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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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 양희은 "여성·남성 구분하지 않는 시대 오길"[엑's 현장]

기사입력 2019.06.04 17:50 / 기사수정 2019.06.04 16:47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20년이란 긴 세월 동안 한결같이 청취자의 곁을 지켰다. '여성시대' DJ 양희은 이야기다.

매일 오전 9시 5분에서 11시에 전파를 타는 MBC 표준FM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의 DJ 양희은이 진행 20주년을 맞아 역대 9번째로 골든마우스상을 수상했다. MBC 라디오는 1996년 골든마우스상을 제정하고 20년 이상 공헌한 DJ에게 수여하고 있다.

양희은은 1999년 6월 7일 ‘여성시대’의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 20년간 진행하는 동안 방송된 편지는 약 5만 8천여통, 방송한 시간은 14,600시간, 김승현, 전유성, 송승환, 강석우, 그리고 2015년 7월 발탁된 서경석까지 5명의 DJ와 함께 했다.

양희은은 4일 서울 마포구 상암MBC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20년이란 세월을 맞을 줄 몰랐다. 20년을 목표로 시작했다면 절대 못 한다. 그저 1~2년 생각했다. 사연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마침 갱년기 때라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언제까지 해야 하나 하면서 지나오다 보니 20년이 됐다.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 그런 얘기를 했지만 밖에서 볼 때는 '20년, 와' 하겠지만 내게는 그냥 하루하루가 쌓인 것일 뿐이다. '여성시대'는 이세상 어느 대학보다, 여성시'대'에서 학사 학위를 따고 또 따면서 공부하는 기분이 든다"며 소회를 담담하게 밝혔다.

양희은이 생각하는 '여성시대'가 31년 째 장수 프로그램으로 사랑받는 힘은 "청취자의 진심어린 사연"이다. "'여성시대'는 사심이나 욕심을 갖고 글을 보내는 곳이 아니다. 가슴으로 쓰는 편지다. 하소연할 곳이 없어 그냥 쓰고 정리도 하고 털어놓으면서 보내주는 사연이다. MC로서의 기술은 별로 필요가 없다. 다만 전달을 정확히 하려고 애썼다. 사투리가 들어가면 사투리도 섞는다. TV에서 사투리를 쓰는 배우들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여성시대' MC는 전달만 잘하면 된다. 비결도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할까. '여성시대'의 힘은 편지를 써서 보내는 사람들의 가슴에서 온다고 믿는다"고 이야기했다.

양희은은 "털어놓지 못하는 얘기를 털어놓는 그 가슴이 뭔지 알아듣는 사람이 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할 때 자기 객관화가 가능해진다. 그렇게 매 맞는 아내는 쉼터로 아이를 데리고 나올 용기가 생긴다. '여성시대'를 그만둬야지 하면서도 깨달은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어깨동무, 연대가 거대하게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라디오가 갖는 힘이다. '저런 어려움이 뭔지 나도 알아' 할 때 일어나는 공감의 파도가 여성시대의 힘이자 위로가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가볍게 날아가는 사연보다는 묵직하게 감성을 누르는 사연이 많았다. 내 갱년기와 겹쳐 너무 힘들었다.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했다. 사람들이 날 O형으로 오해하는데 A형이다. 사연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점이 제일 힘들었다. 남편은 그대로 있는데 아침에 만나는 남자 DJ가 5명이나 바뀌어서 내가 팔자가 센가 싶기도 했다. 언제까지 할 확신은 없다. 자유를 찾기 위해 계약도 안했다. 그만두면 그만두는 거다. '여성시대'라는 자리를 힘으로 휘두르려고 하면 마이크를 놓아야 한다. 청취자에게 충고하거나 가르치게 되면 내려놓아야 한다. 주위에도 내가 그렇게 되면 질타를 해달라고 말했다"며 '여성시대'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DJ로 20년을 살아오면서 생활 패턴도 오롯이 '여성시대'에 맞춰졌다. "결혼하고 새벽반 어린이가 된 거다. 오전 6시에 남편이 가게에 나간다. 아침을 챙겨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새벽에 밥 짓는 게 몸에 배어 있었다. 저녁에는 노래하는 스케줄 외에는 밖에 나가서 누구를 만나지 않는다. 생활 패턴이 그렇다. 친정엄마를 모시고 남편과 살다 보니 일 외에는 바깥 외출도 안 한다. 일상 시간표가 굉장히 단순화됐다. 어쩌다 공연하고 늦게 집에 와서 자는 시간이 모자라면 (라디오에서) 혀가 꼬이거나 발음이 부정확해진다. 완전히 아침 반이다. 결혼하기 전의 야행성 생활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언급했다.

1975년 UN에서 세계 여성의 해를 선포, 그 뜻을 받아들인 MBC 라디오 1975년 '임국희의 여성 살롱‘이 탄생했다. 1988년 ’여성시대‘로 이름이 바뀌어 현재까지 31년 째 사랑받고 있다.

양희은은 "여성의 이름을 내건다는 건 그만큼 치우치고 메울 곳이 많고 아픔이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어떤 분은 왜 '여성시대'는 엿새를 하고 '남성시대'는 하루를 하냐며 화를 낸다. 여러 면에서 처지는 게 보여 여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가는 거다. 여성시대, 남성시대로 구별이 안 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그냥 사람 시대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금선 작가는 "MBC 라디오에서 당시 여성들을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텐데 돌아보니 여성, 남성을 구분하진 않았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약자라면, 소수자라면 마음을 나누고 싶은 거다. 오히려 남성들이 투박하게 편지를 써 보내줬을 때 여성들도 많이 감동하더라. 굳이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를 위한 시간이라고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여성시대' DJ로서 계획을 묻자 "연예계 생활 49년 동안 내가 무엇을 하겠다 하는 건 없었다. 발등에 떨어진 불, 어떤 노래를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 밖에 없었다. 노래도 20대까지 할 거로 생각했는데 60대 후반까지 하는 걸 보면 사람이 뭘 안다고 계획하고 거기에 맞춰 뭘 할까 싶다. 라디오를 20년 했다. 그건 내가 그만큼 '여성시대'를 사랑했다는 거다. 힘들고 지치고 고단해도 '여성시대'를 해왔다는 건 긴 세월의 짝사랑 같다"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날 양희은의 파트너 서경석도 자리에 함께 했다. 서경석은 "양희은 선생님 옆에서 배우면서 무럭무럭 자라는 4년차 DJ다. 가장 많이 배우는 점 중 하나는 어마어마한 프로 정신이다. 시간 관념이 철저하다. 특히 식사 시간을 절대 미루거나 당기지 않는다. 정확하게 정한 시간에 정한 양을 먹어야 다음 일로의 진행이 가능하다. 그런 철저함이 원동력이 됐다. 자기가 정한 규칙을 어기지 않으려는 자세를 높이 산다. 양희은의 5번째 남자여서 영광이다. 50번째 남자여도 감사하면서 앉아있지 않을까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서경석은 "밤에 잠이 잘 안오더라. 친누나가 큰일을 치르는 전날 밤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을 못 이뤄 눈이 충혈됐다. 설레고 여러가지 생각이 오고 갔다. 짧은 시간이지만 연예인 선배, 인생 선배, 진행자 선배로서 누님을 존경하고 있다. 누님 옆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기쁨을 나눴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김한준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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