달려있다.

수원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유소년들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배우며, 축구선수로의 꿈을 키우고 있다. 오랜 기간 수원에서 선수 생활을 한 박건하(매탄고 감독), 김진우(매탄중 감독), 조현두(리틀윙즈 코치)가 지도자로 나서 유소년 육성에 힘쓰고 있다.

▲ 골을 성공시킨 후 수원 엠블렘에 입을 맞추는 매탄고 주장 노형구

매탄고 축구부,이제는 신흥 강팀으로

2008년 창단 첫 해 선수가 부족해 부상 선수를 투입하고도 9명으로 한 경기를 치뤘을 정도로 어려웠던 매탄고의 첫해 성적은 꼴찌. 하지만 구단의 지원 속에 3년차를 맞은 올해, 당시의 1학년들이 이제는 졸업반으로 팀을 이끌면서 지난 5일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문팀 동북고(서울 유스)에게 2:1로 승리하며 프로유스리그인 챌린지리그에서 조 선두로 올라섰고 여세를 몰아 여름에 치뤄지는 대통령금배 축구대회에서도 우승컵을 노리고 있다. 시즌 전 박건하 감독이 목표로 삼았던 '우승'이 결코 허황된 목표가 아니었음을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 5일 동북고를 상대로 골을 넣은 후 동료와 함께 기쁨을 나누는 신연수

매탄고 선수들은 수원의 클럽하우스에서 생활하며 훈련하고 있다. 차범근 감독 역시 수시로 매탄고 선수들에게 선수시절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는 권태안(19)은 "마지막 경기 전에 감독님께서 독일에서 선수로 뛰었던 몇 년간 옐로카드를 단 한 장만 받았던 일화를 말씀하시면서 항상 페어플레이 정신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또한 윤시앙(19)은 "감독님께서 선수시절에 있던 얘기나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면서 "(감독님의 학생 시절에는) 축구화 살 돈이 없어서 축구화도 못 신고 운동을 했었는데 지금은 여건이 너무나 많이 좋아져서 더 큰 선수들로 성장할 환경이 잘 되어있다"는 일화와 함께 "꿈을 향해 노력하라."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매탄중 축구부

여물어가는 수원 유스 시스템

작년 11월 창단하여 올해부터 대교 눈높이 전국 중등 축구리그 경기 남부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매탄중도 성적은 부진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이고 매탄고의 전례가 있는 만큼 앞으로가 기대된다.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되는 선수도 있고 바르셀로나로 축구연수를 간 선수도 있을 정도로 인재들이 매탄중 축구부로 몰려들고 있다. 김진우 감독도 "져봐야 많이 배운다"면서 당장 성적보다는 어린 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데 지도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 꿈나무들이 모여 축구선수로의 꿈을 키우는 리틀윙즈. 그들의 유니폼 왼쪽 가슴에도 수원의 엠블렘이 달려있다.

수원 산하 유소년 축구클럽인 리틀윙즈는 2002년까지 수원에서 선수생활을 한 조현두 코치를 주축으로 이제 막 축구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한 어린이들에게 축구선수로써의 꿈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수원의 매 경기의 입장 순서에 에스코트로 참여하고, 지난 4월에는 수원컵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하여 세계 각지의 어린이들과 축구공 하나로 우정을 쌓는 기회도 가졌다.

스포츠에서는 후진양성이 자식농사만큼 중요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는 백년지대계를 꿈꿔야 한다. 차범근 감독이 수원에서 이룩한 두개의 별과 함께 리틀윙즈-매탄중-매탄고로 이어지는 유소년 시스템이 후임 감독의 성향에 상관없이 흔들리지 않는 자랑거리로 남아, 훗날 푸른 유니폼을 입고 빅버드 그라운드를 누비는 수원 유스 출신 선수들을 기대해본다.



정재훈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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