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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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케치] "우리가 연예인으로 보입니까" 코트 수놓은 '예체능' 배구단

기사입력 2016.03.02 18:28 / 기사수정 2016.03.02 18:28

이지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우리가 아직도 연예인으로 보입니까? 지금 우리 무시하십니까?"

주장 강호동의 농담 속에는 뼈가 있었다. 첫 정식 경기를 앞두고 청색 유니폼 상하의를 갖춰입고 나타난 '예체능' 배구단에서는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겨울 실내스포츠의 꽃, 배구에 던지는 도전장은 그냥 불장난이 아니었다.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배구편 기자간담회 및 현장 공개가 2일 KBS 스포츠월드에서 열렸다. 김해룡 PD를 비롯해 강호동, 오만석, 오타니 료헤이, 이재윤, 조동혁, 강남, 조타, 학진 등 총 10명의 출연진이 참석했다.

탁구-볼링-배드민턴-농구-태권도-축구-테니스-족구-수영-유도에 이어 11번째로 선정한 '배구' 종목 이었다. 지난 유도편의 성공가도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은 당연했다. 김해룡 PD는 "일반인들이 경기하기도 쉽지 않고, 경험이 있는 연예인 찾기도 쉽지 않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촬영이 시작된 지 갓 2주일 째, 냉정히 말해 둘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심자 수준이다. 선수 출신 오타니 료헤이와 학진을 일반인 이상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지만, 나머지는 아직 많이 어설프다. 하지만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주장' 강호동부터 '구기종목의 황태자' 오만석, '승부욕의 화신' 조동혁과 강남, '예체능 OB' 이재윤과 조타까지 모두 한 목소리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외쳤다.

'예체능' 배구단에게 굉장히 중요한 날이었다. 경남 진주 진해여중 배구단과의 첫 정식 경기를 갖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진해여중은 각종 대회는 물론 전국체전까지 메달을 휩쓰는 저력있는 팀이었다. 10대 소녀들은 무려 180cm를 넘나드는 장신, 연예인 배구단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는 정도였다. 

준비는 이어졌다. 녹화에 돌입하기 전 쉬는 시간, 코트 주변에 조타와 조동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관계자와 관객, 촬영 스태프, 기자진들이 얽혀있는 정신 없는 공간 속 둘은 빈 자리부터 확보했다. 짝지어 토스를 주고 받더니, 번갈아가며 서브와 리시브를 넣고 받으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력은 어설펐다. 랠리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그리고 불안한 손짓의 끝에는 항상 희생자가 있었다. 튕겨져 나간 공은 가만히 있던 카메라 스태프의 머리를 강타했다. 지나가던 행인의 다리를 맞추는 건 물론 군중의 한 가운데로 향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둘은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맞은 사람들도 웃으며 공을 돌려줬다. 넘치는 열정이 부른 깜찍한 참사를 이해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정식 경기, 실수는 이어졌다. 상대의 서브가 들어오는 걸 가만히 서서 바라봤다. 받는다고 해도 리시브에서 흔들리며 득점을 허용했다. 블로킹 벽을 향해 때린 회심의 한 방은 코트 한참 밖으로 향했다. 하지만 바닥에 나뒹굴며 끝까지 공을 살려내기도, 코트 앞을 지키며 블로킹으로 상대 공격의 길목을 차단하기도 했다. 랠리가 끝날 때마다 선수단은 둥글게 모여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고 북돋웠다.

분명 '예체능' 배구단의 앞길은 험난하다. 하지만 이들의 땀방울 앞에서 누가 '유도편'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겠는지를 논할 수 있을까. 열정으로 똘똘 뭉친 '배구 어벤져스'가 '우리동네 예체능'의 11번째 막을 올렸다.  



number3togo@xportsnews.com / 사진=KBS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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