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7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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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①] '여자의 비밀' 이선구 "인생 첫 따귀, 김윤서에게 바쳤죠"

기사입력 2016.11.24 14:20 / 기사수정 2016.11.24 14:15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처음엔 못 알아봤다. 꽃분홍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순둥한 웃음을 지으며 들어오는 잘생긴 남자가 '여자의 비밀'의 오동수 일 줄이야.
 
KBS 2TV 저녁일일드라마 '여자의 비밀'에서 채서린(김윤서 분)에 대한 사랑으로 각종 악행을 저지르는 순정파 악역 오동수를 연기한 이선구는 21일 엑스포츠뉴스와 만나 드라마와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지상파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주요 역할을 맡았다
- 합격소식을 들었을 때,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비중있는 역할이 내게 올 줄 몰랐다.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땐 그냥 너무 좋았는데, 바로 밀려오는 부담감과 걱정에 좋아할 틈도 없이 대본을 분석하며 연기 연습에 들어갔다.
 
◆ 대본을 받았을 때 처음 접한 '오동수'는 어떤 느낌이었나
- 대본에 오동수라는 인물의 인생이 디테일하게 적혀 있어서 깜짝 놀랐다. 몇살 때 중학교를 중퇴하고, 고등학교는 어떻게 했으며, 옷은 어떤 걸 입는다까지 적어주셔서 거기에 맞춰 준비해갔다. 

또 하나 놀랐던 건, 오동수가 나와 비슷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내가 악행을 저지른다느 건 아니고, 무뚝뚝하다거나 내성적인 성격이 나랑 비슷했다. 대본을 전체적으로 보지 않았어도 오동수가 임팩트있는 배역이라는 걸 알았고, 욕심이 났다.

◆ 오디션도 치열했을 것 같다
- 이 배역을 정말 하고 싶어서 준비를 많이 해갔다. 나중에 들어보니 감독님이나 작가님은 내가 들어갈 때 부터 "동수다"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내가 생각한 동수의 모습 그대로 옷을 입고, 수염도 길러 갔는데 구상하시던 동수의 모습과 흡사했다고 하셨다.

◆ 동수의 트레이드마크인 '올블랙 패션', 한 여름에 덥지는 않았나
- 작가님이 동수의 의상까지 디테일하게 써주셨다. 검은 터틀넥에, 가죽장갑이 동수의 기본 의상이었다. 의상때문에 촬영장에서 왕따 아닌 왕따였다. 촬영장에 가면 "동수야 저리로 가. 너무 더워"라고 보기만 해도 덥다고 배척당했다. 댓글에서도 '동수만 나오면 덥다', '옷 좀 바꿔라' 이런 반응을 봤다. 

동수의 문신도 분장팀에서 3~40분 동안 고생해서 그려주는데, 더운 의상 탓에 땀을 많이 흘려 금방 지워지곤 했다. 이래저래 모두들 고생하는 것 같아서 작가님께 양해를 구했더니 터틀넥을 검은 셔츠로 바꿀 수 있는 특권을 주셨다. 올 여름 매우 더웠는데, 터틀넥 입다가 셔츠를 입으니 시원해지더라. 이제 다시 선선해져서 본래의 동수로 돌아와 마무리했다.

◆ 동수가 유독 많이 맞으면서 다녔다
- 맞는 연기를 처음해봤다. 특히 여자한테 따귀를 맞는 건 인생 처음이었다. 뭐든 처음을 가져간 사람에게 순정이라는 게 생기지 않나. 내 인생 평생 잊지 못할 따귀를 윤서가 때려줘서 고맙다.

집에서는 사랑받는 막내 아들로 자라서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 선생님께 맞아본 게 전부다. 그래서 맞는 장면을 촬영할 때, 더 충격받았다.

◆ 김윤서(채서린 역)와 거의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따귀 장면을 촬영한 걸로 알고 있다
- 그렇다. 거의 첫 촬영 쯤에 따귀 맞는 장면을 촬영했다. 처음이라 모두들 '파이팅'이 넘칠 때였다. 윤서도 "거짓말로 때리면 다 표시나요"라고 말했고, 나도 "갑시다"라며 서로 합의를 했다.

