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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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의 방망이, 매서워지나?

기사입력 2006.02.28 06:23 / 기사수정 2006.02.28 06:23

이종길 기자
작년 시즌, 팀 방어율 3.69를 기록하며 무서운 기세를 이끌었던 오클랜드는 아쉽게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전체적으로 좋은 성적을 보인 투수들의 활약에 비해, 장타력 빈곤을 겪은 타선은 시즌 후반 최대 약점으로 작용하고 만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룩했던 빌리 빈 단장의 야구철학에까지 상당한 위협요소로 작용되고 있다. 공격 기동력의 원천인 도루를 금기시하며, 선수 구성에 끈질긴 선구안 등을 요구하는 빌리 빈만의 독특한 야구 철학에 대한 평가는 하락세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오클랜드의 전체적인 성적과 절대적인 비례관계에 놓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빌리 빈의 야구 철학이 절대적으로 추락했다고는 볼 수 없다. 도루 꼴찌라는 최악의 기동성에도 불구하고, 작년 시즌 팀 득점 면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오클랜드의 성적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았다.

특히 끈질긴 승부근성을 토대로 한 볼넷과 타점 부문에서 선두권에 진입한 오클랜드는 올 시즌만큼은 그들의 기량을 확실히 선보일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게 대부분 일반적인 평가이다.

밀튼 브래들리를 비롯해 '빅 허트' 프랭크 토마스라는 장타력의 가세는 올 시즌 오클랜드 타격의 성장을 사뭇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작년 시즌 88승 74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그 2위에 그친 오클랜드는 특유의 저력을 바탕으로 한 올 시즌을 색다른 모습으로 연출할 수 있을까?

키스톤 콤비의 활약은 그대로?

▲ 마크 엘리스
ⓒ mlb.com
▲ 바비 크로스비
ⓒ mlb.com
작년 시즌, 빌리 빈 단장을 웃음 짓게 만들었던 선수들 중 마크 엘리스는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3할 1푼 6리의 팀 내 최고타율을 기록해낸 것은 물론, 3할 8푼이 넘는 출루율을 기록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엘리스는 올 시즌 오클랜드의 1번 타자로 손꼽힐 만큼 빌리 빈 단장의 기대가 크다. 또한 작년 성적만 유지된다면, 팀의 1번 타자 역할에도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도 현재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결국 올 시즌 엘리스는 작년의 성적이 반짝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내는 것만이 빈 단장의 기대에 보답하는 최고의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엘리스의 돌풍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선수는 바로 오클랜드 내야를 책임지는 바비 크로스비라고 할 수 있다. 작년 시즌 초, 그가 부상으로 허덕거리며 결장했던 기간동안 오클랜드의 성적이 33승 45패였던 것만으로도 그의 역할은 오클랜드에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부상에도 불구하고 작년 시즌 2할 7푼 6리의 타격과 함께 그 기세를 끊임없이 몰아가고 있는 크로스비는 신인왕이었던 재작년의 기세를 몰아 올 시즌 역시, 눈부신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이러한 둘의 완벽한 조화 외에 올 시즌 새롭게 가세한 안토니오 페레즈와 기존의 마르코 스쿠타로는 든든한 백업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페레즈는 작년 시즌 다저스에서 2할 9푼 7리의 타격을 선보여, 올 시즌 오클랜드의 내야를 더욱 강력히 뒷받침해줄 최고의 인재로 손꼽히고 있다.

썩 괜찮은 타격솜씨는 물론이며 유격수와 2루수, 3루수까지 가능한 페레즈의 수비 범위는 앞으로 엘리스와 크로스비를 넘어 에릭 차베즈까지 숨통을 트게 해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밀턴 브래들리와 프랭크 토마스의 가세

브래들리와 토마스의 가세는 이름값만 놓고 본다면 오클랜드에게 축복이 틀림없다. 수준급의 타격감각과 엄청난 장타력을 소유한 이 두 선수의 가세는 메마른 오클랜드에게 솟아나는 샘물과 같은 귀한 존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해로 28세를 맞이하게 된 브래들리는 자신의 4번째 팀인 오클랜드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확률이 매우 높다.

