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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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문성근, 검찰 출석 "경악, 개탄...역사적으로 기록해야"(종합)

기사입력 2017.09.18 12:41 / 기사수정 2017.09.18 12:41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경악스럽고, 개탄스럽다."

배우 문성근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문성근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에 출석, 참고인 신분으로 피해자 조사를 받기 위해 나섰다.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피해자로 검찰 조사에 나선 것은 문성근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된 조사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그는 "첫 번째는 경악스럽고 두 번째는 개탄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앞서 지난 11일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명단에서 문성근은 배우 쪽 블랙리스트 8인 명단에 올랐다. 13일 문성근이 SNS를 통해 정부와 MB, 원세훈(전 국정원장)을 대상으로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14일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배우 김여진과 자신의 얼굴을 합성해 만든 조작 사진까지 공개되며 논란을 낳았다. 이후 문성근은 다시 한번 SNS로 "경악. 아, 이 미친 것들.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문성근은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극우단체들에 어떤 지원이 있었는지, 일간베스트 사이트 같은 곳에 직·간접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등 예산이 낭비된 부분에 대해서도 꼭 밝혀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국정원이 블랙리스트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직보했다는 것이 확인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면서, 동시에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직접 소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소신을 뚜렷히 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담담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문성근은 자신과 함께 블랙리스트 명단에 이름이 올랐던 김규리(개명 전 김민선)에 대한 안타까움도 함께 전했다.

문성근은 "영화감독은 투자를 받지 못하면 저예산 독립영화를 만들면 된다. 가수나 개그맨은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면) 콘서트나 공연을 하면 되지만, 배우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런데 김규리 씨는 한창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키고, 활동해야 할 20대와 30대 시절에 집중적으로 배제를 당하고, 불이익을 받았다. 이미 세월은 흘러갔고,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피해를 본 셈이다"라고 토로했다.

또 검찰 출석 전 김규리와의 통화에서 김규리가 여전히 "피해 증언을 하는 것도 두려워하더라"는 말을 전하며 안타까움을 함께 드러냈다.

문성근은 앞서 언급한 민·형사 소송 진행 상황에 대해 "SNS에 알린 후 지금까지 5∼6명이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김용민, 김자연(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와 채동욱 변호사도 의사를 밝혔는데 사적으로 연락이 온 것이라 그분의 입장은 잘 모르겠다. 이번 달까지 피해 사례를 수집해서, 다음 달에는 소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제가 연기를 1985년에 시작했다. 그게 5공(제5공화국) 때였고, 저는 그때부터 블랙리스트에 올랐었기 때문에 (이런 일은) 익숙하다"고 다시 한번 말을 꺼낸 문성근은 "하지만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민주 정부 때 없어진 블랙리스트가 복원됐다는 점이다.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따르고, 지시한 사람들 모두 불법 행위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큰 저항 없이 실행됐다는 점이 충격으로 느껴진다"고 얘기했다.

또 "제 사례뿐 아니라 주변에서 벌어졌던 공작 의혹도 진술할 예정이다. '늦봄 문익환 학교'를 사찰한 일, 제 주변에서 광범위하게 세무조사가 벌어진 일도 국정원의 공작이 아닌가 싶다"면서 "이번 사건은 인간적이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역사적으로 기록해야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조사를 위해 청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문성근에 이어 오는 19일 오전 10시에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또 다른 인물인 방송인 김미화도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서예진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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