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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GK 코치 인터뷰- 화려함을 안은, 자상한 축구인

기사입력 2007.03.31 09:15 / 기사수정 2007.03.31 09:15

편집부 기자

 

[엑스포츠뉴스=유기봉] 인천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코치를 맡고 있는 신범철(37). 그는 90년대 중반까지 국내 최고의 골키퍼 중 한 선수였다. 그는 12년간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한국 프로축구에 많은 발자취를 남겼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대표를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대표 등을 거치면서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수문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왔다. 그의 축구 인생과 철학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1. 선수생활

 - 축구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중학교 1학년이 끝나기 전이었다. 축구부 연습이 있을 때면 늘 골대 뒤에서 볼보이처럼 공을 선수들에게 주어주곤 하였다. 이런 모습을 지켜봤던 감독님께서 어느 날 나를 부르더니 축구 경기를 하고 싶으냐고 물어보셨다. 난 당연히 하고 싶었다. 안 그랬다면 굳이 축구부 언저리에서 헤매고 다닐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 그럼 어떻게 골키퍼로 뛰기 시작하셨는지?

축구를 시작했을 때는 왼쪽 수비를 봤다. 그 위치에서 열심히 뛰고 있었는데 어느 날 팀 골키퍼형이 다치게 되었다. 대체할 선수가 없었던 터였는데 그 형이 감독님께 나를 추천하였다. 얼떨결에 그렇게 해서 골키퍼로서 축구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 그때 심정은 어떠하셨는지? 부모님께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셨는지?

불만은 없었다. 그 때는 어느 위치에 있던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부모님께서도 크게 반대하시지 않았다.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으셨던 분들이다. 그러니 골키퍼를 한다고 크게 반대하실 리가 없었다. 다만, 훈련으로 인해 다치고 올 때는 많이 속상해 하셨다.

- 과거 어린 선수들은 골키퍼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았다. 부모들도 골키퍼는 시키고 싶지 않아 했던 것으로 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골키퍼는 보이지 않는 자리이다. 때로는 귀하지 않는 위치라 여겨지기까지 했다. 그때는 선수나 부모나 모두 보이는 자리를 원했다. 그러니 자연스레 골키퍼는 인기가 없었다.

 우리나라 그라운드 사정도 이런 현상에 한몫했다. 잔디가 없는 곳에서는 골키퍼 훈련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이에 반해 외국에서는 좋은 시설로 인해 골키퍼의 훈련 모습을 직접 볼 수가 있다. 직접 보면서 골키퍼에 대한 멋을 느낀다 그러면서 그들을 꿈을 키우곤 한다.

- 골키퍼에 대한 대우는 어떠한지?

과거보다는 확실히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까지 다른 포지션에 비해 조금 낮다고 볼 수 있다. 연봉만 보더라도 일부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있기는 하지만 팀 내에서 최고 연봉은 받지 못한다.

 - 선수 시절 라이벌은 있으신지?

특별히 라이벌이라고 생각한 선수는 없었다. 혹 김병지 선수나 이운재 선수가 라이벌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과 나는 다르다. 서로 전성기 때도 다르다. 운재는 92년 올림픽 대표팀 때부터 만났었다. 그때는 내가 주전이었다. 그리고 나서 수원에서도 만났었지만 그때는 예전과 상황이 달랐다. 특별한 경쟁 또한 없었다.

- 선수시절 모델로 삼은 선수가 있었을 것 같은데, 누구인지?

스페인의 골키퍼 수비 세레타라는 선수이다. 내가 좋아하는 성향을 모두 갖추고 있는 선수였다. 키가 크고, 탄력이 있었다. 보통 키 큰 선수는 순발력이 떨어지는데 세레타는 그렇지 않았다. 순발력까지 겸비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액션이 컸다. 내가 원하고, 바라는 스타일 모두를 갖춘 선수였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거 같다.

- 선수시절 경력이 화려하다. 이운재, 김병지는 아직도 선수생활을 하고 있으며, 과거 신의손 코치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선수생활을 했다. 이에 비하면 다소 이른 나이에 코치생활을 시작했다. 아쉬움은 없으신지?

마지막 선수할 때(2004년)가 35살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 나이까지 뛰는 선수는 신태용, 서정원 등 몇 명 되지 않았다. 나이 많은 선수가 편히 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건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병지나 은성이가 아직까지 선수로 뛸 수 있는 건 '구단의 배려, 감독님의 배려, 선수 자신의 관리' 라는 삼박자가 맞아야만 할 수 있다. 주위의 여건 또한 상당히 중요하다. 나는 그 당시 격렬한 운동을 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다. 몰론 주위 상황으로 인한 것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내 결정이 중요했다.

