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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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조력자들①] 권귀덕 무술감독 "여성액션? 남자로 보이고 싶었죠"

기사입력 2017.06.15 10:35 / 기사수정 2017.06.15 10:4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가 입소문과 함께 8일 개봉 후 꾸준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제70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악녀'는 오프닝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거침없는 액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 중심에는 극 중 무술을 이끈 권귀덕 무술감독이 있다. 권 무술감독은 정병길 감독의 서울액션스쿨 8기 동료이자 정 감독의 데뷔작 '우린 액션배우다'(2008)를 함께 하며 오랜 인연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최근 '마약왕' 촬영에 집중하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권 무술감독을 전화기 너머 목소리로 만났다. 권 무술감독은 '악녀'를 떠올리며 "제 인생에 처음으로 칸에 갈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그 시작이 될 것 같네요"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애정을 전했다.

'내가 살인범이다'(2012) 무술감독을 비롯해 '짝패', '좋은 놈, 나쁜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등에서도 스턴트를 담당했다. '베테랑', '황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등의 작품에서는 카스턴트를 전문으로 담당했다.

그리고 '악녀'는 지금까지 권 무술감독이 쌓은 경험들을 또 다시 새롭게 녹여낼 수 있었던, 그에게는 특별한 작품이다.

"정병길 감독은 저와 2004년 서울액션스쿨에 같이 들어왔고, 수료도 같이 했어요. 그 때부터 인연이 돼서 '우린 액션배우다'도 함께 하고, 정 감독의 입봉작 '내가 살인범이다'까지 이어서 하게 됐죠. '악녀'까지 하면 벌써 13~14년이 됐네요."

'악녀' 속에서는 총과 칼, 도끼로 어떤 장소에도 구애받지 않고 강렬한 액션을 펼쳐내는 숙희(김옥빈 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고층빌딩, 에어컨 실외기, 자동차의 보닛, 오토바이, 버스 등 다양한 곳에서 펼쳐지는 색다른 긴장감은 '강렬하고 숨을 멎게 만드는 액션 시퀀스', '역동적인 액션 스릴러' 등의 호평을 얻는 원동력이 됐다.

권 무술감독이 가졌던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권 무술감독은 "'새로움'이 중요했는데, 모든 부분이 다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라며 "예를 들어 1인칭 시점의 오프닝이라고 한다면 '하드코어 헨리'라는 영화가 있었죠. 그런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이것과 다를 수 있는 새로움을 생각해야 했어요. 그래서 무술의 경우에는 액션 합을, 촬영의 경우에는 앵글 같은 부분을 많이 고심했죠. 이런 부분을 진두지휘하면서 정병길 감독이 고민이 많았을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악녀'를 이끄는 이들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권 무술감독과 정병길 감독, 박정훈 촬영감독은 "무조건 의기투합해야 한다"는 생각 아래 서로 힘을 북돋우며 완성해나갔다.

김옥빈의 액션에 대해 권 무술감독은 "주인공은 여자지만, 여성으로 보려고 하지 않았다"는 말로 액션 구성을 할 때 중점을 뒀던 부분을 설명했다.

"'악녀'라는 제목이 있고, 숙희가 수많은 남자를 죽이는데, 절대 이 사람이 여자로 보이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그만큼 오기가 있는 모습이잖아요. '남자 대 남자로 대등하게 가도 상관없겠다' 싶었어요. 보통 여자 액션의 합을 짜면 유연성을 살려서 회전도 하고, 여성스럽게 돌면서 하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것은 싫었고, 또 아닌 것 같았어요. 성별은 여자, 남자겠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남자와 남자로 보이고 싶었죠. 투박하고 거칠고 잔인한, 남자라고 해도 뒤처지지 않을 것 같은 액션으로 짰어요."

권 무술감독의 유쾌한 후일담도 덧붙여졌다. 가장 가까이에서 배우들의 액션을 지켜봤던 그는 "첫 훈련을 하자마자 '(배우들이) 몸치 아니네'라고 생각했어요"라고 웃으며 "'잘 한다, 액션에 느낌이 있네' 싶더라고요"라고 말을 이었다.

잠깐이지만 권 무술감독이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얼굴은 등장하지 않지만, 중상(신하균)이 숙희를 구하러 가는 장면에서 경호원 역할을 맡은 권 무술감독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권 무술감독은 "갑자기 (촬영을) 들어가라고 하더라고요"라고 박장대소하면서 "얼굴이 안 보이게 편집한 것에 대한 만족은 있습니다"라는 너스레를 덧붙였다.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은 함께 고생했던 무술팀 스태프들의 노고에 관한 것. 권 무술감독은 "'내가 살인범이다' 때보다 힘들었어요"라고 회상했다.

"몸을 쓰는 것보다, 정신적인 부분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신체적인 것은 사실상 제가 스턴트를 하지는 않은 것이고, 동생들이 다 고생한 것이거든요. 저는 (액션을) 시키고 봐주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사실 몸이 힘든 건 하나도 없었어요.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동생들(무술팀)이 다치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여러 가지로 좀 마음이 찡한 작품이에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NEW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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