그는 스위치 타자로서의 역량을 잘 갖춘 것은 물론 작년 시즌 2할 9푼을 기록해 3할 2푼 1리를 기록했던 2003년의 타격감을 상당부분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래들리는 이러한 실력만큼이나 꾸준한 선발 출장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잦은 부상은 물론 팀 내 불화 등의 문제는 그의 성장을 더디게 하는 최악의 요소로 언제든지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프랭크 토마스
ⓒ mlb.com
▲ 밀턴 브래들리
ⓒ mlb.com
'빅 허트' 프랭크 토마스 역시, 이러한 부상의 위험은 그대로 적용된다. 매년 40개 가량의 홈런을 펑펑 터뜨렸던 그는 발군의 장타 솜씨를 지닌 거포임은 분명하지만 3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는 물론, 부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보장이 현재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아메리칸 리그 MVP를 2번이나 차지하며,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기둥이었던 그를 1년간 50만 달러에 데리고 온 오클랜드는 공격 라인업의 넉넉함은 물론 장타의 기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그의 역할은 주전 1루수로서 활약을 펼칠 댄 존슨과 스위셔의 백업 역할은 물론, 지명타자 역할에까지 다양하게 주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작년 시즌 105타석에서 2할 1푼 9리의 좋지 않은 타격감을 선보인 토마스가 장타력에 있어서만큼은 전성기의 끝자락이었던 2000년의 기록(6할 2푼 5리)에 근접한 5할 9푼의 성적을 보였다는 점 역시, 매우 희망적인 요소로 비춰질 수 있다.

치열한 경쟁 속 외야수들의 활약은 얼마나?

기존의 마크 카세이와 제이 페이튼, 닉 스위셔, 바비 킬티 등으로 구성되었던 오클랜드 외야는 브래들리의 가세로 매우 치열한 경쟁구도를 맞이하게 되었다. 닉 스위셔를 1루수로 활용하겠다는 빌리 빈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이러한 경쟁구도에 조금의 여유는 생겨났지만, 브래들리의 자리를 제외한 남은 두 자리의 치열한 구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 마크 캇세이
ⓒ mlb.com
하지만 이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올 시즌 오클랜드의 중견수 자리는 마크 카세이에게 돌아갈 확률이 크다. 2004년부터 오클랜드의 중견수 자리를 수성했던 카세이는 최근 주춤한 기세를 보였지만, 작년 시즌 2할 8푼의 좋은 타격감은 물론 순번변동으로 인한 20개 가량의 타점 증가를 이룩하는 등, 올 시즌 역시 그 기세를 이어나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왼손투수에게 3할 2푼 4리의 강점을 보인다는 점과 작년 시즌 후반에 살아난 타격감은 올 시즌 오클랜드의 중견수 자리에 변함없이 그를 지목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카세이의 중견수 입성과는 달리, 남은 외야의 한 자리는 제이 페이튼과 바비 킬티의 경쟁구도로 시즌 내내 이어질 공산이 매우 높다. 작년 시즌 중간, 보스턴에서 트레이드되어 오클랜드의 연승행진에 탄력을 실었던 페이튼은 팀 타점 생성의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오클랜드의 공격을 이끌었으나, 시즌 후반 거듭되는 부진으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박차를 가하지 못했다.

반면 킬티의 경우, 시즌 초반과 후반에는 상당한 화력을 과시했으나 시즌 중반 내내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해, 큰 기복을 실감케 했다. 결국 이 둘의 중용 문제는 올 시즌 오클랜드 공격의 중요한 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제이슨 켄달, 실력 회복하나?

