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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스페셜] 클럽 그 이상의 클럽, '카탈루냐의 심장' 바르셀로나

기사입력 2009.01.09 09:29 / 기사수정 2009.01.09 09:29

안경남 기자



[엑스포츠뉴스=안경남 기자]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FC 바르셀로나는 축구 클럽 그 이상의 존재로 여겨진다. 과거 정치적 문제로 오랜 기간 고통을 받아 온 그들에게 바르셀로나는 일종의 대변인이자 쌓인 분노를 간접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탈출구로 사용되었다. 때문에 바르셀로나를 향한 카탈루냐 팬들의 충성심은 매우 특별하다.

2008/09시즌 프리메라리가는 '바르셀로나의, 바르셀로나에 의한, 바르셀로나를 위한' 시즌이 치러지고 있다. 17라운드가 현재 바르셀로나는 14승 2무 1패(승점 44점)을 기록하며 2위 발렌시아(승점 33점)에 11점 앞선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외적인 결과뿐만 아니라 내적인 전력도 탄탄하다. 무려 55골을 터트렸고 단 11골을 실점하는데 그쳤다.

39골을 터트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팀 득점 2위인 점을 감안한다면 올 시즌 바르셀로나의 공격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 수 있다. 지난 해 화제가 됐던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손예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카탈루냐의 심장, 'més que un club'(클럽 그 이상의 클럽) 바르셀로나를 소개한다.

클럽의 창시자, 갬퍼 그리고 '아시아 레전드' 알칸타라

바르셀로나의 출발은 18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2살의 젊은 스위스 청년 한스 갬퍼가 올린 대중지 광고를 보고 축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Football Club Barcelona'가 만들어졌다. 1902년 카탈루냐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며 서서히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바르셀로나는 선수와 구단주로 활약한 갬퍼와 함께 클럽의 기틀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갬퍼는 바르셀로나의 구단주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을 처음 건설한데 이어 점차 늘어나는 팬들을 위해 경기장을 증축, 최종적으로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레스 코트(Les Corts)을 마련했다. (레스 코트 1957년 누 캄프(Nou Camp)로 이전하기 전까지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으로 사용됐다.)

클럽 초창기 바르셀로나의 선수 구성 중 흥미로운 사실은, 팀의 주포로 활약한 선수가 필리핀 출신의 아시아 선수였다는 점이다. '파울리노 알칸타라' 라는 이름의 이 아시아인은 1912년 클럽 최연소 기록인 15살의 어리 나이에 데뷔전을 치른데 이어 357경기에서 357골을 터트리는 무서운 득점력을 자랑했다. 사실상 아시아 최초의 유럽파인데다 역대 최고의 레전드였던 셈이다.

이 밖에 바르셀로나에는 역대 득점 2위에 빛나는 조셉 사미티에르(326골)와 스페인의 전설적인 골키퍼이자 바르셀로나와 '숙적' 레알 마드리드간에 엄청난 이적파동을 일으켰던 히카르도 사모라 등이 팀을 이끌고 있었다. (프리메라리가 최고의 골키퍼에게는 '사모라상'이 주어진다.)



카탈루냐 말살정책, 레알 마드리드를 향한 '복수혈전'


1929년 프리메라리가 초대 챔피언에 오르는 등 거침없을 것만 같았던 바르셀로나에 브레이크를 건 사건이 발생했으니, 바로 리베라 독재정권에 의한 정치적 탄압이었다. 당시 독재정권은 카탈루냐 지방의 저항이 거세지자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을 6개월간 폐쇄시킨데 이어 1925년에는 갬퍼 구단주를 스위스로 강제귀향 시키는 등 매우 강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후 잠시 잠잠했던 바르셀로나는 1936년 파시스트가 일으킨 스페인 내란으로 인해 또 다시 오랜 핍박을 받아야 했고, 계속되는 카탈루냐 말살정책으로 인해 클럽의 이름을 변경하는 등 철저히 억압된 약자로서 지내야만 했다.

바르셀로나가 억압을 딛고 서서히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시기는 1944년 클럽의 레전드인 사미티에르가 지휘봉을 잡고 부터다. ‘사모라상’을 무려 5차례나 수상한 안토니 라말레츠와 ‘괴물 공격수’ 세자르 로드리게스를 내세운 바르셀로나는 1944/45시즌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건재함을 알렸다.

상승세를 탄 바르셀로나의 기세는 거침이 없었다, 1948~49년 첫 리그 2연패의 맛을 보더니 1952~53년 또 다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스페인 명문 클럽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클럽 최초로 1960년 ‘유럽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루이스 수아레스의 등장으로 바르셀로나는 본격적인 레알 마드리드 따라 잡기에 나설 수 있었다.

수아레스와 함께 이른바 헝가리 3총사라 불렸던 '산도르 콕시스-라디슬라오 쿠발라-즐탄 치보르'를 내세운 바르셀로나는 1958년 1960년 인터시티 페어스컵(UEFA컵 전신)을 들어 올리며 유럽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리그에서는 1959~60년 또 한 번의 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또한 1960/61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앙숙' 레알 마드리드를 꺾는 등 기분 좋은 행보를 이어갔다.



