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1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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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노크 in 칸] 이정하 콘텐츠판다 팀장 "'악녀' 칸 영화제行, 소원 이뤘죠"

기사입력 2017.06.08 10:30 / 기사수정 2017.06.08 09:42

[김유진의 노크]는 영화계 안팎에서 힘을 보태고 있는 숨은 일꾼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는 엑스포츠뉴스의 고정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다섯 번째 주인공은 영화 투자배급사 NEW가 세운 부가판권유통 전문회사 콘텐츠판다의 해외세일즈팀 이정하 팀장(Danny Lee)입니다.

콘텐츠판다가 세일즈에 나선 '부산행'은 지난해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역대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라는 호평을 얻으며 해외 156개 국가에 선 판매 되는 등 칸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올해는 '부산행'에 이어 '악녀'(감독 정병길)로 제70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며 다시 한 번 칸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악녀'는 136개국에 선 판매 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2015년 '뷰티 인사이드', '연평해전' 등으로 칸 필름 마켓에 처음 부스를 차렸던 콘텐츠판다의 위상도 2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려 콘텐츠판다는 'One of the Hot Company'가 됐습니다. 어느덧 이 팀장에게도 콘텐츠판다와 함께 한 3년의 칸영화제가 됐습니다. 이 팀장은 세일즈의 최전선에 서서 열심히 발로 뛰며 해외 시장 속 콘텐츠판다의 성장을 직접 지켜보고, 또 발전시키면서 그렇게 칸에서의 분주한 5월을 보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제70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의 필름 마켓 속 콘텐츠판다 부스 앞. 부스를 지나가는 많은 이들이 연신 대니(Danny)를 찾는다. 대니는 이 팀장의 영어 이름. 바쁜 일정을 쪼개 잠시 짬을 낸 인터뷰 시간 중에도, 그와의 미팅을 원하는 바이어들이 요청이 줄을 잇는다.

이 팀장을 만난 날은 그의 입국일인 5월 15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날이었다. 본래의 업무 외에도, 해외 세일즈 팀이 국제 영화제 행사에서 맡은 크고 작은 일들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이 팀장은 "해외 팀은 선발대로 가장 먼저 와서 가장 끝에까지 남아있다 가는, 그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시원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 "'부산행'·'악녀'…'콘텐츠판다' 브랜드네임 UP 느껴져"

-칸에 온 지 일주일이 됐다.


"저희(해외 세일즈 팀)는 15일에 왔어요. 해외 팀은 마켓 시작하는 전전날 와야 하거든요. 그래서 부스랑 다 체크하고, 17일(칸 필름 마켓 개막일)에는 바로 미팅에 들어갈 수 있게 준비해놓아야죠. 해외 팀은 선발대로 가장 먼저 와서 가장 끝까지 남아있다 가는, 그런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웃음)"

-해외 세일즈 분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해외 세일즈 팀은 저희 한국 영화를 세계에 배급하는 일을 하는 거죠. 그래서 한국 영화가 다른 나라의 극장이나 플랫폼에 잘 걸리게끔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요. 저희 한국 영화가 금액적으로도 잘 평가를 받아가면서 알려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역할로 표현하고 싶네요."

-콘텐츠판다 부스가 칸영화제에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3년째다. 그 3년을 함께 지켜봐왔는데.

"2015년부터 이 부스를 쓰고 있죠. 처음에는 '콘텐츠판다'라고 했을 땐 브랜드 네임이 없었어요. 한국 사람들은 '판다'라는 말의 뜻을 아니까 이해하는데, 외국 사람들은 이걸 모르니까 심지어 중국회사인 줄 알고 "너네 중국 영화 파니?"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회사의 이름을 계속 설명해주고 그랬는데, 지난 해 '부산행' 이후부터는 저희 회사의 브랜드 네임이 많이 올라온 걸 느꼈죠. 굳이 회사 소개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오니까, 그 부분에서는 많이 편해진 것 같아요. 자부심도 많이 느끼고요.(웃음). 정말 지금은 저희 회사가 'One of the Hot Company'가 됐을 거예요. 농담이 아니라,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악녀'가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호평 받았다. 칸 초청 이전부터도 기대했던 작품이었나.

