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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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저리' 길해연 "남들에겐 악역이지만, 가슴이 뻐근해져요"[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19.08.27 16:07 / 기사수정 2019.08.27 16:07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재미를 좌우하곤 한다. 연극 ‘미저리’에서 폴 셸던과 그의 책 '미저리' 속 주인공의 열렬한 광팬 애니 윌킨슨의 옷을 입은 배우 길해연은 믿고 보는 연기로 극에 몰입하게 한다.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영화 속 주인공과는 다른 느낌으로 길해연만의 애니를 완성한다.

동명의 소설과 영화로 잘 알려진 '미저리'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재연 중이다. 소설 ‘미저리’의 작가 폴을 동경하는 팬 애니의 광기 어린 집착을 담았다. 연극으로는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고 액션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첫 선을 보였다. 드라마 '심야식당', '돌아온 일지매', '궁', '러브어게인' 등의 황인뢰PD가 연출했다.  

“‘미저리’란 작품이 너무 유명해 초연 때는 중압감이 있었어요. 그때도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이 있던 것 같아요. 이번 공연에서는 더 찾아보고 연구했어요. 그래서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길해연은 애니를 단순한 사이코패스로만 머물게 하지 않고 극도의 외로움을 불어넣어 다른 시각에서 보도록 했다.

“외로워서 외롭다가 아니라 외롭기 때문에 하는 행동들이 있잖아요. 폴 셸던을 데려오고 지나치게 발랄해진다거나 왜 저럴까 싶을 정도로 심하게 기쁨을 표현해요. 그러다 마음에 안 들면 욕도 하고요. 단순히 외롭구나가 아니라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하느냐에 주안점을 뒀어요.”

애니는 폴 셸던이 책 ‘미저리’의 주인공을 죽게 하자 분노한다. 미저리의 행복과 자신의 행복을 지나치게 동일시하며 비뚤어진 집착을 보이는 인물이다.

“애니는 미저리에게 꽂혔어요. 순간순간 전등불이 나갔다 들어왔다하는 여자니까 오로지 미저리만 행복해야 한다고, 폴에게 같이 죽고 미저리만 살려내면 된다고 해요. 폴에게는 미저리를 만들어낸 창조주로서의 사랑을 보여줘요. 신이라고 표현하잖아요. 폴이 방에서 나갔다 들어온 것을 알았을 때는 배신감을 느껴요. ‘좋은 놈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네 놈도 똑같다’고 하는데 슬프죠. 가슴이 뻐근해질 때가 있어요.”  

길해연은 애니의 전사를 상상하고 탐구하면서 캐릭터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맡은 역할의 전사를 찾아낼 때 대본 안에서 단서를 찾아요. 없는 부분은 배우의 창의력으로 메우죠. 영화에서 애니는 연쇄살인마였는데 그러면 너무 병든 여자가 되는 것 같아 연극에서는 감독님이 일부러 뺐어요.

애니의 엄마가 청교도적이어서 어린시절 애니에게 욕도 못하게 하고 비눗물을 먹이는 등 혹독하게 대한 거예요. 친구도 없이 엄마에게만 교육 받고 산 아이였던 거죠. '날 실망시키지 않는 유일한 사람은 엄마밖에 없다'고 해요. 유일하게 좋아하는 게 연속극 영화를 보는 거였고요. 그런데 연속극 영화에서 속임수를 쓰는 걸 극적 장치로 받아들이지 못해요. 폴과 '로켓맨’ 이야기를 할 때 광분하잖아요. 아마 이런 점들도 엄마의 영향인 것 같아요. 

남편에 대해서는 ‘그 사람은 날 떠나버렸어요. 얼마 못가 죽어버렸지만’이라고 해요. 남편도 애니가 죽인 거 아냐? 라는 느낌이 와요. 원래 그런 여자가 아니라 그렇게 자랐고 미저리만 유일하게 내 삶의 돌파구였던 거예요. 스티븐 킹(원작자)이 글을 잘 써요. 애니가 죽였을 수 있지만 상상에 맡겨요. 전 아니라고 믿을 거예요. 애니는 폴에게 돈을 따라가면 안 된다는 말을 해요. 올바르게 살고 싶었던 여자이고 순수한 여자인데 집착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애니는 주인공이지만 악역이다. 보통 사람들의 기준에서는 비정상적인 인물일 터다. 하지만 애니를 연기하는 길해연만은 온전히 그를 이해하고 공감하려 했다.

“이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애니를 연기할 수 없죠. 이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전사를 찾고 대본에서 단서를 찾고요. 낯선 사람을 만나 친해져 가듯 이 인물에 대해 당위성을 가져야 하니까. 남들은 '돌아이'라고 해도 내게는 이해가 돼야 해요. 그래서 연기는 큰 선물이에요. 이 세상에는 너무 다양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인생살이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도 좀 뭐랄까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내가 인물들을 이해하는 것처럼만 하면 많이 분노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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