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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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G’학개론] 제2장. 왜 LG를 떠나면 잠재력이 폭발하나

기사입력 2015.12.04 06:04 / 기사수정 2015.12.03 17:29

이은경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진태, 조희찬 기자] 한 두 번이라면 그저 ‘우연’이라고 하겠지만, ‘탈G효과’의 성공사례는 매우 오랜 기간 동안 매우 강한 임팩트를 주면서 이어져왔다. 대체 왜 LG만 떠나면 기다렸다는 듯 잠재력이 폭발하고, 잘 풀린 것일까.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들어봤다.


 
#1. ‘몬스터’ 잠실구장이 원인이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잠실야구장”이라고 했다. KBO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은 타자들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LG의 투수들이 타팀으로 이적해서 잘 나가는 경우는 별로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같은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의 경우 왜 ‘탈 두산 효과’가 없을까. 전문가들은 이를 육성 방향의 차이 때문으로 본다.
안치용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두산 같은 경우는 정수빈, 이종욱처럼 빠르고 수비를 잘 하는 야수나 박건우, 정진호처럼 중장거리포를 갖춘 선수를 찾아왔다. 반면 LG는 박병호, 이성열, 정의윤 처럼 잠실구장을 넘길 수 있는 선수들을 선택했다. LG의 거포 영입은 결국 실패했다. LG는 최근에는 임훈이나 안익훈처럼 빠른 선수들을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야수 출신인 안 위원은 “잠실구장 자체가 야수들에겐 부담이 크다. 펜스 앞에서 잡히는 타구가 나오면, 타격폼이 전체적으로 무너지게 된다. 일례로, 정의윤은 원래 밀어치는 홈런이 거의 없는 선수였다. 그런데 SK에 가더니 2~3개 나오더라. 그만큼 자신감이 생겼다는 증거다. LG건 두산이건 전반적으로 잠실구장을 떠난 타자들은 80% 정도가 성공한다”고 했다.
 
#2. 트레이드 자체의 효과도 있다
 
모든 선수들이 팀을 옮기면 기분전환 효과를 본다. 안치용 위원은 “트레이드를 한다는 건 그 팀에서 꼭 필요하니까 쓰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거다. LG에 있던 유망주들이 ‘내일 못하면 2군에 가겠지’라는 불안감에 위축이 됐다면, 트레이드가 되면 확실한 자기 자리가 있다는 안정감을 느낀다. 안 위원은 “트레이드로 선수를 데려와 놓고 1~2경기 못 한다고 바로 2군에 보내는 팀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LG라는 팀의 특수성 때문에 트레이드 효과가 더 커졌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LG는 그동안 올스타급의 쟁쟁한 선수들이 주전 라인업을 지배하고 있었다. 최근 1~2년 사이에야 그 선수들이 30대 중반이 됐다. 이전에 LG에 입단했던 거포 유망주들은 그 틈을 뚫기가 어려웠고, 1군에 콜업돼도 늘 불안에 떨어야 했다. 안치용 위원은 “젊은 선수들이 LG에서 성장통을 겪고, 가능성이 터질 시점에 이적한 경우가 많았다. 만약 LG가 참을성을 갖고 지켜봤다면 그 선수들이 LG에서 터졌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3. 장기 육성전략이 없고, 궁합도 안 맞았다
 
민훈기 해설위원은 “결과론적으로 보면, 잠실구장에 더 적합한 야구를 하는 팀은 LG가 아니라 두산이다. 두산은 선수 육성 전략을 ‘뛰는 야구’ ‘수비 야구’에 맞춰서 그 덕을 봤다”고 했다. 반면 LG는 확실한 컨셉트를 갖고 장기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했다. 안치용 해설위원은 “LG에 좋은 유망주들이 많았는데, 그걸 키워내지 못한 건 현장의 몫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선수를 육성할 순 없다. LG는 최근 몇 년간 코칭스태프 변화가 너무 잦았다. 감독들이 금방 교체돼 선수들이 육성 방향을 따라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LG와 유망주들 간의 ‘궁합’도 문제가 됐다. 보통 팀과 선수의 궁합이라고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케미스트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그렇지 않다. 안치용 위원은 “그팀의 취약포지션과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딱 겹치는 것, 그게 바로 팀과 선수의 궁합이다. 정의윤이 SK로 갈 때 SK에는 우타 외야수가 없었다. 그 빈 틈을 정의윤이 메워줬다. 예를 들어 넥센에 엄청난 1루수 유망주가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올 시즌에 박병호를 밀어내고 뛸 수 있었겠나. 그런 게 바로 궁합이다”라고 설명했다. LG의 경우, 그 동안 ‘궁합이 안 맞는 유망주’들이 너무 많았다.
 
#4. ‘지도자 심리 요소’가 낮다
 
스포츠심리학 박사 조수경씨는 ‘탈G효과’의 원인을 ‘LG 구단의 지도자 심리요소가 낮기 때문’이라는 스포츠심리학 전문 용어로 설명했다.
조 박사는 “이론적으로 ‘경기력’은 4가지 요소가 상호작용을 해서 나온다. 기술, 체력, 심리, 운이다. 그런데 LG에 입단하는 선수들이라면 기술과 체력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다만 심리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 부문에서 굉장히 큰 요소는 ‘지도자 심리요소’이며, 이는 감독 및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구단 프런트 및 수뇌부까지 통틀어 포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박사는 “지도자 심리요소가 낮을수록 해당 팀의 선수들은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며, 이건 스포츠심리학 이론으로 증명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스포츠 관계자들이나 팬들은 팀의 감독 한 명이 바뀌거나 능력이 뛰어난 선수 한 명이 새로 오면 성적이 금세 올라갈 것으로 막연히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지도자 심리요소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감독이나 단장 한 명이 좌지우지하는 게 아니라 구단 프런트와 임원, 감독과 코치 하나하나까지 복잡하게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잘 하는 팀은 선수가 빠져나가도 잘 하는 반면, 못 하는 팀은 아무리 새 얼굴을 투입해도 계속 못 하는 것이 바로 지도자 심리요소가 낮기 때문이다. LG가 그동안 ‘지도자 심리요소’가 낮았다는 자세한 증거와 설명은 다음 장에서 계속 이어진다.
 
parkjt21@xportsnews.com /사진=엑스포츠뉴스DB

<‘탈G’학개론> 전체 강의듣기
제1장. ‘탈G효과’의 성공사
제3장. LG의 화려한 사건사고사
제4장. 자조? 조롱? 프로야구의 새 콘텐츠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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