"그럼요. 이건 부인을 못하겠어요.(웃음) '부산행'의 영향도 좀 있는 것 같고요. 같은 섹션에 같은 회사가 비슷한 영화를 들고 오니까 (칸영화제 쪽에서는) '도대체 이 회사가 뭐기에 비슷한 영화로 같은 섹션에 어떻게 왔지?'이런 생각을 했을 거예요. '부산행'의 퀄리티가 워낙 좋았잖아요. 그럼 그 기대치를 갖고 봐요. 그 기대치로 스타트를 해서 저희는 세일즈도 좀 더 수월할 수 있었고, 프로모션도 해외 쪽으로 다듬어서 같이 얘기하니까 다들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죠."

-'악녀'를 바라보는 마음이 누구보다 뿌듯할 것 같다.

"제 올해의 목표 중에 '악녀'를 칸영화제에 보내는 것이 있었거든요. 또 100개국 이상에 세일즈하기도 있었는데, 둘 다 이뤘죠.(웃음) '악녀'는 칸을 보내보자는 전략적인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어요. 지난 해 '부산행'을 보내보고 나니 프로그래머가 원하는 방향을 조금은 알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의 희망이 있었고요. 경쟁 부문은 잘 모르겠지만,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확실히 즐길 수 있는, 또 유니크한 장점을 어필하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 때) 5분~6분 동안 오프닝 액션이 이어지는 동안 관객들이 박수 치고, 난리가 났잖아요.(웃음) 칸에서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그런 것을 원하는 것 같아요. 밤늦게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요."

-외신들의 호평도 많았다.

"제가 김옥빈 씨와 외신 기자의 인터뷰를 보는데, 로이터 통신의 기자가 "영화 정말 재미있게 봤다, 당신 앞에 무서워서 못 가겠다. 칼 숨긴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하더라고요. (김)옥빈 씨도 그 말을 듣고 즐거워했고요. 그 기자가 하는 말이, "이렇게 초반 5분 동안 여자가 칼로 많은 사람을 죽이는 영화는 전쟁 영화 빼고 유일무이할 것이다"라고 하는데 정말 그 때 인터뷰 현장에 웃음도 크게 나고. 기분 좋았어요.(웃음) 정말 열심히 잘 찍어서 만들었다는 것을 칸에서도 인정했다고 봐요. 액션 하나로만 승부했어도 칸 로고가 충분히 붙을 만한, 그런 영화였다는 판단이 듭니다.(웃음)"

-칸과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이었나.

"칸은 거의 매년 왔었고, 콘텐츠판다 소속으로 온 것은 3년 째 된 것이죠. 제가 2014년 12월에 콘텐츠판다에 왔으니까요. 세일즈로만 따지면 제 업무 경력은 그렇게 높지는 않아요. 전반적으로 해외 쪽 업무를 하다가 2011년, 오퍼스픽쳐스에서 일을 하면서 집중적으로 세일즈를 같이 도맡게 됐죠. 그 전에 2007년에는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 해외 업무 진행을 하고, 국내 영화 제작을 한 것도 있었고요. 그런 세일즈 관리를 제가 맡아서 했었죠. 콘텐츠판다는 감사했던 것이, 세일즈를 처음 시작할 때 윗분들께서 '한 번 마음껏 해봐'라는 마음으로 서포트를 해주셨어요."