빌리 빈 단장의 작년 시즌 최대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제이슨 켄달이었다. 거금을 주고 데려온 3할 대 타격의 포수 켄달은 시즌 초반 2할 5푼이 채 되지 않는 타격을 기록하며, 빌리 빈 단장의 가슴을 멍들게 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즌 초 3할이 채 되지 않는 장타율을 선보인 그는 화려한 이력을 뒤로 한 채, 오클랜드 팬들의 따가운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 제이슨 켄달
ⓒ mlb.com
하지만 이러한 그는 시즌 중반에 이르러 자신의 진가를 조금씩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전 3할의 타격감을 되찾은 것은 물론 오클랜드의 1번 타자 역할에 나름대로 적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발 빠른 켄달이지만 오클랜드의 1번 타자 요구는 분명 무리수였다. 힘든 포지션인 포수를 1번 타자에 배치한다는 자체가 켄달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결국 올 시즌 마크 엘리스의 1번 타자 수성으로 켄달의 부담감은 한결 덜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켄달의 능력은 올 시즌 상당히 기대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년의 모습을 그가 다시 선보일 경우, 이는 오클랜드 공격력의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올 해 34세를 맞는 백업포수 애덤 멜휴즈는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어 많은 부분을 기대하기란 무리가 있으며, 전무하다시피 한 오클랜드의 기동성에 그의 부진은 분명 커다란 구멍으로 작용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댄 존슨인가? 닉 스위셔인가?

올 시즌 오클랜드는 기존의 두라조와 헤터버그를 포기하고, 팀 내 상당한 유망주들의 가능성을 포착했다. 바로 댄 존슨과 닉 스위셔라는 수준급 1루수들의 가능성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2001년 7라운드(전체 221번)에 지명되어 작년 시즌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댄 존슨은 벌써부터 이러한 기대치에 상당히 부응하고 있다. 작년 시즌 375타석에서 2할 7푼 5리의 준수한 타격 솜씨와 함께 15개의 홈런을 곁들인 존슨은 4할 5푼이 넘는 장타력과 함께 오클랜드의 미래 1루수로서 재능을 맘껏 펼쳤기 때문이다.

▲ 댄 존슨
ⓒ mlb.com
▲ 닉 스위셔
ⓒ mlb.com
하지만 이러한 존슨의 올 시즌 1루 자리 수성은 예상보다 힘들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프랭크 토마스의 새로운 가세는 물론, 또 다른 유망주 닉 스위셔가 그의 1루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닉 스위셔는 작년 시즌 2할 3푼 6리의 저조한 타격 솜씨를 보였으나 스위치 타자라는 장점을 이용한 특유의 장타가 발군으로 꼽히고 있어, 그 기세가 상당히 매섭다. 작년 시즌 팀 내에서 차베즈에 이어 2번째로 많은 21개의 홈런을 쳐낸 스위셔의 장타 능력은 분명 댄 존슨을 위협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스위셔는 110개의 많은 삼진이 말해주듯, 좋지 않은 선구안 문제가 현재 상당히 시급하다. 선구안 능력과 함께 개선해나가야 할 당면과제인 삼진 문제가 시즌 내내 그를 괴롭힐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에릭 차베즈의 활약은 그대로?

1997년 1라운드(전체 10번)로 지명되어 입단한 이후, 오클랜드에서만 10년째 선수생활을 맞이하게 된 차베즈는 최근 5년간 오클랜드 타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중심타자였다. 2000년을 기점으로 30개 가량의 홈런은 물론 100타점 이상을 선보일 능력을 지닌 그는 팀 내에서 항상 빠지지 않은 선수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점은 빌리 빈 단장이 중요시하는 출루율 부분에서 그가 8년간 3할 5푼을 기록했다는 것만으로도 잘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차베즈의 작년 시즌은 이전의 기대치에 비해 상당히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는 2000년부터 꾸준히 2할 7푼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다 작년 시즌에 여기에 미치지 못한 것은 물론, 출루율에서도 2004년에 비해 7푼 가량 떨어진 3할 2푼 9리의 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 에릭 차베즈
ⓒ mlb.com
또한 볼넷을 얻어내는 개수 역시, 2004년에 비해 35게임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40여개나 줄어들었다는 점은 그의 하락세를 상당부분 대변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차베즈의 미래를 당장 어렵다고 전망할 수는 없다.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어깨를 수술 대신 재활훈련으로 대체할 정도로 그의 올 시즌 각오는 남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강력한 수비 능력을 갖춘 차베즈는 매년 끈질긴 승부기질마저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어, 그 활약이 사뭇 기대되고 있다. 결국 올 시즌 차베즈의 중심타자 역할은 개인적으로나 팀을 위해서나 그 어느 해보다도 중요한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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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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