2. 코치로서의 역할

- 골키퍼의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이다. 어느 포지션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골키퍼에게는 기본기가 정말로 중요하다. 또 여기에 자신있는 모습이 있어야 하며, 대담하고 힘낼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있다는 것은 '저건 골이다 싶은 것은 막고 싶다'라는 집념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여기에 과감성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라 생각된다. 그래서 외적인 성향인 선수들이 조금은 더 유리하지 않나 싶다.

- 그래서 골키퍼가 주장인 경우가 많은 건 아닌지?

아무래도 그렇게 나타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경기는 관중과 벤치에 있는 스테프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골키퍼도 보고 있다. 전체적인 조율을 그라운드에서 직접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선수는 골키퍼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흐름을 봐야 하는 눈이 필요하다. 이것이 아마도 골키퍼가 주장인 팀이 많은 이유가 아닌가 사료된다.

- 우리나라와 외국의 골키퍼 실정을 비교해 본다면?

외국은 골키퍼에 대한 존중이 대단하다. 때로는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기까지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 골키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미흡하다. 우리의 환경이 많이 변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외국과 비교했을 때, 바라보는 입장이 다르다.

- 골키퍼 코치로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은 무엇인지?

 A. 골키퍼는 위치선정과 상황대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주로 그것을 본다.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은 주로 공을 잡거나 해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외적으로 오르는 기술이 있다. 하지만, 골키퍼는 기본기와 기본적 기술이 있는 경우에만 그들의 장점이 발휘된다.

- 지난 90년대 외국인 GK 코치로 인해 국내 선수들의 코치로의 전향이 어려웠었다. 그리하여 연맹에서는 외국인 선수 골키퍼코치 중용를 금지하면서 국내 선수들의 자리를 서게 해 주었다. 이때 상황은 어떠하였는지?

그랬다. 그 당시 외국인 코치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의 출전을 전 경기의 30%로 제한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팀이 그들을 쓰겠는가? 그러한 제재가 있고 나서부터 자연스레 국내 코치의 성장이 있었던 것 같다.

- 그럼 현재 브라질 출신의 국가대표 골키퍼 코치(코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선수시절 그분은 나의 코치님이셨다. 지금 이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얘기는 없는 거 같다.

-  과거 김병지 선수가 이례적으로 골키퍼로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선수로서의 심정과 현 코치로서의 입장은 어떠하신지?

 그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단호) 외국에서는 그런 행동이 있을 시 첫 번째는 경고를 그 다음에는 바로 경기출장 정지를 시켜버렸다. 심지어 방출까지로 이어졌다. 그것은 팀워크에 상당히 악영향을 끼친다.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다.

 지난날 김선수가 그런 행동으로 스타가 되었지만(영화 캐릭터로 떳다고 표현함) 외국인 감독 선임 후 어떻게 변했는가? 아무리 프로라 해도 팀워크를 해치는 그런 볼거리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

- 그럼 간단한 쇼맨쉽, 즉 뒤쪽 서포터즈 응원을 독려와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음. 그런 건 경기에 특별히 지장이 없는 선에서는 가능하다고 본다. 야구의 스포테인먼트 정도로 생각할 얕은 수준이면 상관없겠지만 경기에서 집중력을 흐릴 정도, 심하게 흥분할 정도의 수준이라면 자제해야 한다.

 - 유소년 클럽 훈련에는 자주 가시는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장감독님께서는 몇 번 다녀오셨는데, 그때도 나보고 가보란 얘기를 하지 않으셨다. 아마 내가 가기엔 이르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내 생각도 그렇다. 초중고를 거치면서 체계적으로 배운 선수가 아니라면 그들에게 특별히 골키퍼로서의 모습을 찾을 필요는 없다. 아직 선수들이 어리고, 훈련의 수준도 낮은 만큼 이르다고 생각된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3. 인천의 현실

- 현재 골키퍼 운영체제는 어떠한지?

아직까지는 김이섭 선수와 성경모 선수를 중심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전반기에 컵대회가 포함되어 있어 일정이 다소 빡빡하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빌어 다른 두 선수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다. 그들도 뛰어난 자질을 갖춘 선수들이다. 물론 그 결정은 감독님께서 하시겠지만 전에 상황에 따라 내가 감독님께 직접 제안했던 것처럼 올해도 아마 그럴 것이다.

 - 말씀하신 대로 인천은 두 명의 골키퍼가 경쟁하고 있다. 성경모와 김이섭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서 설명해주신다면?

김이섭 선수는 기본기나 축구를 할 수 있는 요소를 현재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안정적이며, 신체조건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근육량이 많고, 탄성이 좋은 것 또한 장점이다. 하지만, 코치로서 내가 가장 불만스러운 것은 소극적인 성격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골키퍼는 외향적이어야 한다.

성경모 선수는 머리가 좋고, 판단력이 뛰어나다. 과감하며, 파이팅이 좋다. 어려운 상황에서 전체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선수이다. 또한, 매우 현명한 선수이다. 그럼에도, 내가 바라는 만큼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기술이 원하는 만큼 못 미친다. 좀 더 세련되었으면 한다. 그렇다고 못한다는 건 아니다. 단지 내 입장에서 욕심을 내본 것이다.