-고마운 분들의 이름은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해야 한다.(웃음)

"김재민 상무님(현 콘텐츠판다 총괄상무이사)과 더불어서 지금 스튜디오앤뉴 대표이사로 계시는 장경익 대표님이 '제대로 런칭 한 번 해보자'며 제게 도전할 기회를 많이 주셨죠. 당시에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1~2년이 지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쌓이다보니 좋은 결과를 맺고 있는 것 같아 그 분들께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또 원천적으로는 김우택 대표님이 뒤에서 모든 것을 진두지휘해주셨죠. 저희가 다른 회사와 좀 다른 점은, 보고를 하고 결재를 하는 과정의 조직 문화가 다른 회사들보다는 좀 수월해요. '무언가를 바로 정리하고 싶다'고 보고하면, 대표님이 바로 결정을 내려주시고 저희가 그것에 대해 깔끔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거든요. 그게 좀 더 적극적으로 세일즈 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보인다.(웃음)

"일하는 재미가 확실히 있죠.(웃음) 제 경력으로 다른 곳에서 일을 했다면 이런 업무까지는 못했을 텐데, 워낙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일을 주시니까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해야 하나요.(웃음) 이런 기회가 온 것이 정말 고맙고, 제게는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1년, 회사가 세팅할 당시는 힘들었어요. 어떤 곳에서든 처음 시작은 어렵잖아요. 그때는 회사 시스템도 아무것도 없고 다들 손발도 안 맞아서 어려웠는데, 지금은 (김)나현 씨(해외 세일즈 팀 대리)도 끝까지 잘 버텨서 혼자서도 다 할 수 있는 전투력을 갖고 있고요.(웃음)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믿고 맡겨주시는 게 있어서, 저희가 조금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았나 싶죠. 위에서 가이드라인을 잘 잡아주셨고, 또 NEW에는 해외에 통할 작품들이 정말 많거든요. '부산행', '악녀'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2년 연속 왔다는 것이 그렇죠. 그래서 저희는 더 감사하고 기분 좋게 세일즈 할 수 있는 것이고요."

-칸 마켓에서는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나. 셀러들의 하루를 이야기 해 달라.

"늦어도 아침 7~8시에는 일어나서 9시에는 부스를 열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해요. 밤늦게까지 일정이 있어도 이렇게 준비가 돼야 하는 거죠. 막 칸에 도착해서는 배지도 찾고, 짐들도 잘 왔는지 봐야 하고요. 부스 세팅이 잘 돼 있나도 확인해야 하죠. 또 저희가 마켓 시사도 몇 번 하니까 DCP(디지털로 제작한 상영용 영화 파일)를 보낸 것들 중에 문제가 있는 부분은 해결하고, 세팅하는 시간을 가져요. 또 마켓 시작 전날에도 관계가 좋은 배급사들과는 사전 미팅 식으로 큰 업체들을 미리 만나서 라인업과 현황을 물어보고, 정보를 얻죠. 그리고 본 마켓 시작을 준비하는 거예요."

-국제영화제에서는 해외 세일즈 팀의 역할이 모든 분야에 걸쳐 있는 것 같다.

"국제영화제에서는 해외 팀의 업무가 한국에서의 한국 영화 배급팀, 마케팅팀의 업무를 모두 섞었다고 보시면 돼요.(웃음) 깊이 있게 가지는 않겠지만 모두 알고는 있어야 하는 것이죠. 한국 영화팀의 생리를 알아야 그걸 갖고 얼마나 좋은 가격에 세일즈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할 수 있으니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숙지해야 하고요. 마케팅 쪽에서는 만약 '악녀'가 국내 마케팅 콘셉트에 비해 해외에서 상반되는 부분이 있으면 디렉션을 다시 줘야 해요. 이번에도 저희 '악녀'나 '장산범'의 경우에는 바이어들이 볼 수 있는 해외용 프로모션을 따로 준비했거든요. 그게 실제로도 반응이 좋았고요. 그걸 보면 한국과는 콘셉트가 완전 달라요. 그런 부분은 국내 팀과도 스케줄을 맞춰야죠. 이런 쪽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저희 NEW는 굉장히 수월한 편이예요. 다 같이 힘내서 하자는 주의죠."

-세일즈를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다.

