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3 07:33
스포츠

[피겨 인사이드 - 세계선수권 특집 3] SBS 피겨해설 위원 방상아, "김연아는 언제나 우승 후보"

기사입력 2009.03.23 12:26 / 기사수정 2009.03.23 12:2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스케이팅의 붐은 방송 중계로도 이어졌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가 등장한 이후, 공휴일이나 심야 시간대에 편성되어 있었죠. 그러나 김연아가 나타나면서 피겨 스케이팅을 공중파를 통해 생방송으로 관전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김연아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오랫동안 피겨 스케이팅 중계를 내보내고 있는 SBS에는 9년 동안 피겨 해설을 해온 터줏대감이 있습니다. 피겨 팬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목소리가 있는 방상아(44) 피겨 스케이팅 해설위원을 수원탑동아이스링크에서 만나봤습니다.

22일부터 29일까지는 ISU(국제빙상연맹)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기간입니다. 대회가 치러질 미국 LA로 출국하기 전의 방상아 위원을 만나 뜻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Q :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제 곧 세계선수권대회가 벌어질 미국 LA로 출국하실 예정인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방상아(이하 '방'으로 표기) : 항상 설레고 기대되죠. (웃음) 예전보다 더 잘해보려는 마음도 강하고 우리 선수들도 잘해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피겨가 인기를 끌면서 피겨 중계도 늘어났지만 많은 분이 이 종목의 진가를 알아주시고 계셔서 보람이 커요.

Q : 피겨 중계가 예전보다 많아지면서 방 위원님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피겨 팬들에게 큰 지지를 얻고 계신데 실감이 나시나요?

방 : 다 연아 덕분이죠. (웃음) 9년 동안, 이 일을 해왔는데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느껴요. 항상 초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일을 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Q : 해설과 더불어 현장에서 지도도 하고 계신데 두 가지 일을 어떻게 병행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방 : 원래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지도를 해왔어요. 전문적인 선수들을 키우고 조련해 왔는데 피겨 해설을 맡으면서 두 가지 일을 병행하기가 힘들어졌어요. 피겨 중계를 다니다 보니 출장을 많아졌고 링크를 비우게 되는 날도 늘어났어요. 피겨 코치들은 온종일 선수들 곁에 붙어 있어야 하고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잖아요?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가르치는 대상을 전문적인 선수에서 일반인과 어린 아이 위주로 바뀌게 됐죠.

Q : 그럼 처음 코치를 시작하신 게 정확히 언제였죠?

방 : 89년도에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전임강사로 시작했어요. 제가 배출한 선수들도 꽤 많은데 모르셨나요? (웃음)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지금은 윤예지(14, 과천중)의 코치로 있는 전민주 선생이에요. 제 수제자 중 한 명이죠. 그리고 이동훈과 차오름, 석현아, 최영은, 조혜렴, 이유리 등도 지도했어요. 예전에 목동아이스링크에서 훈련한 선수들과 국가대표들 중, 저와 함께했던 선수들이 꽤 있었어요. 그리고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나영이(김나영, 19, 인하대)도 제 제자였어요.

Q : 방 위원님의 지도스타일은 어떤 방식이셨나요?

방 : 피겨가 집중력이 필요한 운동인 만큼, 엄하게 다스리는 부분은 반드시 필요해요. 하지만, 신혜숙 선생님 정도는 아니었고요. (웃음) 피겨란 스포츠는 매우 예민한 운동이기 때문에 방심하면 다칠 수 위험도 있어요. 그래서 선수들이 어느 정도는 긴장감을 유지해야 집중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는 엄한 면이 필요했죠. 물론, 피겨를 배우는 대상에 따라 지도 방식도 틀려져요. 초보자들은 무조건 즐겁게 타는 것이 우선이고 전문적인 선수들에게는 무섭게 해야죠. (웃음)



Q : 전문적인 선수들을 꾸준하게 조련해 오셨는데 꿈나무들로 지도 대상을 바꾸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방 : 한 2년쯤일 거예요. 동계 올림픽 중계는 거의 3주 동안 자리를 비워야 하기 하는데 그 기간 동안 선수가 코치로부터 훈련을 받지 못하면 문제가 생기죠.

