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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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개봉①] 강요하지 않는 감정 속에서 찾는 '희망'의 의미

기사입력 2016.08.10 06:30 / 기사수정 2016.08.09 21:5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정수(하정우 분)는 자동차 영업대리점에서 일하는 회사원이자 가장이다. 주유소에 들러 3만원 어치만 넣어달라고 했던 차에는 귀가 어두운 노인 주유원의 실수로 9만 7천원 어치가 가득 채워진다. 덤으로 얻은 것은 생수 두 병.

마침 기대했던 자동차 계약건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 같다. 아내 세현(배두나)과의 살가운 통화, 또 딸의 생일케이크까지 함께 싣고 들뜬 마음으로 들어선 터널. 하지만 이내 그 곳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평범했던 정수의 삶은 그렇게 깜깜한 터널 속에 갇혀 버린다.

정수의 생존을 위해 남은 것은 78%의 배터리가 남은 휴대전화와 생수 두 병, 딸의 생일 케이크가 전부다. 절망 속에서도 구조대가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이라는 정수의 낙관 속 터널에서의 고난, 그리고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터널 밖 구조 현장의 안타까운 민낯이 126분의 러닝타임동안 이어진다.

10일 개봉한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은 극이 시작한 후 5분 동안 정수가 터널에 갇히기까지의 상황을 빠르게 보여준다.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 정수는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인지하고, 그 안에서의 생존법을 찾아나간다. 생사를 오가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어느덧 반쯤 무너진 자동차 속 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정수의 모습이 아이러니한 웃음을 유발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수의 구조를 놓고 여론은 점점 분열돼가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 정수도 지치기 시작한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수와 조금씩 변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서로 대비되며 묘한 느낌을 선사한다.


'터널'은 전작 '끝까지 간다'(2014)를 통해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주목 받았던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정수의 삶을 향한 의지, 그리고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끝까지 구해내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구조대원 대경(오달수)의 믿음조차 무뎌지게 만들 것 같은 현실 속의 안일한 대처들은 생명의 중요성, 인간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고립된 상황, 한정된 공간 속에서도 정수가 겪는 감정, 상황의 생생함을 실감나게 표현한 하정우의 연기는 단연 일품이다. 자칫 마냥 어둡게만 그려질 수 있는 상황들도 하정우의 연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환기된다.

터널 안과 밖에서의 상황이 존재하기에 서로 마주하며 촬영할 일이 적었던 배우들은 전화 통화 장면에서 기꺼이 언제 어디서든 실제 연기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도왔다. 한 프레임에 담기지 않았어도 끈끈하게 드러나는 배우들의 호흡도 와 닿는다.

'터널'은 무거운 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내면서도 그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보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느끼고 따라갈 수 있게 만드는 현실적인 감정선들은 재미와 의미를 함께 느끼고 생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12세 이상 관람가.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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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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