"항상 작품의 장점을 미리 파악한 후에 '어떻게 포장해서 가져가지?'를 생각해요. '부산행'의 경우에는 재미있었던 게, 정말 저희 스스로도 자신감이 있어서, 빨리 보여주고 세일즈하고 싶었거든요. 초청이 확정 되고 메일링을 먼저 했는데도, 반응이 없는 거예요. '아시아 좀비 영화가 통하겠어?'란 생각이었겠죠. 그러다가 영화 공식 상영을 한 다음 날 새벽에 전화가 엄청 많이 왔었어요. 할리우드 직배사 실무단 사람들이, 본인들이 영화를 봤을 때 아닌 것 같으니까 위에 보고를 안 했던 거예요. 그 보스들은 당연히 이들에게 뭐라고 했을 테고요. 이 사람들이 저에게 다시 역으로 이메일을 보내고, 그렇게 콧대가 높은데 부스까지 직접 찾아오더라고요.(웃음) 저희가 이렇게 노력한 영화가 빛을 발하면 저희의 기분도 참 좋죠. 지금 3년째 이렇게 하고 있지만, 이제 세팅을 해놓고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짧은 시간 동안 나름대로 좋은 성과를 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콘텐츠판다와 함께 일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본다면.

"'부산행' 칸 한 번 보내봐"라고 장경익 대표님이 미션을 주셨었죠. 그렇게 미션이 생기면 저는 부담을 갖고 무조건 그걸 만들어내야겠다는 각오를 하거든요. 저는 완전히 뚜렷한 목표 지향적 사람이기 때문에, 목표가 하나 생기면 물불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만들어내려고 해요. 그 때 당시에 좋은 영화들이 참 많았는데, 그렇게 일주일 전에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는 메일을 받게 됐죠. 열자마자 "예!" 환호성을 질렀어요. 주위에서 박수 쳐주고 축하해주던 그 때가 가장 행복했던 날이었죠. 그렇게 되면서 모든 게 술술 풀리는 기분이었고요. 그 좋은 기운이 지금 '악녀'에도 통하는 것 같네요.(웃음)"


▲ "영화에 대한 열정, 셀러에게 필요한 가장 큰 자질"

-바깥에서는 레드카펫에 축제가 한창인데, 제대로 즐길 새도 없겠다.(웃음)


"칸을 너무 많이 와봤으니까, 주위에서는 "칸에 대해서 다 아시겠네요?" 많이들 그러세요. 그런데 저나 나현 씨나, 막상 시간이 너무 없어서 마켓만 왔다 갔다 하지 둘러볼 시간이 없어요. 저는 (근처의) 니스도 한 번 (제대로) 가 본 적이 없어요. 늘 니스 공항에 내리면 택시를 타고 바로 칸으로 왔거든요. 니스에 샤갈 미술관이 있고 누드 비치가 있다고 하는데, 저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칸 언저리만 계속 돌고 있네요.(웃음) 다들 저한테 좋겠다고 하는데 그런 일상은 아니고요."

-셀러의 1년 패턴은 어떻게 되나. 꼭 참여해야 하는 영화제만 해도 계절별로 있을 테고 말이다.

"첫번째 영화제가 베를린국제영화제죠. 거기에서 유러피안 필름 마켓(European Film Market,EFM)이 있고요. 3월에 홍콩필름마켓이 있고, 5월에는 칸영화제에 가고요. 10월에는 부산국제영화제, 11월에는 AFM(American Film Market)이 있죠. 이렇게 5대 마켓을 가고, 여름 시장이 살짝 없어서 서브 마켓으로 토론토국제영화제도 저희가 작품이 있으면 갈 때도 있죠.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작품을 보내는 것도 저희 목표 중 하나고요. 1년에 4번 이상은 무조건 해외에 가는 것 같네요."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도 무시하지 못하겠다.