Q : 수제자로 전민주 코치님을 꼽으셨는데요. 전 코치님은 현재 두 명의 촉망받는 유망주를 지도하고 계시잖아요? 윤예지와 이호정(남성초) 선수 등을 가르치시면서 지도자로도 인정을 받고 계신데요

방 : 제가 전 선생을 8년에서 9년 정도 가르쳤어요. 전에 국가대표로도 활약했고 꽤 잘하던 선수였어요. 트리플 점프로 토룹, 살코, 룹까지 뛰었었죠. 그 당시에 활동했던 선수들 중에서는 전 선생이 가장 정석적인 점프를 구사했었어요. 

Q : 이제 피겨 중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처음 피겨 해설가로 입문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방 : 93년도에 국내에서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가 개최됐었어요. 그때, SBS에서는 이 대회에서 해설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했고 어느 스포츠 PD분의 추천으로 제가 발탁됐어요. 제가 처음으로 해설을 했던 대회가 93년 주니어 월드였어요. 하지만 정성일(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17위)씨가 한동안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저는 코치 일에만 전념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그 분이 개인 사정으로 마이크를 놓고 해설 자리가 공석이 될 때, 제가 다시 추천을 받고 마이크를 들게 됐어요. 연아가 뜨기 전에는 피겨 중계가 주로 새벽에 편성됐었어요. 그리고 명절 때 특집 방송으로 나갈 때도 있었죠. 초기에는 피겨 방송이 이런 시간대에 전파를 탔지만 연아의 영향으로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왔어요. (웃음)

Q : 스포츠 중계 중에서도 피겨는 낯선 분야였습니다. 인기 종목인 야구나 축구의 경우는 워낙 중계가 많다 보니 유명 해설자 분들도 계속 나타나고 있는데 피겨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잖아요? 롤모델로 삼고 배워나가야 될 해설자가 계셨는지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 싶군요

방 : 예전에 타 방송사에서는 이인숙 선생님이 꾸준하게 피겨 해설을 하셨었어요.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세계선수권대회가 있으면 그분의 해설이 곁들어졌거든요. 저도 이 선생님의 해설을 들으면서 중계를 본 적이 있어요.

Q : 그런 선배님도 계시지만 피겨 중계가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본격적으로 길을 터놓은 해설자는 방 위원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작하실 적에는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방 : SBS가 ISU와 장기 계약을 하면서 방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처음에는 일 년에 중계가 네 번에서 다섯 번 정도라 해설이 별로 안 늘었어요.

Q : 그렇죠. 야구 같은 경우는 매일 하는 스포츠다 보니 지속적으로 해설을 해 경험도 많아지고 해설도 늘게 되죠. 그러나 피겨 스케이팅은 드문드문 경기가 열리다 보니 실전에서 학습을 할 기회가 적은 것 같습니다

방 : 맞아요.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띄엄띄엄 하다 보니 발전 속도가 더뎠어요. 그리고 해설에 대해 조언해 주시는 분도 없었던 점도 나름대로 힘들었죠. 내가 잘 못하면 경험이 있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그런 분들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처음은 방송이 낯설었는데 지금은 많이 편해졌어요.

Q : 방송 중계가 상당히 어려운 영역이고 피겨 스케이팅도 쉬운 종목은 아니잖아요? 아무리 피겨를 전문적으로 해오셨지만 어려운 종목을 순간적으로 캐치해 실시간으로 중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웠을 텐데요?

방 : 그렇죠. 요즘은 선수들이 연기할 플레이 리스트를 볼 기회가 있어서 그것을 참고하면 중계가 편해져요. 하지만, 이러한 자료 없이 막상 경기를 보게 되면 저도 모르게 헷갈리는 경우도 생기죠. 피겨의 특징은 한눈을 팔 수가 없다는 점이에요. 메모한 것을 잠깐 확인할 때, 경기 중인 선수가 기술을 구사해 버리면 조금 전에 구사한 기술을 놓치게  되요. 특히, 남자 선수 같은 경우는 트리플이 아닌 쿼드를 뛰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 점을 정확하게 포착해야 하는데 몇 초의 순간 동안 방심을 하게 되면 그 부분을 놓치게 되죠.

그럴 때는 당혹스러워요. 나중에 느린 화면을 보면 알게 되지만 경기를 슬로우 모션으로 하는 건 아니잖아요? (웃음) 그리고 플립(점프 도약 시, 왼발 스케이트 In Edge)과 러츠(점프 도약 시, 왼발 스케이트 Out Edge) 같은 경우는 구분하기 힘들 때도 있어요. 점프를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할 경우는 은근슬쩍 "삼 회전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넘길 때도 있죠. (모두 웃음)

Q : 방 위원님의 중계 파트너이신 배기완 아나운서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배 아나운서님은 SBS 스포츠의 간판 아나운서이자 피겨 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캐스터이신데요. 야구만큼이나 피겨를 애정 하시는 모습이 중계 중에 많이 드러나는 것 같은데요?

