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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이 뭔데이] '스콜스-캐릭'이 이루어낸 맨유의 EPL 2연패

기사입력 2008.05.13 13:08 / 기사수정 2008.05.13 13:08

박형진 기자

Q.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지난 시즌에 이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번 시즌은 아스날의 초반 무패행진, 첼시의 후반 상승세로 맨유로서도 상당히 힘든 시즌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영입멤버(나니, 안데르손, 하그리브스)의 활약을 얘기하는데, 하그리브스를 제외하면 이들은 막상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과연, 맨유의 우승동력은 무엇인가요? - woorampark

A. 07/08 시즌이 시작할 때만 해도 맨유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개막 첫 세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했고, 루니가 부상을 당하며 공격진에 큰 구멍이 생겼습니다. 아스날과 리버풀이 무패행진을 이어가자 디펜딩 챔피언 맨유의 2연패가 어렵겠다는 분석이 쏟아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맨유를 구한 것은 탄탄한 수비였습니다. 8월 27일 토트넘전부터 맨유는 내리 4경기를 1-0으로 승리합니다. 그만큼 맨유의 공격진은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지만, 비디치와 퍼디난드가 버틴 맨유의 수비는 그야말로 철벽이었습니다. 게리 네빌 대신 오른쪽 윙백으로 나선 웨스 브라운은 오버래핑에 있어서는 네빌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중앙수비수 출신답게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주며 무실점 행진에 일조했습니다.

코벤트리와의 리그컵 경기를 제외하고 무려 9경기 동안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맨유는 위건전을 계기로 득점력이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테베즈와 호날두(2골), 루니가 차례로 득점포를 가동하며 맨유의 공격진이 감각을 회복한 것입니다. 맨유는 2-2로 비긴 아스날전을 제외하고 5경기 연속으로 경기당 4골을 득점하는 진기록을 세웁니다. 수비에 이어 공격 역시 맨유다운 모습을 되찾은 셈이지요.

중앙 미드필더 로테이션과 스콜스

수비와 공격 모두 제 모습을 찾은 맨유였지만, 남모를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넘쳐나는 중앙 미드필더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였지요. 맨유가 보강한 세 명의 선수 중 두 명(안데르손, 하그리브스)가 중앙 미드필더였고, 이 두 선수는 이적생 답지않게 빠르게 팀에 적응하며 지난 시즌 주전이었던 스콜스와 캐릭을 위협했습니다. 특히, 스콜스가 시즌 도중 부상을 당하자 안데르손은 사실상 주전자리를 굳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1월말 스콜스가 부상에서 복귀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훌륭한 기량과 축적된 경험을 겸비한 스콜스의 경기감각을 찾아주기 위해 스콜스를 적극적으로 기용했습니다. 그 결과는 2월 5경기 2승 2무 1패. 그 중 2무 1패가 모두 스콜스 선발 경기에서 얻은 성적임을 감안할 때, 퍼거슨 감독의 스콜스 사랑은 잘못된 선택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스콜스를 살린 퍼거슨 감독의 선택은 옳았습니다. 현대축구에서 중앙 미드필더의 호흡은 중앙수비수의 호흡 못지않게 중요하며, 아스날을 봐서도 알 수 있듯 중앙 미드필더진은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후반기 빡빡한 일정 속에서 파브레가스-플라미니만을 고집한 아스날은 체력적인 한계를 보이며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중앙 미드필더진의 로테이션을 고집한 퍼거슨 감독은 시즌 후반까지 체력 고갈 없이 팀을 이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에게도 중앙 미드필더의 호흡 문제는 큰 고민이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의 호흡이 깨지면 바르셀로나, 첼시 같은 강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타이밍에 퍼거슨 감독은 중요한 선택을 내립니다. 체력적인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중앙 미드필더 라인을 고정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퍼거슨 감독의 '간택'을 받은 선수는 다름 아닌 스콜스와 캐릭이었습니다. 

'스콜스-캐릭' 조합을 간택한 퍼거슨 감독

지난 시즌 맨유의 리그 우승을 이루어낸 '스콜스-캐릭' 조합에 대한 퍼거슨 감독의 신뢰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큰 경기에서는 아무래도 경험이라는 요소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두 선수는 다른 이적생에 비해 호흡을 오랫동안 맞추어왔기에 퍼거슨 감독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조합이 될 수 있었습니다.

4월 19일 블랙번전부터 시작된 스콜스-캐릭 조합은 '버린 경기'였던 첼시전을 제외하고 풀가동되었습니다. 두 선수는 퍼거슨 감독의 신뢰에 보답이라도 하듯 바르셀로나전과 웨스트햄전에서 한 골씩을 터뜨리며 공격에도 일조했습니다. 조금 더 수비적으로 변한 캐릭은 마케렐레를 연상시킬 만큼 포백라인 앞에서 노련하게 수비를 보조했습니다. 스콜스는 지난 시즌만큼은 아니었지만 공수에 걸쳐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스콜스-캐릭 조합을 이용하여 시즌 후반 경기를 치른 맨유는 우승 획득에 성공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노련한 로테이션 정책이 빛을 발하며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 것이죠.

그러나 남은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도 두 선수를 기용할지는 의문입니다. 스콜스-캐릭 라인이 많은 승리를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첼시처럼 중원 압박이 좋은 팀에게는 밀리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골을 넣기는 했지만 위건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스콜스를 계속 선발로 내세울지, 최근 경기에서 결장하며 감각이 떨어진 안데르손을 출전시킬지, 시즌 막판 좋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하그리브스를 어디에 세울지도 결정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비디치-퍼디난드의 단단한 수비, 호날두-루니-테베즈의 현란한 공격진을 갖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들이 '더블'을 기록하며 이번 시즌을 마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중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맨유가 리그 2연패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스콜스-캐릭을 '간택'한 퍼거슨 감독의 지략이 큰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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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이 뭔데이]는 엑스포츠뉴스 박형진 기자가 월요일마다 여러분들의 질문을 받아 답변해드리는 'Q&A 서비스 기사'입니다. 국내축구, 해외축구 상관없이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readers@xportsnews.com으로 물어봐주세요. 일주일에 하나씩 선별하여 박형진 기자가 '철저히'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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