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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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정성화 "'개그맨 출신 배우', 꼬리표 아닌 장점이죠"

기사입력 2018.03.17 10:17 / 기사수정 2018.03.17 10:17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15cm의 킬힐을 신고 여장을 한 채 무대를 활보하는 정성화는 드래그퀸 롤라 그 자체다. ‘버건디는 육포, 권사님 가방, 레드는 섹스의 컬러'라고 능청스럽게 말하는가 하면, 도발적인 퍼포먼스로 ’섹스 이즈 인 더 힐(Sex Is In The Heel)‘을 소화한다. 

정성화는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아름다운 여장 남자롤라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아버지가 죽고 파산 위기에 놓인 구두공장을 얼떨결에 물려받은 찰리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또 한 번 롤라가 된 그는 “여장이 너무 재밌고 나와 잘 맞는다"며 고개를 끄떡였다.

"'롤라가 나와 잘 맞겠다', '내가 롤라를 표현할 때 잘 하겠다'는 확신이 들어 ‘킹키부츠’에 출연했어요. ‘섹스 이즈 인 더 힐’은 그중에서도 롤라가 가진 끼의 집합체를 보여줄 수 있는 넘버고요. (관객이) 징그러워하다가도 공연이 끝날 때쯤 저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일 때 제일 좋아요. 물론 공연이 끝나면 그로기(groggy) 상태처럼 힘들어요. 힐이 익숙하지 않은 남자가 15cm의 힐을 신고 3시간 가까이 공연하잖아요. 평소에 걸어 다니는 힘과는 다른 근육의 힘이 들어가고 자연스럽게 긴장으로 이어져서 2배의 힘이 들죠. 하지만 막상 무대에 오르면 작품 자체가 즐거워 힘든 걸 잊어버려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정성화는 개그맨 출신이다. '개그맨 출신 뮤지컬 배우', 그의 뒤에 따라오는 수식어다. 1994년 SBS 3기 공채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그는 ‘카이스트’, ‘개인의 취향’, 시트콤 ‘행진’ 등 드라마로 영역을 넓혔다. 이후 연극 뮤지컬에서 활약했다. 뮤지컬 '킹키부츠', '레미제라블', '영웅', '맨오브라만차', '라카지', '영웅. '스팸어랏', ‘아이러브유’,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등에 출연했다.

그는 "‘개그맨 출신 뮤지컬 배우’란 수식어를 떼어 내야 할 꼬리표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특징이고 굉장한 어드벤테이지”라고 이야기했다.

“개그맨을 한 지 얼마 안 돼 경쟁력이 없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들을 웃기는 재주가 없고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자연스럽게 도태됐죠. 그러다 우연히 ‘카이스트’에 출연하면서 극에서 재밌게 하는 게 내게 잘 맞는 방법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런데도 완벽하게 해야 할 게 많고 넘어설 산도 많은데 뭘 어떻게 넘어설지 계산이 안 되더라고요. 그렇게 도태되다가 앞으로 어떻게 살지 했고요.

그러던 중 연극을 한 편을 하게 됐는데 뮤지컬 거장인 설도윤 대표가 보러왔어요. 이를 계기로 신작인 ‘아이러브유’를 하게 됐고 공전의 히트를 쳤어요. 그렇게 뮤지컬이란 장르로 방향성을 가져가게 됐죠.” 

어느덧 베테랑이 된 정성화는 조승우, 김준수와 함께 티켓파워 TOP3로 꼽힐 만큼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각종 시상식에서도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며 최고의 뮤지컬 배우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남우주연상을 몇 개 탔다고 1등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상은 미래가 아닌 과거에요. 중요한 건 현재와 미래인데 자꾸 과거에 잡히거든요. 상을 받으면 퍼포먼스에 기대를 높이게 되고 기대치가 많아지니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실망치도 많아져요. 그래서 더 어렵죠."

화려한 트로피나 타이틀도 좋지만, 그보다 관객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인기는 물거품이란 걸 알게 됐다”며 미소지었다. 

“그때(틴틴파이브, 카이스트 시절)는 사람들이 알아보니 신기했어요. 여학생들이 소리 지르는 게 좋아서 일부러 여고 앞을 지나가기도 했고요. 인기라는 게 막연히 신기했고 탐닉했는데, 이제는 물거품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물론 완전히 초연해지진 않겠지만 인기를 위해 살아가려고 하진 않아요.”

인생의 그래프에서 하락과 상승을 경험하며 정상에 오른 그는 주위 사람에게도 조언을 해준다. 김영철은 최근 인터뷰에서 "라디오로 상을 받고 전체 청취율 3위를 기록했다. 꿈과 목표를 이루고 나서인지 조금 지치더라. 그때 정성화를 만나 '지친다'고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아직 1등 아니니 정신차리라'더라"고 말했다.

"(김)영철이와 맥줏집에서 이야기하는데 상을 받고 힘들다더라고요. 그래서 '넌 아직 1등이 아닌데 올라갈 곳이 없는 것처럼 얘기하면 어떻게 하냐 했어요. 저는 넌지시 얘기했는데 스스로 깨닫더라고요." (웃음)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고 관객이 사랑하는 배우가 된 정성화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하는 것, 믿고 보는 배우로 기억되는 거다. 

“할아버지가 돼도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러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해서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해야겠고요. 체력적인 부분에 심혈을 기울이고 실력도 스스로 개발하다 보면 오랫동안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저는 선택을 받는 사람이잖아요. 믿음직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매번 찾게 되고 매번 맛있는 설렁탕집 같이 믿을 수 있는 배우요. 무대에 서는 한 그런 배우가 되길 바라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로네뜨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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