방 : 그럼요. 피겨의 매력은 한번 빠지면 절대로 헤쳐 나올 수 없다는 점에 있어요. 그리고 배기완 아나운서님의 특징은 개성도 강하시고 재미있으시잖아요? 저도 간혹 흥분을 하게 되는데 아나운서님과 함께 흥분하면 문제가 있으니까 전 되도록 참는 편이에요. (웃음) 배 아나운서님은 저에게 꾹꾹 누르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고 웃음도 참지 말라고 하셨어요. (웃음) 그리고 그분은 제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이 도와주시는 분이세요. 방송이 끝나고 나면 저에게 여러 가지 조언도 해주세요. "기회가 왔는데 왜 말을 못하세요?"라고 따끔하게 충고도 남기시죠. 아무튼, 배 아나운서님이 워낙 리드를 잘해주셔서 매우 편하게 방송을 하고 있어요. 
 
Q : 앞의 질문에서 피겨의 매력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겉으로 보기엔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굉장히 치열하게 하는 종목이 피겨 스케이팅이잖아요? 실전에서 선보일 단 한 번의 연기를 위해 피눈물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요

방 : 피겨는 올림픽에서 메달이 단 '한 개'밖에 없잖아요. 여러 가지 기술과 연기로 구성된 종목이 피겨 스케이팅이지만 결과물로 나오는 선물은 메달 하나밖에 없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욱 치열해지죠.



Q : 위원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올림픽 금메달을 정말 신이 내린다는 것이 맞는 표현 같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최고의 스케이터였던 미쉘 콴과 사샤 코헨(이상 미국)도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으니까요.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사라 휴즈(미국)가 올림픽 챔피언이 될 줄 그 누가 예상했을까요

방 : 저도 현장에서 직접 봤는데 사라 휴즈의 연기는 구 채점제에서는 통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신 채점제에서는 어림도 없는 연기였어요. 트리플 +트리플 점프를 구사했지만 정확한 점프가 거의 없었죠. 올림픽 금메달은 실력도 따라야 하지만 행운도 상당히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점을 볼 때, 정말 신이 내리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Q : 말이 나온 김에 질문 들겠습니다. 현재 신 채점제의 영향이 예전에 비해서 고무적인 현상을 많이 가져왔다고 보는데요. 구 채점제 시절과 달라진 부분을 말씀해주시죠

방 : 구 채점제는 신 채점제에 비해 주관적인 영향이 컸어요. 그때는 기술 점수와 예술 점수 두 부분으로 나누어졌었는데 예술점수는 심판의 주관적인 점수였어요. 그러다 보니 피겨에서 강세를 보이는 강대국 위주로 피겨의 흐름이 돌아갔어요. 하지만, 기술의 정확성과 가산점이 매겨지는 신 채점제가 이루어지고 난 뒤, 다른 국가들에게도 기회가 많이 제공됐어요. 보다 공정해지고 객관적으로 변한 거죠. 그리고 그때는 최고 점수가 6.0이었는데 지금은 한계점이 없잖아요? 점수가 계속 올라가고 세계신기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점이 피겨 팬들에게 흥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Q : 피겨 중계를 9년 동안 해오셨는데 이제는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기셨고 많이 편할 것 같습니다

방 : 이직도 멀었다고 생각해요. 피겨 팬 분들은 제가 편안하게 얘기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제가 즉흥적인 멘트는 약한 편이에요. 그저 제 성격대로 편하게 얘기를 해서 그런지 그런 쪽으로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요. 제가 전문적인 방송인이 아니라서 전문적인 멘트는 많이 부족해요. 그리고 때로는 하고 싶은 말도 있는데 이 말을 해야 할지 아니면 참아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할 때도 있어요. (웃음) 예전에는 좀 딱딱하고 정해진 대로만 해설을 했었는데 지금은 애드리브도 늘어났고 좀 더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 단점 중 하나가 우리나라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 제가 긴장을 해서 말수가 적어지는 거예요. (웃음) 지난 4대륙 대회 때를 예를 들면 연아의 트리플 룹 성공률이 연습 때는 100%였어요. 이번에는 정말 실전에서 룹을 뛰겠다고 확신을 했었죠. 그래서 세헤라자데 연기 시, 트리플 룹 시도 직전에 "할 수 있죠!"라고 말했는데 연아가 넘어졌잖아요. (웃음) 그 다음부터는 조심스러워졌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숨죽이고 지켜봤어요. (모두 웃음)