 - 2005년 챔피언결정전 2차전도 그렇고 작년 후기리그 때도 울산전에 성경모 선수를 투입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는지?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 장감독님께서 경모 어떠냐고 내게 물어보셨다. 그때 이섭이가 나가면 아무래도 상대가 1차전 결과를 두고 더욱 파이팅을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위축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경모에게 출전의 기회가 찾아왔었던 것이다.

- 이때(작년 후기리그 울산전 이후) 성경모 선수 인터뷰 중 신코치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결실로 나타났다고 했다는데 어떤 훈련이었는지?

 집중력은 특별히 훈련을 한다고 해서 느는 것은 아니다. 평소 생활 습관에서 나오는 게 바로 집중력이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90분 내내 계속 집중해야만 한다. 그래서 스스로 Mind Control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경모가 그렇게 말한 것은 본인이 평소 집중력이 높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 작년 FA컵에서 전남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을 치렀다. 승부차기는 대표팀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었던 김영광과  인천의 김이섭의 골키퍼 대결이었다. 이름값의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대결을 펼쳤다. 이때 김 선수에게 특별히 내린 지시가 있었는지?

 특별한 지시는 없었다. 내가 직접 뛰지 않는데 선수에게 뭐라 말할 수 있겠는가. 가슴은 졸이지만 그냥 믿을 뿐이다. 그래서 심정은 선수 때보다 더 편하다.(웃음) 훈련 때는 잔소리를 많이 하는데 경기 때는 전혀 말을 하지 않는 편이다.

 - 영화 '비상'에서 나 같으면 이섭이 편이다'(울산과의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5실점 후, 평소 전칠한 수비수와 다툼 직후) 라는 식의 발언을 통해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그걸 알아줄지는 모르겠다.(웃음)"라고 하였다. 이 말의 의미는?

김이섭 선수는 좋은 골키퍼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훌륭한 선수임이 틀림없다. 이섭이에게 믿음을 주고 싶었다. 나도 선수시절 그런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아마 그때 그런 말을 했었던 것 같다. 선(先) 경험자로서 이섭이의 마음은 이해가 된다.

1년 동안 경기를 하다 보면 고비가 있는 경기가 있는데, 이기면 오르고 지면 떨어지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한 경기 잘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고, 비난받을 이유도 없다.

 - 골키퍼에게 있어 중요한 요소는 안정감과 수비조율이다. 골키퍼가 수비진들보다 어린 경우 어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작년 울산과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성경모 선수는 처음에 많이 어색했다고 했다. 이럴 때 코치로서 특별히 주문하는 것은 있으신지? 혹은 수비진들에게 따로 지시를 내리시는지?

그런 건 없다. 경모는 액션이 크고 활기차다. 스스로 즐겁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주변에까지 파급시킨다. 파이팅이 강하니까 주위에서 물드는 것 같다.

- 상대팀의 공격패턴이나 공격수의 특기 등에 따라 골키퍼의 양상이 달라지던데, 어떠한가? 인천은  팀은 이에 대해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수원 차감독은 크로스가 많은 팀일 때는 공중볼에 유리한 박호진을, 중거리슛을 잘하는 팀에겐 노련한 이운재를 내세우겠다 함.)

당연하다. 그런 상황에 따라 골키퍼의 운영이 달라지어 있다. 우리는 아직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 골키퍼 코치를 맡은 지 3년 째이다. 그동안 안정적인 골키핑을 위한 훈련에 매진했으며 올 시즌 그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는지?

아직까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시즌 초반이다. 그러나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 (성)경모의 경우 전북에서 한게임도 못 뛰었었는데 여기 와서 기량이 많이 늘었다. 또 몰라보게 성장한 선수들을 보면 그 결실이 드러나고 있다 생각한다. 올해 경기가 아직 많이 남았다. 조금 더 지켜봐 달라.

 - 홈 개막 첫 경기에 대한 소감은?

정말 아쉽다. 더욱이 감독님 첫 경기였는데 져서 안타깝다. 전체적으로는 잘한 경기였다.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도 다른 때보다 팬들이 많이 오셔서 좋았다. 첫 경기를 발판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으시다면?

팀이 잘나아가길 바란다. 내가 지도하는 선수들의 기량을 높여 좋은 선수로 성장시키는 게 현재 내가 가진 목표이다.

- 인천을 응원하는 많은 팬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경기 자체를 즐기셨으면 한다.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팬이 되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골이 들어가서 이기는 것도 재미가 있지만 그보다는 선수들의 특기나 장점이 돋보였을 때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오신 분들과 대화하면서 즐기셨으면 한다. '저런 패스는 정말 기막히네'와 같은 대화를 나누면서 경기를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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