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계의 화두는 이재용 삼성 회장의 현장 방문이었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그는 '국정농단 사건' 유죄 판결로 취업이 제한된 상태였다. 그러나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돼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가능해진 뒤 활발할 현장 경영을 펼쳤고, 이는 재계와 경제계를 넘어 대한민국의 큰 이슈가 됐다.
지난해 8월 19일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에 참석, 삼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로 첫 테이프를 끊은 이 회장은 그 다음 방문지로 삼성엔지니어링을 선택해 시선을 모았다.
삼성은 오랜 기간 반도체와 가전 등 전자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이에 더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바이오 산업, 삼성SDI 같은 2차 전지가 최근 각광받은 터라 건설 중심의 삼성엔지니어링 방문은 의외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건설사업 '네옴시티'에 삼성이 참여하는 것을 염두에 둔 행보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어지는 가전, 협력업체, 해외사업장 방문 등 이 회장 복권 뒤 그의 동선은 삼성은 물론 산업계에 던지는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 '뉴 삼성'이 화두가 됐다.
그 뿐 아니다. 이 회장은 가는 곳곳마다 임직원들과 스킨십을 펼치며 낮은 자세에서의 리더십으로 화제를 뿌렸다. 삼성 직원들이 휴대폰을 꺼내 이 회장과 함께 셀카를 찍고, 화상전화로 가족들에게 이 회장과 만난 것을 알리는 장면은 연일 미디어에 오르내렸다.
그가 입은 40만원짜리 점퍼가 순식간에 동이 나기도 했으니 이 회장이 어느 새 대기업 총수 이상의 한국 사회 대표적 셀러브리티가 됐다는 느낌도 받는다.
이처럼 이 회장이 한국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광폭 행보를 선보이면서 다음은 어디를 갈지 주목하는 시선도 꾸준하다.
사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등이 산업 일선 현장이 여전히 남아 있다. 아직도 그가 갈 수 있는 곳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 회장이 늦지 않은 타이밍에 스포츠 현장에도 들렀으면 하는 희망도 숨길 수 없다.
그 현장은 조만간 동계 담금질에 들어가는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오키나와 전훈지도 좋고, K리그 수원블루윙즈 국내 전훈지도 좋다. 아니면 남자프로농구 삼성 썬더스나 여자프로농구 삼성블루밍스, 혹은 대전 삼성화재 배구단 경기장도 좋을 것 같다.
스포츠계가 이 회장이 새해 경기장을 한 번 찾는 것만으로도 삼성 스포츠단은 물론, 침체에 빠진 국내 스포츠계 전체에 큰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어서다. 그 만큼 이 회장의 경기장 방문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6~7년 전 국정 농단 사건과 맞물려 삼성은 스포츠계에서 더더욱 손을 떼는 상황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사를 포기했고, 프로구단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줄이고 있다. 일각에선 애플이나 테슬라가 스포츠단 운영하지 않는 점을 들어 삼성이 수백억원을 꼭 스포츠에 써야하느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하지만 삼성이란 기업이 1938년 설립된 뒤 한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항상 성장 동력을 찾았고, 국민적 성원도 적지 않게 받았다는 점, 3년 전 별세한 이건희 전 회장이 한국을 대표하는 IOC 위원으로 재임하면서 스포츠계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과 한국스포츠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한국 스포츠가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장에 관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긴 생존의 터널을 이제 막 빠져나왔다는 점에서도 이 회장이 스포츠계에 힘을 실어줄 만하다. 이제는 국민들이 TV가 아닌 스포츠 현장을 찾아 응원할 준비가 돼 있다.
아울러 그가 경기장에 나타나는 것은 삼성이 운영하는 여러 구단들이 다시 업그레이드를 이룰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지금 국내 프로스포츠는 대부분 종목이 질적 하락에 직면한 상태다.
그 이유엔 삼성이 관심을 줄이면서 프로야구든 프로축구든 경쟁의 세기가 떨어진 것도 한 몫한다. 예전처럼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 지출을 원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다만 필요한 투자와 선진 지도자 영입, 운영 시스템 재정비를 통해 '삼성' 이름을 단 구단들이 국내 스포츠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2015년 당시 이 부회장이 가족들과 잠실야구장을 찾아 한국시리즈 삼성-두산전을 즐기고,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인사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많은 야구팬들이 그의 관심을 반겼고 환호했다.
이제는 'JY'로 불리며 더 친근해진 이 회장이 야구장이든 농구장이든 전훈지든 점퍼를 입고 웃으며 선수들 땀 흘리는 것을 지켜보는 날이 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