Q : 지금까지 방 위원님과 인터뷰를 하는데 너무 재미있거든요? 그동안 방송을 너무 얌전하게 하셨다는 느낌도 드는데요? (웃음)

방 : 어느 분이든 저하고 친해지면 제가 재치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아실 거예요. (웃음) 방송 도중 가장 재미있는 기억은 배기완 아나운서님의 멘트였어요. 지난 4대륙 중계 도중, 연아가 다니는 학교명을 가지고 재미있는 말씀을 하셨잖아요? '도장수리'라고 (큰 웃음) 그때 '펑!'하고 퍼져서 방송중인데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웃었어요. (웃음)

Q : 이제 선수 생활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어떤 계기로 피겨에 입문하게 되셨는지요?

방 : 저희 가족 중, 오빠가 먼저 스케이트를 탔었어요. 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아버지 말씀으로는 제가 6살 때, 오빠가 타는 것을 보고 저도 타고 싶다고 졸랐데요. 그래서 스케이트를 맞춰서 빙판 위에 들여보냈는데 아장아장 잘 다녔데요. 그래서 부모님들은 저한테도 스케이트를 배우게 했는데 당시 여자아이가 스케이트를 신으면 거의 피겨를 배웠었어요. 지금은 쇼트트랙이 활성화됐지만 그때는 남자 아이가 스케이트를 신으면 스피드로 가고 여자 아이는 무조건 피겨로 가는 추세였어요.

Q : 국가대표까지 지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코치님은 누구 신가요?

방 : 이인숙 선생님과 신혜숙 선생님. 이 두 분과 함께 오랜 세월을 보냈어요. 특히 신 선생님 같은 경우는 저로 인해서 처음 코치를 하게 되셨죠. 신 선생님은 링크에 들어서면 매우 무섭게 지도하시지만 밖에서는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제가 신 선생님에게 많은 것을 배웠지만 코치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고 각기 장단점이 있다고 봅니다.

Q : 피겨 현장에서 지도도 하시고 공중파 방송국에서 중계까지 하시는 입장이다 보니 최근 피겨 붐을 남다르게 느끼실 텐데요. 사실 지난 1월 초에 벌어진 종합선수권은 400명에 가까운 팬들이 고양시 어울림누리에 움집 했습니다. 아마추어 스포츠이고 별다른 홍보가 없었던 종목에 이렇게 팬들이 몰려들고 인터넷 중계까지 이루어진 경우는 드문데요. 이렇게 피겨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소감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방 : 방송국에서는 '겨울 축구'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엔 피겨가 우리나라의 민족성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피겨 안에는 굉장한 열정이 감춰져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열정은 단연 최고잖아요? 여기에 음악의 가락과 춤을 좋아하는 특징이 피겨를 좋아하게 된 원인인 것 같아요.

그리고 피겨는 인내심이 필요한 종목입니다. 지구력과 끈기가 동반돼야만 유지할 수 있는 스포츠가 피겨 스케이팅이죠. 인내와 끈기도 우리 민족의 특징이죠. 그리고 체형 상, 동양인들에게 유리한 스포츠가 별로 없는 데 피겨는 동양인들에게 유리한 점이 많아요. 유연하고 늘씬한 체형이 피겨선수가 갖춰야 할 조건이죠.

Q : 자, 이제 이 기사를 읽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시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번 세계선수권 여자 싱글부분에서 누가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일까요?

방 : (일말의 주저함 없이) 당연히 연아죠. 다른 선수들도 뛰어나지만 현재 연아의 실력은 압도적이에요.



Q : 그렇죠. 사실 김연아와 더불어 일본의 아사다 마오(19)를 라이벌로 꼽지만 사실 연아 선수의 최대 라이벌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점프, 스핀, 스파이럴, 표현력, 스케이팅 기술, 표정연기, 손끝 동작 등 피겨와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선수가 바로 김연아잖아요.

방 :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그렇죠! 연아가 뛰어난 점은 바로 거기에 있어요.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할지라도 모든 부분에서 장점을 가지긴 힘들어요. 하지만, 연아는 피겨와 관련된 모든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잖아요. 점프만 놓고 봐도 연아처럼 정확하고 멀리 뛰는 선수는 드물어요.

