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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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필요없어···'공감' 드라마가 뜬다

기사입력 2014.02.01 15:00 / 기사수정 2014.02.01 15:01

정희서 기자


[엑스포츠뉴스=정희서 기자] 최근 tvN '로맨스가 필요해3', '응급남녀', JTBC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 등 일상의 공감코드를 전면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동안 많은 작품들이 사랑의 아름다움, 필연적인 만남, 판타지 요소를 담았다면 이 드라마들은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연애,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철저히 부순다. 또한 주인공들이 내뱉는 대사들은 마치 친구들과 떠는 수다같이 쫄깃한 대사들로 공감을 자아낸다.



▲ '로필3' "슬퍼야할 이유는 없다. 연애가 끝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벌써 세 번째 시즌을 맞은 tvN 월화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3'(이하 '로필3')는 사랑도 성공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여자들의 고민을 보여준다. 시즌 1,2가 오래된 연인들의 사랑과 권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시즌3는 직장생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가미해 현실성에 무게중심을 옮겼다.

32살 잘나가는 홈쇼핑 MD 신주연(김소연 분)은 회사 동료에게 '갑각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철저히 자신의 감정을 숨긴다. "아무리 강해보이는 사람도 약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걸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인거다.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말하며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2030 직장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이미 다섯 번의 실패를 맛본 주연에게 사랑과 이별조차 한낱 감정놀음일 뿐이었다. 그는 결혼을 기대했던 애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을 때도 흔한 이유조차 물어보지 않았다. "모든 이별은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연애의 절정이 끝났기 때문이다"라는 주연의 내레이션은 이별을 겪은 시청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세상은 다 혼자다.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다. 외로운 게 너무 좋다"라며 쓴웃음을 짓는 모습은 쿨해서 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드라마는 조기 폐경 선고를 받은 자유연애주의자 이민정(박효주)와 고시를 준비하는 오래된 남자친구와 가난한 연애를 이어가는 정희재(윤승아)를 통해 다양한 감정선을 표현한다. 일과 사랑에 찌든 알파걸 주연, 민정과 사내 초년생 희재의 리얼한 이야기를 통해 '내 인생,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내게도 다시 사랑이 올까'로 고민하는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한다.



▲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제대로 아홉수 맞은 여자들의 웃픈 이야기

JTBC 월화드라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이하 '우사수')는 19살처럼 꿈에 설레기도, 29살처럼 사랑에 기대하기도 힘든 서른아홉 여자들의 웃픈(웃기고도 슬픈) 이야기를 담는다. 드라마는 결코 골드미스의 화려한 모습만 다루지 않는다. 각기 아픔과 상처를 지닌 세 여자의 삶은 우리 주변에 충분히 있을 법한 여자들의 모습이다.

'우사수'는 골드미스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결혼, 이혼, 시월드 등 다양한 소재로 2040 여성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돌싱녀 정완(유진)은 전 남편과의 재결합을 꿈꿨지만 어린 여자와 재혼하는 걸 눈앞에서 확인하게 된다. 화려한 골드미스로 포장된 선미(김유미)는 올 한해 '결혼만큼은 꼭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지만 막상 애인은 알맹이만 쏙쏙 빨아먹는 파렴치한이었다. 겉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는 청담동 며느리 지현(최정윤)은 시어머니에게 갖은 핍박을 당한다.

"서른아홉에 우리에게 찾아온 것은 여자로서의 인생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초조함. 어렵게 지켜온 행복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깊은 외로움뿐이었다"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정완의 내레이션은 골드미스의 허상을 보여준다.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기에도 벅찬 세 여자들에게 결혼과 연애에 대한 판타지는 잊혀진지 오래다. 선미는 자신을 짝사랑하는 어린 남자 최윤석(박민우)에게 "연애할 상대 만날 나이 아니다. 만나다가 결혼할 수 있는 남자 만나야 돼"라며 "내가 신은 구두 한 켤레 사려면 니 한 달치 월급으로도 모자란다"며 현실적인 말로 관계에 선을 긋는다.

드라마는 골드미스의 약점을 철저하게 찌르기도 한다. "요즘 남자들은 2세 생각해서 어린 여자들 좋아한다. 능력 있는 남자들은 골드미스 싫어하더라. 말대답 따박따박 하는데 누가 좋아하겠냐"라며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담은 대사들로 골드미스의 아픈 곳을 콕콕 쑤신다.



▲ '응급남녀' "미쳐서 결혼하고 정신차려 이혼했다"

지난 24일 첫 방송한 tvN 금토드라마 '응급남녀'는 6년 전 이혼했던 원수 같은 부부 오창민(최진혁)과 오진희(송지효)가 병원응급실에서 늦깎이 인턴으로 다시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불가에서 부부란 칠천 겁의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이라 했다. 여기서 겁이란 천년에 한번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집채 만한 바위를 뚫는 시간이다. 그래서 결혼이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부부로 살다보면 그 기적은 어느새 안드로메다로 사라진다"

너무 사랑해서 20대 초반 부모의 반대를 무릎 쓰고 결혼했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서로를 미워하게 된다. 서로 소중한 물건을 던지고 부수며 격렬한 부부싸움을 하던 두 사람은 까맣게 타버린 냄비 속 카레처럼 두 사람의 관계가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깨닫게 된다. 드라마는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지향하지만 이혼은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다. 부부 싸움을 하며 서로 상처 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두 사람의 모습은 이혼이라는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전에 벼랑 끝에 선 부부들의 모습이었다.

또한 6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에게서 전 남편, 전 부인에 대한 그리움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상처를 다시 들춰내며 싸우는 두 사람의 모습은 웃음을 유발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의 허무함과 씁쓸함을 자아냈다.

'로필3'·'응급'·'우사수'에서 불안한 미래와 외로움에 대해 고민하는 주인공들의 스토리는 그 나이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 현실을 꼬집는 명쾌한 대사들과 웃픈 상황들은 발랄함과 묵직한 진정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또한 주인공들이 지닌 고민들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와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재미를 북돋워주고, 삶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매회 '로필3' 공식 홈페이지에 시청 소감을 남기는 열혈 시청자 주 모씨는 "'로필3'을 통해 설렘, 웃음, 눈물 여러가지 감정들을 원 없이 느낀다. 대사 장면 하나하나 공감대가 형성되고 남의 이야기가 아니구나라고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는 소중한 드라마"라고 드라마가 주는 '공감 코드'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이렇듯 '로필3', '우사수', '응급남녀'는 공감을 자아내는 명대사를 통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삶과 연애에 대한 좀 더 직접적인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들은 KBS '연애시대', '그들이 사는 세상', MBC '소울메이트' 등의 계보를 이으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소장용 드라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사진 = '로맨스가 필요해3', '응급남녀',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 tvN, JTBC 방송화면]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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