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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 "연기, 상대에 대한 진짜 존중 있어야 해"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9.15 07:10 / 기사수정 2019.09.15 04:4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을 통해 배우 정해인의 필모그래피에 소중한 한 줄이 더해졌다.

8월 28일 개봉한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정해인)가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정해인은 1994년부터 2005년까지의 현우를 그려내며 김고은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주연으로 나선 첫 상업영화이자 오랜만에 극장가에 찾아온 멜로 장르로 관객과 인사한 정해인은 '유열의 음악앨범' 언론시사회 당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던 당시를 "울렁울렁했다"고 표현할 만큼, 많이 긴장했었던 마음을 털어놓으며 영화 이야기를 전했다.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은 없었어요"라고 말한 정해인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서정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지금의 2019년과, 그 때 당시의 20대 청춘들이 했던 사랑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대에는 좀 더 아날로그적인 부분이 있었죠. 지금은 스마트폰이 있으니 쉽게 연락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정보도 빨리 얻을 수 있잖아요. 그 때는 그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답답함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지만, 그 답답함 속에 애절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유열의 음악앨범' 속에서는 1994년, '유열의 음악앨범'이라는 라디오가 시작하던 시점부터 이야기가 이어진다. 정해인은 "라디오가 주는 감수성이 있잖아요. 무언가 TV와는 또 다르게 소통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은 것 같아요. 현우와 미수의 이야기도 어떻게 보면 라디오에 사연을 보낸 것처럼,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던 청춘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았죠"라고 말을 이었다.

1988년생인 정해인은 중학교 3학년 시절에서야 처음으로 휴대전화를 갖게 됐었다고 말했다. 그 당시의 감성이 자신의 마음속에도 그대로 남아있기에, 영화 속 상황과 배경들을 이해하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 전에는 이메일이 유행이어서, 아이디를 만들고 친구들과 메일을 주고받는 것이 하나의 놀이였던 그 기억이 생생하게 있어요. 이모티콘만 해도, 지금은 너무 많으니까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도 고민이죠. 하지만 그 때는 장미꽃 이모티콘도 정성을 들여서 만들어야 했잖아요.(웃음) 뭔가 더 애틋하고 애절한 감정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아직 서른두 살밖에 안됐지만, 그 시절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나기 때문에 연기할 때 크게 힘든 점은 없었죠."

"가진 게 많으면 더 가지고 싶겠지만 난 강력한 한 두 개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현우의 대사도 손꼽았다.

정해인은 "그 말에는 현우의 물건들도 포함돼있죠. 현우의 집에 직접 찍은 사진들이 등장하는데, 사진기도 그렇고 오래 입는 옷도 그래요. 저도 실제로 거기서 공감을 많이 했어요. 저희 집에 가보면 7~8년 된 옷들이 지금도 있거든요. 저도 옷이나, 사람 모두 오래 보는 편이에요. 한 가지 옷이 있으면 계속 그것만 입죠. 같은 옷이 두세 개 있을 때도 있는데, 다 디테일이 달라요. 사람도 마찬가지죠. 한 번 정을 맺기가 쉽지는 않은데, 정을 맺고 나면 오래 가고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2013년 AOA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얼굴을 비추고, 2014년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한 후 '삼총사'(2014), '블러드'(2015), '그래, 그런거야'(2016), '불야성'(2016), '당신이 잠든 사이에'(2017),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2017), '역모-반란의 시대'(2017), '흥부:글로 세상을 바꾼 자'(2018), 지난 해 방송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7월 종영한 '봄밤' 등을 통해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유열의 음악앨범' 전까지 최근작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봄밤'까지 모두 멜로가 되면서 이 장르에 잘 어울리는 배우로 주목받기도 했다.

"제게 특별한 멜로 DNA가 있다기보다는, 작품들을 하면서 모든 분들과 함께 연기할 때, 상대에 대한 진심어린 존중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배웠었죠. 제가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라 어려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존중하고 배려하면 그 사람도 저를 인정해주더라고요. '슬기로운 감빵생활' 때도 많은 선배님들, 형들을 통해 느꼈고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때는 손예진 선배님에게도 많이 배웠죠. 마냥 어려워만 하면, 연기를 할 수가 없더라고요. 여전히 어렵지만, 방향성을 트는 것이에요. 상대방에 대한 존중으로 그 어려움의 방향을 틀면 더 편해지는 것이죠. 이번 '유열의 음악앨범'에서는 그 적응 시간을 짧게 만들어준 일등공신이 (김)고은 씨였고요."

열심히 앞을 보며 달려왔던 시간들 속,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자존감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제 연기를 봐주시는 분들에게 자존감 얘기를 꼭 하고 싶어요"라고 말을 이은 정해인은 "제가 하는 일이 많은 사랑을 받고, 또 많이 바라봐주셔서 정말 감사하지만, 그런 만큼 정신적으로 불안할 때도 많은 것 같아요. 팬 분들이 많아질수록 제 연기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는 것 같아요. 제 연기를 봐주시는 팬 분들, 가족들에게서 힘을 얻죠"라고 웃음 지었다.

"누군가가 제게 '정해인 씨 꿈이 뭐냐'고 물으시면, 저는 건강하게 오랫동안 연기하는 것이라고 말해요. 그러려면 첫 번째가 건강한 것이거든요. 단단하게 마음먹어야겠다고 늘 생각하죠. 팬 분들에게도 입버릇처럼 자기 자신을 사랑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어요.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는 것 같거든요. 내가 내 자신을 먼저 사랑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봐요. 제게 연기는 재미있고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 제 꿈을 이루기 위해서 더욱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하게 해나가야겠다 마음먹고 있어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GV아트하우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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