Q : 좀 예민한 질문 같지만 작년에 있었던 'Cup of China'때 김연아 선수가 '롱엣지(잘못된 점프)'를 받았잖아요. 점프 자체만 놓고 보면 큰 무리가 없었는데 매우 당혹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방 : 저도 현장에 있었지만 매우 당혹스러웠죠. 카메라 각도에 따라 엣지가 다르게 보일 수 있고 스케이트 자국과 궤적을 보면 롱엣지를 줄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롱엣지가 나타나는 선수는 뛸 때마다 실패율이 있어요. 잘못된 점프를 구사하다 보니 넘어질 확률이 높다는 거죠.

Q :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연아 선수는 트리플 플립에서 넘어지거나 실패한 적이 거의 없었잖아요?

방 : 그렇죠. 게다가 롱엣지는 확연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봐도 선명하게 보여요. 롱엣지는 길고 명확하게 잘못된 점프를 가리키고 어텐션(!로 표기, 애매모호한 점프)은 잘못된 점프가 짧게 나타나는 겁니다. 그런데 외국의 다른 선수들은 롱엣지가 심하게 나타나거든요? 그 점은 남자 선수들도 마찬가지에요. 과연 그 선수들과 연아를 비교해 볼 때, 연아에게 롱엣지와 어텐션이 매겨진 점은 이해하기 힘든 점이죠. 순수하게 경기만 보고 판단한 결과, 전 세계에서 연아만큼 정확하고 교과서적인 점프를 구사하는 선수는 희소하다고 봅니다.

Q : 지금까지 김연아 선수가 출전한 대회 중에서 가장 뿌듯했던 경기와 안타까웠던 경기를 말씀해주시죠

방 : 가장 뿌듯했던 대회는 우선, 2007 세계선수권대회였어요. 이제는 전설이 된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하고 기립박수를 받을 때, 그 전율은 대단했었어요. 그리고 올 시즌 첫 대회인 'Skate America'에 참가해 피겨의 중심지에 정상에 올랐던 기억도 생생하죠. 또한, 지난달에 있었던 4대륙대회 때는 연아가 연습하는 것을 보고 확신이 들었어요. "우리 연아는 너무, 너무 잘해"라고요. (웃음) 이 정도의 생각이 들면 끝난 거죠. (웃음)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월등하게 차이가 나는 연아의 모습을 보고 너무나 뿌듯했었어요.

저는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연아가 국제대회에서 우승할 거라고는 함부로 얘기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연아는 군계일학 했고 적수가 없을 만큼 발전해 있었어요.

Q : 제가 보기에도 김연아의 최대 적수는 아사다 마오가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벌 구도를 갖다 대면 나름대로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지지만 김연아의 진정한 라이벌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죠

방 : (계속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아요. 맞아요. 아사다 마오 선수도 최고의 스케이터지만 트리플 악셀이라는 큰 기술에 의지하고 있는 면이 크죠. 반면 연아는 피겨와 관련된 모든 것을 골고루 잘하잖아요? 한마디로 완벽한 거죠. 다른 선수들이 보면 얄미울 정도로요. (웃음) 모든 것을 잘하다 보니 트리플 악셀을 뛸 필요가 없어진 거죠.

Q :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의 전망을 간략하게 해주시고 팀 코리아의 멤버인 김연아, 김나영, 김민석(16, 불암고) 선수에게 승전의 메시지를 남겨주시죠

방 :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단연 연아에요. 연아는 항상 우승후보죠. (웃음) 그리고 나영이와 민석이도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실을 얻고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연아야, 너는 분명히 세계최고의 선수라는 것을 잊지 마라. (웃음)

Q : 장시간 소중한 말씀 감사 드립니다. 위원님이 전해주신 응원의 소리가 팀 코리아 선수들에게 힘이 되길 기원하겠습니다

방 : 네, 감사합니다.

현재 방상아 위원은 세계선수권 중계를 위해 미국 LA에 도착해 있습니다. 방 위원이 지닌 진솔하고 담백한 해설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 피겨 인사이드 세계선수권 특집이 계속 이어집니다.

[피겨 인사이드 - 세계선수권 특집 4] 팀 - 코리아(김연아, 김나영, 김민석) 후회 없는 연기를 펼쳐라

[피겨 인사이드 - 세계선수권 특집 5] 김연아,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무한대의 연기'

[사진 = 방상아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김연아, 미국 LA (C) 대니얼 리 기자]



조영준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