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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김태훈, 또 한 번의 터닝 포인트를 기다리는 지금

기사입력 2016.07.20 15:20 / 기사수정 2016.07.20 15:07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선 또는 악, 다양한 감정을 꽉 차게 채워낸 연기로 관객들과 호흡하는 배우 김태훈이 영화 '트릭'(감독 이창열)으로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7월 13일 개봉한 '트릭'은 휴먼다큐 PD와 시한부 환자의 아내가 명예와 돈을 위해 시한부 환자를 놓고 은밀한 거래를 하는 대국민 시청률 조작 프로젝트를 담은 영화. 김태훈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다큐멘터리 속 시한부 환자 도준 역을 맡았다.

'트릭'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태훈은 "다른 색깔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트릭'은 가지고 있는 결이 다른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잘 표현되면 새롭고 신선하고 재밌을 수 있겠다고 봤다. 관객 분들이 영화를 보고 반전을 보너스처럼 느끼면 더 좋을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며 작품을 선택한 계기를 전했다.

'트릭' 속 주인공들은 지난 해 겨울과 올해 초까지, 추운 겨울 촬영을 이어왔다. 반 년 만에 완성된 작품을 마주한 김태훈은 "뭔가 하나의 보너스처럼 여러 가지가 있는 영화라고 봤다"면서 "반전을 위해 치밀하게 향해 가는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앞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다큐를 찍는 사람과 다큐의 주인공, 그 가족의 이야기인데 그 안에 세 사람의 입장이 있다. 마음이 달라진 부인도 있고, 흔들린 환자도 있는데 그런 세 사람의 마음에 대한 것들이 다큐 보듯이 공감됐으면 하는 마음과 그걸 찍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담하게 그리는 모습처럼, 관객의 시선에 따라 독특한 시점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인 도준의 상황을 바탕으로 방송가에 암묵적으로 떠돌고 있는 휴먼 다큐멘터리를 둘러싼 어두운 이면이 조명된다.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데, 보다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며 실제로도 다큐멘터리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전한 김태훈은 "'트릭'은 아픈 사람의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 사실 보시는 분들이 다큐 보듯이 마음이 아프고 슬프고 감정이입이 돼서 보기가 쉽지 않다. 영애(강예원 분)와 저의 관계 안에서 아픈 이야기는 한 축인 것이고, 더 큰 것은 세 사람(석진(이정진), 영애, 도준)의 갈등 관계와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바람은 관객 분들의 마음도 아프고 안쓰럽고, 감정이입이 돼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트릭'에서는 "방송은 마약이다", "한 방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전 시청자들을 움직일"같은 방송가의 민낯을 드러내는 적나라한 대사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이런 모습은 극 중 영애가 방송에 중독되며 화장과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등 점차 변해가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김태훈은 이 대사들을 떠올리며 "'마약 같다'라는 건 잘 못 느끼겠다"고 웃었다. 이어 "예전에 댓글을 보고 힘들어하는 분들을 보면 '안 보시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저도 드라마를 많이 하면서 대중의 반응을 보게 되지 않나. 그런 것들의 횟수가 늘어나는 것들이, 예전엔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보면 중독처럼 자꾸 확인하게 된다는 것에서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남의 시선을 궁금해 하면서 그런 것들에 만족을 느끼고 상처도 받고, 그런 지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저는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마약 같다'는 표현처럼 너무 즐겁다거나, 사람들에게 알려진다고 해서 막 기쁘고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고 얘기했다.

실제 현실에서도 많은 프로그램들이 '악마의 편집'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김태훈은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보게 되지 않나. 다른 편집 지점 때문에 상처를 받거나 오해받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은 그 분들 입장에선 또 마음 아픈 일이 아닐까 한다.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정말 그 상황이 어땠는지 모르지 않나. 하지만 자기의 성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좀 불편한 것 같고, 정의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사람의 삶을 표현해내는 배우라는 직업도 어떤 면에서는 늘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고민하고, 줄타기를 하게 된다. 김태훈은 이에 대해 "제가 배우이지만, 연기를 하는 것은 속이는 것이지 않나. 그래서 진심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O형인데, 학교에서 연기를 배우면서 A형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운을 뗀 김태훈은 "이전까지는 제가 굉장히 외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로는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커졌다. 연기를 배우면서는 내가 감추고 싶어 하는 틀을 깨고 진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진 면이 있는 것 같고, 그래서 누군가를 만날 때도 진심이 느껴지는 분들에게는 훨씬 더 마음이 열리고 호감이 간다. 약간 진짜가 아닌 것 같은 모습도 나쁜 것은 아니고,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지점이지만 어찌하였든 진심이 중요하고, 그런 것들이 세상을 끌어가는 힘이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쑥스러운 듯 다시 한 번 웃음을 보였다.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김태훈에게서는 특유의 유머러스함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방송은 마약 같지 않다고 했지만 연기 자체는 마약이 아닌가'라는 물음에 김태훈은 "마약처럼 하고 싶지는 않다. 적당한 음식, 이런 약품이 뭐가 있을까"라고 너스레를 떨며 자양강장제의 이름들을 나열해 유쾌함을 안기기도 했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라며 활동 범위에도 특별한 제약을 두고 있지 않다는 김태훈은 "'이번엔 이걸 해야지' 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 때 그 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했는데, 그런 게 주연도 있었고, 조연도 있고 크고 작은 규모처럼 좀 나뉘어져 있었다. 언제나 가장 중요했던 것은 시나리오였던 것 같다. 읽다 보면 내용이 잘 그려지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선택하게 된다"고 작품을 고르는 기준을 전했다.

지난해부터 김태훈은 쉼 없이 바쁜 일정들을 소화해내고 있다.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 '신분을 숨겨라', '한 번 더 해피엔딩'을 비롯해 영화 '트릭', 현재도 '유리정원'을 촬영 중이다. 쉼 없이 이어지는 바쁜 활동 속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다잡으며 앞으로의 방향을 그려나가고 있는 그다.

자신이 갖지 못한 다른 이들의 좋은 점을 배우기 위해 계속해서 눈과 귀를 열어두고 있다는 김태훈은 "출연했던 작품마다 나름대로의 의미는 전부 존재하고, 애정이 있다. 돌이켜보면 '아저씨'가 상업영화로는 터닝 포인트가 됐던 것 같은데, 아마 지금쯤이 터닝 포인트가 하나 더 있어야 될 시점이 아닌가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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