"가족한테 미안하죠. 아들만 생각하면 빨리 귀국하고 싶은데 말이에요.(웃음) 19개월 된 아들(현규)이 있는데, 와이프가 일을 하면서 아이까지 키우고 있고, 저는 계속 밖에 나와 있으니 미안해요. 제가 같이 놀아주고 해야 되는데, 귀국하면 붙박이로 며칠 동안은 놀아줘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셀러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저는 영어를 잘 하는 것보다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것은 영화에 대한 열정이라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쉽게 지치거든요. 특히 해외 팀 업무는 더 그래요. 저도 이쪽에서 일한 지 만 10년 됐지만, 어려운 점이 있어도 꿋꿋하게 한 우물만 파면서 쭉 간다면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고 생각하거든요. 영어와 글로벌한 마인드는 그 뒤에 바로 쫓아와야 되는 것이고요. 셀러들은 항상 바빠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나를 찾지 않는 것이면 제가 능력이 없거나 아니면 우리 작품이 약하거나, 그런 것이라고 봐요. 저는 그렇게 잊혀지는 사람이 되기 싫어요. 바쁘더라도, 내 몸이 다 부서질지언정 그냥 모든 사람들을 만나면서 열심히 우리 영화를 잘 홍보하고 세일즈 하고 싶은 게 제 욕심이에요.(웃음)"

-본인은 어렸을 때부터 영화 일을 꿈꿨던 것인지.

"제가 고1때 미국에 유학을 갔어요. 부모님이 먼저 미국에서 머물던 형을 따라 공부해보라고 권유하셨죠. 그 때는 가기 싫었지만 지금은 부모님께 감사해요.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에 있었고, 중간에 2년은 카투사로 군대를 갔다 왔고요. 미시간주립대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영화 일을 하겠다고 이력서를 써서 충무로에 들고 다녔었어요. 원래 꿈은 감독이었지만 일찍 포기를 했죠. 세상에 잘난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웃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보니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해서 해외 팀 업무에 외국 사람들과 관계를 갖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세일즈 업무를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됐죠."

-'판도라'가 넷플릭스와 한국 영화 최초로 사전 구매와 배급을 체결한 것, 이어 '루시드 드림'과의 계약도 주목받았었다.

"넷플릭스와 딜을 할 때도 힘들었는데, 또 뿌듯했죠.(웃음) 넷플릭스가 '부산행'이 크게 성공한 것을 보고 저희를 눈여겨봤는지, "'부산행'의 다음 작품으로는 뭐가 있냐"고 하더라고요. '판도라'라는 것을 알고는 좋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놓치지 않겠다고 했죠. 넷플릭스와 얘기하는 과정 중에서는 그 쪽의 회사 분위기도 잘 모르겠고, 그 쪽이 영화업계와는 또 다른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안 맞는 부분도 있었어요. '같이 해 보자'고 해서 관계를 만들고 지금 이렇게 보니 '옥자'도 같이 하게 됐고, 어렵게 길을 뚫어놓은 것이 나중에는 좋게 다가온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함을 느껴요. '옥자' 역시 한국에서 잘 개봉해서, 극장에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에서의 앞으로의 목표도 궁금하다.

"일로서는 저희의 올해 하반기 작품들이 잘 세일즈 되는 게 가장 큰 목표죠. 어떻게 그 전략을 세울까 고민하고 있고요. 또 '부산행'이 일본에서 9월 1일에 개봉해요. 요 근래 한국 영화가 개봉하는 사이즈 중 가장 크게 개봉 시키는 것이어서, 저희가 서포팅을 잘 해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잘 만들어주는 것이 저희의 올해 목표죠. 길게는 내년 칸영화제에는 어떤 작품이 가야 할까 생각해야 되고요. 개인적으로는, 아들과의 관계는 좀 더 좋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잘못하면 '부산행'의 석우와 수안 부녀 같은 그런 관계가 되면 곤란할 것 같아서요.(웃음) 가족이라는 것은 제 삶의 개인적인 목표예요. 제 삶을 조금 더 강하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분들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것 같고 힘을 내도록 만들어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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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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