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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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리뷰] 10주년 '쓰릴미', 두 남자의 치밀한 핑퐁 호흡에 빠져들다

기사입력 2017.03.05 08:41 / 기사수정 2017.03.05 08:41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시작부터 끝까지 몰입도가 높다. 관객은 서서히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고 배우와 하나가 된다. 단 두 명의 출연진만으로도 관객을 장악한다. 

뮤지컬 '쓰릴 미'가 10주년을 맞아 공연 중이다. 1924년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유아살해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2003년 뉴욕에서 초연하고 2007년 국내에서 처음 선보였다. 10년 동안 흥행을 이어가며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사랑받고 있다. 

34년 전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나'는 일곱 번째 가석방 심의에서 '그'와 있었던 일을 털어놓는다. 하버드 로스쿨 입학 예정인 유망한 천재 두 명이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그동안 숨겨온 사건의 진실을 읊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성애라는 퀴어적 요소가 있고 유괴와 납치, 살인 등 자극적인 소재로 이뤄졌다. 그럼에도 '나'와 '그'가 끌어가는 감정선이 촘촘하고 섬세해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다. 두 캐릭터의 색깔과 갈등 구조는 명확히 구분된다. 마치 핑퐁 게임처럼 이들이 팽팽하게 주고받는 호흡만으로도 무대가 가득 메워진다.

두 남자가 12세 아이를 유괴했다는 줄거리는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 하지만 켜켜이 쌓아온 긴장감과 치밀한 심리묘사 덕분에 지루할 틈 없다. 반전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나' 역의 이창용은 집착과 결핍을, '그' 역의 송원근은 광기와 비정한 면모를 잘 드러낸다. 감정이 치닫는 과정에서 뚜렷한 감정 연기로 무대를 장악한다. 

두 명의 배우와 더불어 무대의 위편에는 한 대의 피아노가 있다. 피아노 연주도 하나의 연기다. 때로는 강렬하고 때로는 서정적이다. '나'와 '그'의 심리 상태의 변화에 따라 흐르는 선율로 긴장감을 조성한다.

무대도 단순하지만 2층으로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차가운 기운이 맴도는 감옥이 됐다가 순식간에 사랑하거나 다투는 두 사람만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배우 개개인의 연기가 좋아도 몰입이 안 되는 작품들이 있는데 ‘쓰릴미’는 탄탄한 연기와 집중도를 높이는 전개, 이에 어울리는 넘버까지 삼박자를 갖췄다. 

초연 멤버 최재웅, 김무열, 강필석, 이율을 비롯해 김재범, 에녹, 정상윤, 송원근, 정동화, 이창용, 정욱진이 출연한다. 5월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공연한다. 90분. 만 15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달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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