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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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슈멜처 옆에 귄도간, 박주호 위치의 의미

기사입력 2015.09.18 14:28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박주호(28)가 홈 데뷔전에서 뛴 곳은 중앙 미드필더였다. 왼쪽에 치우쳐 있던 그의 자리는 그리 단순해보이지 않았다. 이적하면서 경쟁자로 지목됐던 마르셀 슈멜처와 이카이 귄도간의 사이에 자리했다. 여기에서 그는 자신의 능력을 모두 보여줬다. 이러한 장면들은 박주호가 섰던 포지션의 의미를 더욱 남다르게 했다.

박주호는 18일(한국시간) 지그날 이두파크에서 홈팬들 앞에 섰다. 유로파리그 1차전 FC크라스노다르(러시아)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데뷔골과 데뷔도움을 동시에 달성했다. 기분 좋은 결과물 뒤에는 그의 특별한 포지션도 있었다.

무엇보다 경쟁자들과 함께 해서 특별했다. 그의 위치는 뒤에는 슈멜처를 두고 오른쪽에 귄도간이 있었다. 박주호가 풀백이라고 보면 슈멜처는 경쟁자였고 중앙 미드필더로 보면 귄도간 역시 경쟁자였다. 슈멜처의 경우에는 독일 언론들로부터 직접적으로 박주호가 대체해야 할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시즌 초반에 부진했던 경기력 탓에 박주호가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박주호는 예상과 달리 슈멜처와 함께 뛰었다. 왼쪽으로 치우친 중앙 미드필더로 측면에서 슈멜처와 좋은 호흡을 자랑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오른쪽에 위치한 귄도간을 잘 보조했다. 조화가 잘 이뤄졌다. 박주호의 빠른 친화력이 한몫했다. 그의 멀티 능력은 경쟁을 내다봤던 일부 언론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게 하면서 어느 자리에서나 누구와도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투헬 감독은 누구보다 박주호를 잘 알고 있었다. 투헬 감독은 2013-2014시즌에 마인츠를 지휘할 당시에 박주호를 분데스리가에 오게 한 장본인이다. 그리고는 그의 능력을 한눈에 알아봤다. 과감하게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바꾸게 했다. 여기에 그가 붙인 설명은 "박주호는 멀티 능력을 가지고 있다. 굳이 따지면 왼쪽 풀백보다 중앙 미드필더가 더 어울린다"였다.

박주호는 최대 3개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었다.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가 기본이고 간혹 측면 미드필더도 가능하다. 투헬 감독은 박주호를 단순하게 쓰지 않았다. 마인츠 시절 중요한 경기들에서 박주호를 절묘한 위치에 기용하면서 효과를 봤다. 풀백과 중원을 오간 박주호는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기복 없는 플레이로 제 몫을 다해냈다.

도르트문트에서 이들은 다시 만났다. 마인츠 지휘봉을 내려 놓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박주호에 대한 애정을 보였던 투헬 감독은 도르트문트 사령탑이 되자 박주호를 불러들였다. 중간에는 함부르크로부터 제의를 받자 계약 옵션으로 당시 제3자였던 박주호를 집어 넣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박주호를 다시 데리고 온 그는 도르트문트에 새롭게 입힐 구상에서 박주호를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데뷔전부터 그런 조짐이 보였다.

전후반에 포메이션이 달라졌던 상황에서 박주호는 두가지 구상에서 빠지지 않았다. 전반전에는 중원사령관이 되더니 후반전부터는 왼쪽 풀백으로 활약했다. 카가와 신지가 교체 투입되면서 달라진 전형에서 박주호는 자신의 다재다능한 능력을 발휘하며 다른 역할을 수행해 지형도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왼쪽에서도 박주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공격 가담이 좋은 풀백이었던 그는 후반전 말미에는 팀의 결승골을 터트리면서 공격적인 재능도 보였다. 패스와 수비도 안정감이 있었다. 여기에는 마츠 훔멜스가 신입생인 박주호가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첫 패스부터 좋은 공을 주고 받았고 헨릭 음키타리안 등이 뒤로 나와주면서 적극적으로 박주호의 공을 받아주는 등 일부 동료들의 도움도 있었던 부분도 긍정적이었다.

어디를 가든지 역할을 다해준 박주호의 활약에 투헬 감독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경기 후 그는 "박주호의 실력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100% 신뢰할 수 있는 선수"라며 더욱 굳건해진 믿음을 밝혀기도 했다. 자신에게는 꿈의 클럽이었던 도르트문트에서 상쾌한 첫 발을 내딛는 박주호의 도전은 그렇게 화려하게 시작됐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박주호 ⓒ AFPBBNew=news1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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