요한 크루이프의 등장과 '드림팀'


1960년 리그 우승을 마지막으로 10년 넘게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의 독주를 지켜봐야 했던 바르셀로나는, 1973년 팀에 입단한 '네덜란드의 영웅' 요한 크루이프의 합류로 인해 숨통을 트기 시작했다. 프랑코 정권을 비판하며 바르셀로나를 선택한 크루이프는 1974년 바르셀로나에 우승 트로피를 선사함과 동시에 발롱도르까지 수상하며 바르셀로나의 기를 살려주었다.

탄력을 받은 바르셀로나는 1978년 부임한 호셉 루이스 누네스 신임 구단주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옛 명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금발의 미드필더' 베른 슈스터와 '축구신동' 디에고 마라도나, '잉글랜드 레전드' 게리 리네커가 바르셀로나를 거쳐 갔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아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바르셀로나가 본격적인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시기는, 감독으로서 바르셀로나를 다시 찾은 크루이프가 등장한 이후부터다. 1988년 바르셀로나의 지휘봉을 잡은 크루이프는 호셉 과르디올라, 호마리오, 게오르게 하지, 미카엘 라우드롭, 로날드 쿠에만,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 등을 앞세워 1991년부터 리그 4연패를 달성함은 물론 1992년에는 그토록 바라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까지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드림팀'으로서 유럽을 호령했다.

크루이프가 클럽의 기틀을 다 잡아 놓자, 바르셀로나의 상승세는 1990년 후반에도 이어졌다. 히바우두와 루이스 엔리케, 루이스 피구, 호나우두 등을 추가 장착한 바르셀로나는 1998~99년 연달아 리그를 제패했고,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는 수아레스(1960년)-크루이프(1973, 74년)-스토이치코프(1994년)이 이어 4번째로 발롱도르를 차치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상승세가 있으면 하락세도 있는 법,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한 바르셀로나는 극심한 부진을 거듭하며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조금씩 잃어갔다. 20년 넘게 팀을 이끌어 온 누네스 구단주와 성적 부진을 이유로 루이스 반 갈 감독이 사임됐다. 또한 피구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는 등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다.



호나우지뉴와 드림팀Ⅱ, '젊은 희망' 과르디올라와 메시


90년대 초반 크루이프와 '드림팀Ⅰ'이 바르셀로나를 일으켜 세웠다면, 2000년대 초반은 프랑크 레이카르트와 ‘외계인’ 호나우지뉴가 바르셀로나에 새로운 영광을 선사해줬다. 파트릭 클루이베르트, 필립 코쿠, 마크 오베르마스, 에드가 다비즈 등 동향의 오렌지 선수들을 과감히 내친 레이카르트는 호나우지뉴와 데쿠 그리고 사무엘 에투, 안드레이 이니에스타, 샤비 에르난데스 등을 축으로 팀을 개편하기 시작했다.

변화는 곧 결과로 나타났다. 2005~06년 연달아 리그 정상을 제패한데 이어 2006년에는 드림팀의 필수조건인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며 ‘드림팀Ⅱ’의 시대를 알렸다. 그러나 강렬했던 드림팀Ⅱ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아스날의 킹' 티에리 앙리를 영입으로 판타스틱4(호나우지뉴-메시-에투-앙리)라 불리는 등 최강으로 평가됐으나, 호나우지뉴의 하락세와 주축 선수들의 이적 그리고 레이카르트의 사임이 맞물리며 지난 2008년 여름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레이카르트의 뒤를 이어 바르셀로나의 지휘봉을 잡은 이는, 클럽의 레전드이자 드림팀 1기로 활약했던 호셉 과르디올라다. 호나우지뉴와 데쿠를 이적시키고 알렉산더 흘렙과 다니엘 알베스, 케이타 등 새로운 선수를 영입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에이스 리오넬 메시와 함께 2008/09시즌 무서운 저력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 시즌이 진행 중인데다 앞선 선배들의 성과가 워낙 도드라져 현재 페이스만으로 바르셀로나의 강력함을 표현할 순 없지만, 거침없는 행보만큼은 드림팀Ⅲ를 연상케 하고 있다. 과연, 바르셀로나가 3년 만에 전성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카탈루냐의 심장' 바르셀로나의 행보를 주목해 보자. 

* FC바르셀로나 우승 기록

- 스페인 1부 리그 우승(18회) : 1929, 1945, 1948, 1949, 1952, 1953, 1959, 1960, 1974, 1985, 1991, 1992, 1993, 1994, 1998, 1999, 2005, 2006

- 스페인 컵대회 우승(24회) : 1910, 1912, 1913, 1920, 1922, 1925, 1926, 1928, 1942, 1951, 1952, 1953, 1957, 1959, 1963, 1968, 1971, 1978, 1981, 1983, 1988, 1990, 1997, 1998

- 스페인 수퍼컵 우승(7회) : 1983, 1991, 1992, 1994, 1996, 2005, 2006

-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2회) : 1992, 2006

- UEFA 컵위너스컵 우승(4회) : 1979, 1982, 1989, 1997

- UEFA컵 우승(3회) : 1958, 1960, 1966

- UEFA 수퍼컵(2회) : 1992, 1997



안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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