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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드라마 도전,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마음"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3.25 14:30 / 기사수정 2019.03.25 22:01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박찬욱 감독이 '리틀 드러머 걸'을 통해 첫 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다. 29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인 왓챠플레이를 통해 공개되는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을 통해서는 방송용 드라마에 미처 담지 못했던 장면들에 섬세함을 더해 시청자들을 만난다는 계획이다.

박찬욱 감독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국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 인터뷰를 갖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박찬욱 감독의 첫 미니시리즈 연출작인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앞서 지난 해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영됐다. '박찬욱 감독의 놀라운 TV 데뷔' 등 공개 이후 외신의 열띤 호평을 얻은 바 있다. 특히 이 작품에는 플로렌스 퓨,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마이클 섀넌 등이 출연해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호연을 펼쳐냈다.

박찬욱 감독은 "긴 세월동안 작업을 해왔는데, 또 영화와는 조금 다른 느낌도 있다"고 웃으며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과 함께 한 시간을 떠올렸다.

"영화는 언론시사회나 VIP시사회 같은 것을 하고 나면 '내가 이 작품과 헤어지는구나' 그런 실감이 나잖아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 같은 경우는 그런 기회가 없어서 뭔가 아쉬운 기분도 들었고요. 그런데 또 이렇게 한국에 다시 와서 인터뷰를 하며 얘기를 하니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네요.(웃음)"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은 총 6부작으로 만들어졌다. 그 때 그 때의 상황을 마주하며 시간과 움직임 등 모든 것들을 더욱 고민해야 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세 편 분량을 총 81회차로 찍었어요. 영국, 그리스, 체코 등에서 촬영을 했는데, 빨리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죠. 영국에서만 계속 찍는다고 하면 손발을 맞춘 사람들과 계속해서 찍으면 되지만 그리스나 체코에서는 새로운 사람들과 또 호흡을 맞춰야 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초기에는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죠. 그런 상황부터가 도전이었어요"라고 떠올렸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일단 촬영 후 모니터를 재생해서 다시 보지 않고, 현장 편집도 하지 않았죠. 조명은 김우형 촬영감독이 아주 영리하게 설계를 해서, 시간도 줄이면서 아름답게 만들 수 있었어요. 사실 촬영이 끝날 시간이 되면 거의 숨이 넘어갈 만큼 초조해지는 상황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래도 김우형 촬영감독 덕을 많이 본 것 같다고 생각해요. 진짜 빠르게 움직여줬거든요.(웃음) 그래서 이후에는 저도 농담으로 한국의 프로듀서들에게 '난 이제 다 할 수 있다, 적은 예산으로도 빨리 찍는 것까지 다 할 수 있다'고 말하곤 했죠.(웃음)"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6부작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무엇을 줄일 것인가'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을 이어갔다.

"무엇을 빼고 무엇을 그대로 두느냐의 선택은 감독이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드러내는 것이잖아요. 로맨스 부분에서는 그런 면이 희석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장면들을 더 많이 만들었어요. 그렇게 하고 보니 두 남녀 사이의 장면에서는 원작보다 훨씬 더 유머도 있고 따뜻하고 달콤한 느낌이 있죠. 원작에 없는, 구체적인 상황들을 넣은 부분들이 있고요."

적재적소에서 제 몫을 해내는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은 박찬욱 감독에게 힘을 더해주는 부분이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뮤즈'라고 불릴 만큼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을 통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는 플로렌스 퓨는 찰리 역을 맡아 스파이와 배우라는 이중적인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며 사랑, 분노, 연민 등 복합적인 감정을 겪는 인물의 내면을 성공적으로 표현했다.

박찬욱 감독은 "(찰리 역은) 모험심과 호기심, 용기, 대담함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며 "원작과 드라마에서 모두 찰리라는 사람은 이 위험한 일에 꼭 참여해야 할 이유가 사실 없어요. 자기가 선택할 수 있었고, 언제든지 빠져나가려면 빠져나갈 수 있는 작전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계속 이 위험한 쪽으로 선택을 해나가는 것에 있어 플로렌스 퓨 같은 배우가 연기한 것이 아니라면, 관객이 계속 (상황들에 대해) 질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캐스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플로렌스 퓨를 이 작품에 캐스팅하고 나서 다시 만났을 때, 이 친구라면 관객이 적어도 그런 질문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보기에도 굉장히 용감해 보이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같잖아요.(웃음)"