처음 따귀를 맞고는 동공이 흔들렸다. '이 정도 세기를 말한 건 아닌데' 이 생각도 잠깐 들었다.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을 받았지만, 드라마라는 게 풀 숏, 오버 더 숄더 숏, 리버스 숏 등 여러 각도로 찍어야 하나의 장면이 완성된다. 그날만 7대를 맞았다. 장면이 튀면 안되니까 다 처음과 비슷한 세기로 때려야했다. 나중에는 감독님이 만류할 정도였다. (웃음)

그땐 반존대를 쓸 만큼 안 친한 사이였는데, 따귀 신 촬영 후 완전 친해졌다. 키스 신 부럽지 않은 남다른 스킨십이었다. 맞은 뺨도 쓰다듬어주고, 괜찮냐고 챙겨주면서 더 친해졌다. 

◆ 그만큼 역사에 남을만한 '따귀 신'이 탄생한게 아닐까
- 그렇다. 처음 그 파이팅 넘칠 때 맞았던 그 소리가 너무 차져서 이후로 따귀 장면이 나올 때 마다 그 소리를 가져다 썼다고 한다. 

◆ 그 이후로도 많이 맞았다. 강렬한 첫 따귀 이후에 또 기억에 남는 장면 없나?
- 동수가 변일구(이영범)를 찾아갔다가 복싱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맞는 장면이 있다. 다이어트 복싱장이라 안에 에어콘과 선풍기도 없었다. 그 날 너무 더워서 땀이 말그래로 '주르륵' 흘렀다. 그 때 액션팀에서 나오신 분이 진짜 전직 복싱선수셨고, 체급은 헤비급 정도였다.

액션신을 촬영할 때는 서로 약속을 하고 들어가는데, 한 대 맞은 다음에 다음 동작이 기억이 안나서 더 세게 맞고는 했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맞으니까 진짜 힘들었다. 글러브를 껴서 맞는 순간이 아프진 않았는데 골이 흔들리더라. 내가 "어느 정도로 때려주셔야 리액션 하기 좋으니까, 때려주세요"라고 주문했었는데, 한대 맞는 순간 '다운되는게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다.
 
다음 날 얼굴에 피멍이 들어있었는데, 다행이 그 촬영 후 이틀 동안 내 분량 촬영이 없어서 멍을 가라앉히고 다음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

◆ 너무 맞는 이야기만 했다. 동수는 순정파 로맨티스트로도 유명하다. 멜로로는 기억에 남는 장면 없나? 
- 서린이가 자살하려고 물에 뛰어들어갈 때, 동수가 처음으로 사랑해라고 고백하는 장면이 있다. 원래 대사는 '사랑해' 하나였는데 내 욕심에 '사랑해 사랑한다고'라고 덧붙였다. 스크립터, 감독님도 별 말씀 안하셔서 그대로 방송됐다. 내가 대본을 해석 할 때는 '사랑해'가 한 번 더 들어가도 된다고 생각했다. 

◆ 처음에는 동수를 보고 '무섭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점점 '짠하다'는 반응이 커지고 있다
- 오동수 배역 처음 받았을 때는 나도 마냥 '무서운 놈'인 줄 알았다. 캐릭터 설명에 그냥 가만히 서 있어도 누구도 건들 수 없는 무서운 존재라고 적혀있었다. 그렇게 따라가려고 했는데, 대본을 읽다보니 조금 아쉽더라.

마냥 악하기만 한 깡패면 궁금증도 없을 테고, 배역을 이끌어나갈 이야기거리도 그렇게 많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우로서 거기에 좀 더 사랑한다는 감정을 넣었다. 오동수가 하는 모든 행동들의 이유를 채서린에 대한 사랑으로 생각하고 연기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안 무섭다. 인상도 좀 더 쓰고 깡패처럼 좀 더 무섭게 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깡패는 싫었다. 나중에 작가님께서도 내가 해석한 오동수를 좋게 봐주셨는지, 나한테 "이전의 동수는 잊어도 될 것 같다. 지금 하는대로 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셨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bob 스타컴퍼니, KBS 2TV 방송화면

[XP인터뷰①] '여자의 비밀' 이선구 "인생 첫 따귀, 김윤서에게 바쳤죠"
[XP인터뷰②] 이선구 "'여자의 비밀' 출연 후, 어머니 매일 우셔"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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