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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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보감' 종영②] "세상에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은 없어"

기사입력 2016.07.17 07:02 / 기사수정 2016.07.17 13:51

이아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아영 기자] 전개는 도돌이표였고 결말은 예상 밖이었다. 그렇지만 '누구나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 '흑주술보다 무서운 건 인간의 탐욕'이라는 메시지만큼은 분명했다.

16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 JTBC 금토드라마 '마녀보감'은 시청률은 기대 이하였지만 그래도 마니아 팬이 있었다. 달콤하기만 한 로맨스가 아니었고 인물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았지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놓을 수 없는 드라마였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가면서 홍주(염정아 분)의 힘이 너무 강력해졌다. 최현서(이성재)를 흑주술로 조종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착한 연희(김새론)와 허준(윤시윤), 요광(이이경)은 흑주술에 잠식당한 최현서에게 맥 한번 못 추고 당하기 일쑤였다.

또 연희와 허준이 홍주에게 반격을 가한다 하더라도 죽여서는 안됐다. 연희에게 저주를 내린 사람이 홍주였기 때문에 홍주가 죽으면 연희는 평생을 저주에 갇혀 살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홍주를 잡아놓고도 풀어주는 기이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이렇게 몇 화 동안 연희가 잡혀가고, 허준이 반격하고, 홍주는 또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는 종영을 앞두고 조금 지친 상태였다. "연희가 시원하게 반격하긴 하는 거냐"는 시청자 의견도 있었다.

결말 역시 시청자의 예측 범위를 완전히 벗어났다. 허준은 역사적 인물이기 때문에 작가와 감독이 마음대로 생사를 결정할 수 없는 인물이긴 했다. 그러나 마의금서에 따르면 연희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연희를 사랑하는 사람의 희생이 필요했고, 그게 허준이나 최현서(이성재) 혹은 대비(장희진)일거라는 추측이 오갔다. 만일 허준이 희생한다면 죽음이 아닌 다른 방식일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희생은 허준이 아닌 연희의 희생이었다. 연희는 허준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허준이 자신 때문에 죽지 않기를 바랐다. 연희가 희생수를 마시자 마지막 108번째 초가 켜졌고 홍주와 최현서는 함께 삼매진화 속에서 한 줌 재가 됐다. 허준과 연희의 '꽃길'만 기다리던 시청자들은 어안이 벙벙해지지 않았을까.

그래도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뚜렷했고, 허준과 연희같은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메시지였다. 연희와 허준이 처음 만났을 때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은 없댔어"라고 연희가 말한다. 이 문장은 '마녀보감'을 관통하며 연희와 허준이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됐다. 또 풍연은 연희가 변한 모습을 보고 기겁하지만 허준은 연희의 어떤 외양이든 모두 품는 모습에서 '진짜 사랑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했다.

무시무시한 흑주술도 결국은 사람의 약한 마음을 파고들어 뿌리를 내리는 것이었다. 대비가 흑주술로 아이를 갖겠다 결심한 것, 선조(이지훈)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증이 생긴 것도 그 이면에는 탐욕이 있었다. 홍주는 그런 탐욕을 가진 왕실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고 조선에 저주를 내렸다.

화려하고 실감나는 CG와 주연부터 조연까지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으로 웰메이드 사극의 탄생을 알렸던 '마녀보감'이 뒷심 부족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저주받은 공주, 마녀라는 서양의 이야기 구조와 동양적 설화의 만남이라는 도전은 흥미로웠고 가치있었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JTBC 방송화면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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