박찬욱 감독은 글로 읽었을 때 잘 실감나지 않았던 부분들이 영상을 통해서는 확실히 더 생동감 있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상 부분이나, 말투나 억양을 바꾸고 태도를 다르게 하는 모습이 소설로 봐서는 잘 그려지지 않잖아요.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는 이것을 잘 보여줄 수 있죠. 특히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은 왓챠 플랫폼을 통해 보면 더 좋은 것이, 반말과 아닌 말들의 차이까지 자막으로 잘 표현해놓았거든요. 한국 시청자들이 봤을 때 아마 제일 좋을 것이에요.(웃음)"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드라마 연출에 나서며 느꼈던 마음들도 다시 한 번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 이후로 항상 와이드 스크린 시네마스코프를 써왔고, 스스로도 그것이 가장 좋은 비율이라고 생각해왔어요. 옆으로 긴 화면이 인간의 시야에 맞다고 생각하고 주장해왔던 사람인데, BBC는 16대9 비율만 허용한다고 했을 때, 초창기였지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라고 웃으며 "그런데 또 모니터를 그렇게 맞춰놓고 보니 그 화면에 맞는 미장센, 구도가 나오더라고요. 그럼 그것이 가장 좋은 비율이 되는 것이고요. 아쉬운 점도 있지만, 와이드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을 보기에) 가장 적합한 최적의 상태는 지금일 것이에요"라고 말을 이었다.

또 "가장 많이 고민되는 것은 분량이죠"라며 "플랫폼의 형식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다만 130분 정도에 맞춰서는 도저히 넣을 수 없는 분량의 스토리를 다뤄야 하니 TV 드라마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든 시리즈로 갈 수밖에는 없겠다는 생각은 하죠. 많은, 긴 문장이 담긴 스토리를 꼭 하고 싶은게 생긴다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쪽으로 가야 할 것 같고요. 하지만 그 안에서도 또 '극장 상영'이라는 부분은 제게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플랫폼을 선택할 때도 한 번 더 고민하게 되는 것이고요. '극장 상영' 부분은, 잃지 않고 싶은 부분이기도 해요"라고 전했다.

충무로는 물론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표 감독으로, 1992년 '달은...해가 꾸는 꿈'의 연출을 시작으로 '공동경비구역 JSA'(2000),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2013), '아가씨'(2016)까지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만들어왔던 그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많은 기대들에 대해서도 부담과 책임감을 느끼는 부분이 당연히 있다고 얘기한 박찬욱 감독은 "그래서 어떻게든지 '리틀 드러머 걸'도 감독판을 만들겠다고 나섰던 것이기도 해요. 방송판으로만 남는다면 아쉬움이 많았겠죠"라고 밝혔다.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고 말씀드렸듯이, 방송판은 후반 작업 시간 자체가 너무 짧았어요. (방송판의) 편집 자체도 제가 원하던 것과는 좀 다른 것이었지만, 그래서 감독판 편집을 하면서도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미술이나 음향, 모든 것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던 것이에요. 긴 시간 동안 외국에 머물면서, 한국에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죠.(웃음)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한두 달을 더 매달려야 하는 힘든 일이었거든요. 그럼에도 꾹 참았던 것은, 이 작품은 정말 이렇게 '작품'으로 남아야 한다는 욕심 때문이었어요."

차기작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박찬욱 감독은 2012년부터 쭉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미국 서부극 스릴러 '브리건즈 오브 래틀버지'에 매튜 맥커너히를 주연으로 캐스팅해 연출에 나설 것이라는 외신이 전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보도된 내용은 거의 사실인데, 투자 확정이 안됐어요"라고 웃으며 "투자 확정이 되면 그렇게 된다는 이야기죠. 제가 실제로 정말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고 있어요. 심지어 오늘 새벽까지도 작업을 했거든요. 예산이 높아서, 제가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 작품이에요. 남성적이고 폭력적인 이야기죠"라고 차분하게 덧붙였다.

한국에서 준비 중인 차기작 계획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박찬욱 감독은 "형사가 나오는 미스터리 수사 드라마로, 로맨스도 있어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일 것입니다"라고 전해 기대를 높였다.

박찬욱 감독의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은 29일 전 세계 최초로 왓챠플레이를 통해 6편 전편이 공개될 예정이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왓챠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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