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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올스타 인기투표, 다시는 이러지 말자

기사입력 2008.07.21 17:10 / 기사수정 2008.07.21 17:10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별들의 잔치' 2008 프로야구 올스타에 출전할 선수들의 인기투표가 20일자로 마감되면서 각 포지션별 최고 인기스타 20명(동군 10명, 서군 10명)이 확정되었다.

롯데의 용병 가르시아는 최다득표(678,557)는 물론 외국 용병으로서는 최초로 올스타 인기투표 1위라는 기록을 남겼고 롯데는 9명의 선수를 올스타 대열에 올려놓아 이 부분 역대 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총투표 수 1,204,398표도 지난해보다 98% 증가한 역대 최다의 투표수였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풍성함과 달리 내실적으로는 반드시 고쳐야만 할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묻지 마 투표'라 할 수 있다. 물론 좋아하는 선수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보낸다는 것은 분명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맹목으로 변질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올스타 인기투표의 최대 관심사는 롯데의 선수가 전부분에 걸쳐 선정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는 1차 투표가 진행된 이래로 7주 동안 계속되어온 관심거리였었는데 결국 10개 부분에서 9개 부분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외야수 정수근이 폭행혐의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징계를 받아 실격처리 되었기 때문으로 사실상 10개 부분 모두 롯데에서 싹쓸이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문제를 보다 실증적으로 접근해 보자. 정수근에 대한 징계 여부가 결정되었던 지난 17일 11시, 정수근의 득표수는 548,251이었다. 아직 후보에 이름이 올라있던 12시에도 548,508이었고 13시에도 548,669였다. 11시에서 12시까지 257표가 증가했고 12시에서 13시까지는 161표가 증가했다.

이는 롯데의 외야수인 김주찬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김주찬 역시도 11시에서 12시까지 273표가 증가했고 12시에서 13시까지는 178표가 증가했다. 정수근과 비교할 때 시간당 약 16표와 17표 밖에는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다.

정수근의 올스타 출전 제외가 예상된 상황에서 이러한 묻지마식 투표는 곧 사표(死票)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그저 어제 하던 대로 투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는 투표에 참가하는 실질적인 인원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많은 표만 부풀리도록 만든 제도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이 넘는 투표수를 기록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결코 자랑할 일이 못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맹목적인 밀어주기라 하겠다. 그 대표적인 예가 롯데의 마해영이다. 올 시즌 마해영은 72타수 11안타로 1할5푼3리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의 지명타자로는 정보명과 손광민, 가르시아 등이 교대로 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정타석 미달인 마해영이 당당히 올스타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13번째 올스타 선정에 도전하는 양준혁을 136,545라는 큰 표차로 따돌리고 지명타자 부문 올스타로 선정되었다. 물론 올스타전이 성적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팬들의 인기라는 무형의 가치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후보들에 있어 현격한 기량 차이는 없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은 다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먼저, 팀당 선택할 수 있는 인원에 상한선을 두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지금처럼 묻지마식 투표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올스타 선정이라는 신성한 권리를 최대한 만끽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신중하게 투표하도록 해야 한다.

팀마다 단 한 명씩만 선택하는 것도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을 테니 최소한 10명 중에서 1명은 다른 팀에서 선발하도록 하게 한다면 누구를 선택하고 누구를 제외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게 된다.

아니면 매일 투표하게 하려거든 어제 선택했던 선수와는 다르게 선택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감독 추천 제도도 있는 만큼 인기투표로 단 한 명만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순위에 따라 선발한다면 더욱 많은 선수가 올스타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에 한해서 후보로 선발하자는 것이다. 기량과는 관계없이 후보를 선발하고자 한다면 프로야구 올스타 인기투표를 진행하기 전에 팀마다 인기투표를 먼저 진행한 후 그 선수들로 올스타 후보를 구성하는 방법도 있겠다.

'별들의 잔치'가 선수 선발에 대한 시비로 얼룩지지 않고 팬과 선수가 한데 어우러지는 진정한 축제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오늘의 교훈을 가슴에 새겨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있은 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내년에는 부디 올해와 같은 시비 없이 매끄러운 진행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끝으로 올해 올스타로 선정된 모든 선수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사진(C) 프로야구 올스타 투표 사이트]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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