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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대표팀의 미래를 이끌 'MF 듀오' 기성용-박현범

기사입력 2009.03.25 10:48 / 기사수정 2009.03.25 10:48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대한민국의 10년을 책임질' 대형 미드필더 듀오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4월 1일에 있을 북한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위한 대표팀 명단에 이제 겨우 약관의 나이를 넘긴 두 선수의 이름을 동시에 포함시켰다. 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두 젊은 재능에 관한 이야기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상에 이름을 알리다

2007년 3월, 터키를 2002한일월드컵 3위로 이끌었던 '명장' 세뇰 귀네슈이 FC서울의 감독으로 부임한 뒤 첫 K-리그 경기를 가졌다. 많은 축구팬은 K-리그 점령을 선언한 귀네슈 감독이 서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했다.

처음에는 기존의 K-리그 선수들과는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의 돌파와 화려한 공격력을 보여주는 겁없는 19살 신인 이청용이 눈에 띄었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이을용,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에 성공한 이민성도 있었다.

그러나 경기가 진행될수록 사람들은 묵묵히 중원에서 공을 따내고, 명민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전진패스를 보여주는 낯선 미드필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범상치 않은 활약에 그의 신상명세를 들쳐본 이들은 저 빠른 선수가 187cm나 되며, 이청용보다도 한 살이 더 어리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됐다. 이후 그는 서울은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망주로 떠오르게 된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 뒤, 마찬가지로 갓 스무 살을 넘긴, 194cm라는 큰 키에 어울리지 않게 여드름도 채 가시지 않은 다른 한 청년이 수원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부상을 당한 팀의 간판스타 백지훈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당시 대표팀과 수원의 주장이었던 김남일의 등번호 5번을 물려받은 그의 옆에는 K-리그 최고의 홀딩 미드필더 조원희가 서있었다. 이제 겨우 프로에 들어선 신인에겐 모든 것이 버겁게만 느껴질 상황. 긴장할 법도, 어리숙할 법도, 두려워할 법도 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돋보였다. 놀라울 정도로 차분한 모습으로 중원을 장악했다. 간결하면서도 무언가 묵직한 느낌을 주는 플레이였다. 제공권은 물론이고 너른 시야를 바탕으로 전방의 볼배급도 곧잘 했다. 순간적인 공격가담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고 득점까지 올렸다. 그리고 스타 플레이어가 많은 수원에서 당당히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기성용과 박현범이 처음 한국 축구의 큰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다시 1년이 지난 2009년 3월,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북한전 대표팀 명단에 기성용과 박현범의 이름을 동시에 써넣었다. 드디어 기성용과 박현범이 함께 A 대표팀 태극 마크를 달고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MF 듀오'를 향한 첫 정식 항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장신임에도 빠른 기동력과 공수에 걸친 다재다능함을 가진 기성용과 박현범은 각각 스티븐 제라드(잉글랜드)와 파트릭 비에이라(프랑스)에 종종 비견되곤 한다. 더 나아가 이들은 보이는 기량 이상의 엄청난 잠재력으로 많은 축구팬으로 하여금 가슴 설레게 한다. '제라드'와 '비에이라'가 한 팀에서 뛰는 모습. 상상만 해도 즐겁다.
 
기성용과 박현범은 큰 키에서 비롯되는 압도적인 제공권과 어린 선수답지 않은 자신감과 여유, 안정된 수비력, 넓은 시야와 볼 배급 능력, 그리고 탁월한 공격가담 능력 등 비슷한 점이 많다. 각각 K-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이자 라이벌 관계인 서울과 수원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는 점까지 닮았다. 이들이 A 대표팀에서 함께 뛰는 것은 처음이어서 더욱 기대를 낳고 있다.

신고식을 앞둔 대형 미드필더 듀오


짧은 출전경력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대표팀에서 입지를 굳힌 기성용과는 달리 박현범은 A매치 데뷔전을 기다리는 '대표팀 신인'이다. 그러나  김정우가 경고 누적으로 북한전에 출전할 수 없고, 조원희는 잉글랜드 프리이머리그 위건에 진출했지만 데뷔전이 늦춰지면서 경기감각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박현범의 출장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북한은 원정경기에 대한 부담으로 실점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자기 진영 페널티 에어리어에 최대 7명까지 포진시켜 수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정무 감독이 유럽진출 모색으로 시간을 허비해 경기감각이 미지수인 이근호를 비롯해 기존의 정조국을 대신하여 배기종과 이상호를 선발한 것을 보면 북한의 밀집수비를 깨기 위한 허 감독의 고민이 엿보인다.

기성용과 박현범은 둘 다 수비력은 물론이고 공격가담능력이 탁월하다. 그렇기에 북한이 수비적인 태도로 경기에 임할 경우 이에 맞서 두 선수의 유연한 배치를 통해 공수밸런스를 유지하면서 공격자원을 늘리는 전술적 움직임이 가능해진다. 박현범이 뒤에서 수비의 1차 저지선을 형성하며 후방을 지원하고 기성용이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공격력을 극대화시킨다. 물론 그 반대의 움직임도 가능하다.

박지성과 이청용 양 날개의 활발한 측면공격에 수비가 몰릴 때 중거리 슈팅 등 '한방'이 있는 기성용과 박현범에게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역으로 두 선수가 중앙을 압박해줄 경우 양 측면에 공간을 창출할 수도 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킥력은 물론 제공권까지 갖춘 이들은 좋은 공격 옵션이기도 하다.

박현범의 기용은 전술적 측면뿐 아니라 대표팀의 미래를 내다보는 차원에서도 큰 의의를 갖는다. 같은 소속팀에서 뛰는 기성용과 한태유도 좋은 조합이다. 그러나 기성용 역시 지난해 각급 대표팀, 특히 국가대표팀에서의 맹활약을 통해 자신감을 얻으며 기량 발전의 속도를 높일 수 있던 점을 생각해본다면 허정무 감독으로선 성장 잠재력이 높은 박현범에게 기회를 주어볼 만하다.

당장은 대표팀 주전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박현범에겐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리고 기성용과 좋은 호흡을 과시할 경우 그들의 별명처럼 마치 제라드와 비에이라가 함께 뛰는 듯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드디어 함께하게 된 두 대형 미드필더 재목들. 이들의 보여줄 미래에 벌써 축구팬들의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전성호의 스카이박스] 대한민국 축구를 가장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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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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