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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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중계, 이제 시청자가 '중심'이다

기사입력 2006.02.23 08:24 / 기사수정 2006.02.23 08:24

이권재 기자

[주장] '시청률' 보다는 '시청자' 를 위한 진짜 '중계'를 원한다!


22일 밤 9시. 2022일 밤 9시. 2006 독일월드컵을 대비해 장기간의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시리아와 2007 아시안컵 예선 1차전이 치러졌다. 경기는 김두현과 이천수가 전후반 각각 1골씩 넣은 대한민국이 시리아를 2대 1로 제치고 내년에 있을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향한 첫 걸음을 승리로 장식했다.


특히 이번 국가대표팀의 기분 좋은 승전보는 여느 때와는 다른 방법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바로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경기 사상 최초로 케이블TV 채널(엑스포츠TV)과 인터넷 매체를  통해 생중계가 이뤄진 점이다.  이번 시리아전은 100일 앞으로 다가온 독일월드컵을 대비한 국가대표팀의 장기 해외원정의 성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첫 공식 A매치라는 점에서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고, 이런 경기가 전 국민이 볼 수 있는 지상파 3사를 제외한 케이블TV를 통해 독점 중계 되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에 시사 하는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지상파 관계자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침해하는 것'


이번 논란은 이미 지난 2005년 초 엑스포츠TV가 개국하면서 모회사인 IB스포츠(이하 ‘엑스포츠TV'로 통칭)의 공격적인 컨텐츠 공급계약이 성사되고 실제로 메이저리그와 KBL프로농구에서 독점중계가 이뤄지면서 예고됐던 일이다.


지난 2005시즌 미 메이저리그 경기에 대한 독점 중계를 시작으로 2005-2006 프로농구 경기에 대한 독점 중계, AFC(아시아 축구연맹)주관 각종대회에 대한 중계권 확보 등 엑스포츠TV의 스포츠 중계권에 대한 공격적인 행보가 이뤄지면서 지상파 3사와 이들의 자회사 개념의 케이블PP채널(MBC ENSPN, SBS스포츠, KBS SKY스포츠)에 의해 독식 되었던 스포츠 중계 영역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이 시작되었다.


특히, 세계를 놀라게 한 4강행으로 2002 월드컵 특수를 마음껏 누린 지상파 3사의 입장에서 AFC주관 각종 대회 중계권과 이번 시리아전 케이블TV 독점 중계는 내색은 않고 있지만 다가오는 2006 독일월드컵과 그 이후를 생각 했을 때 그동안의 독점과 특혜에 대한 시장 잠식을 우려할 만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지난 2월 13일 각종 언론을 통해 관심이 집중되던 시리아전에 대한 지상파 3사 중계불가가 보도되면서 많은 축구팬(시청자)들과 관계자들은 ‘시청자의 볼 권리 침해’ 라며 반대하는 측과 그동안의 ‘지상파 3사의 독점적 중계로 인한 피해‘를 거론하며 찬성하는 측으로 나눠 논란이 일었다.


방송 3사는 지난해 초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비롯해 엑스포츠TV가 가진 중계권에 대해 공동 대응으로 맞서는 등 스포츠 중계 영역에 대한 ‘영역’ 지키기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였다. 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스포츠 중계의 ‘보편적 접근권’ 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는 실제로 지난해 손봉숙(민주당), 박현준(한나라당) 의원에 의해 지상파 방송들이 주장하는 ‘보편적 접근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된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 등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케이블TV를 시청하지 않는 시청자들 역시 ‘볼권리를 침해하는 것’ 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상태이다.


케이블TV관계자 '지상파의 시청률 위주의 중계행태에 경종을 울릴 만한 일'


이처럼 ‘보편적 접근권’과 ‘시청자 볼 권리’를 지상파의 주장에 대해 엑스포츠TV 관계자는 지상파가 수십년간 독점해왔던 영역을 지키기 위한 주장이라며 케이블TV 등을 통한 독점 중계는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KBL프로농구 중계권과 관련해서는 지상파 3사는 “엑스포츠TV가 터무니없이 높은 중계권료를 요구해 중계가 불가했다” 는 공지로 시청자들의 불만을 엑스포츠TV 측으로 돌렸고, 이에 엑스포츠TV는 “그런 적 없다” 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이며 시청자들의 원성과 불만을 샀다.


특히 엑스포츠TV의 주장에 동조하는 시청자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중계권을 확보한 경기라 하더라도 관심이 적은 경기에 대해서는 자사 케이블 채널로 중계를 돌리거나 아예 중계를 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며 이번 엑스포츠TV를 통한 케이블 독점 중계를 반기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아시안컵 중국과의 3-4위전은 지상파 3사가 모두 중계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준결승전 패배(대 사우디 1대 2 패)로 인한 시청자들의 관심 저하를 이유로 중계가 되지 않았고, 월드컵 이후 박지성, 이영표, 이천수가 해외리그에 진출했을 당시에도 중계권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등의 모습으로 축구팬들의 빈축을 사는 등 자사의 이익(시청률)에 반하는 경기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 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시청자들이 '원하는 중계'를 해야 한다


이번 지상파와 케이블TV간의 스포츠 중계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어느 쪽이 진짜 시청자들을 위한 스포츠 중계를 하느냐에 따라 ‘명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지난 2002년 월드컵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던 지상파 3사는 올 6월에 있을 독일월드컵을 겨냥한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직후 ‘CU@K리그’ 라는 축구팬들의 간절한 외침에 대해 지상파 3사는 국내 프로리그 중계외면, 특정팀 몰아주기식 중계, 그리고 국내 리그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 등으로 ‘화답’(?) 했다.


결국 지난 3년여의 철저한 ‘외면’은 독일월드컵을 앞두고서야 다시 적극적인 ‘구애’로 돌변했고, “축구는 OOO” 라는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시청자들과 축구팬들이 다시 속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 축구에 관한 네티즌들의 의견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사커월드’에는 SK의 월드컵을 이용한 ‘앰부시(ambush)마케팅’이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2002년 ‘오 필승코리아’를 부르며 일약 톱가수 대열에 들어선 윤도현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와 독일 현지 거리 응원 추진 등은 불과 몇 일전 10년 역사의 축구단 ‘부천’과 부천 축구팬들을 헌신짝 버리듯이 버린 그들의 행태와는 너무도 상반된 것이어서 더욱 비난의 목소리는 거세다.

결국 이번 중계권을 둘러싼 논쟁 역시 4년마다 한번 씩 열리는 월드컵 등의 특수를 얻기 위해 시청자들과 스포츠팬의 눈과 귀를 가리는 쪽 보다는 한결같이 스포츠 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을 위한 중계를 할 수 있는 쪽의 손을 들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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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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