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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급매 행복아파트 천사호'…싸우면 좀 어때, 그래도 사랑인걸

기사입력 2013.05.29 18:54 / 기사수정 2017.07.11 15:01



▲ 연극 '급매 행복아파트 천사호'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영화 '봄날은 간다'(2011)에서 상우(유지태 분)는 이별을 고한 은수(이영애)에게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랑은 과연 변할 수 있는 것일까? 흔히 사랑의 유통기한은 3년이라고들 한다. 처음에는 첫 눈에 반하거나 알 수 없는 신비로운 감정에 이끌려 사랑을 시작하게 되지만, 그 설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어느 순간 확 식어버린다.

서로에게 콩깍지가 단단히 씌었을 때는 상대방의 모든 점이 좋아 보이건만 왜 시간이 흐를수록 그 사람의 매력은 눈곱만치도 눈에 띄지 않게 되는 걸까. 열정적인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어도 콩깍지가 벗겨지면 사랑도 벗겨지기 마련인가 보다.



권태기에 놓여있는 부부의 갈등과 화해를 고스란히 담아낸 연극 '급매 행복 아파트 1004호' 속 부부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철수(서현철, 홍서준)와 영희(전수경, 김선화)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과 소설가 지망생이던 시절 가진 것은 없어도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한 신혼부부였다. 하지만 어느새 서로에 대해 무심해지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중년 부부가 됐다. 예전에는 좋기만 했던 상대방의 김치 씹는 소리와 숨 쉬는 소리도 이제는 그저 소음일 뿐이다.

낭만은 짧고 생활은 길다고 했던가.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사실 다른 곳에 있지 않다. 불꽃 튀는 사랑을 하던 옛날의 나로 돌아가면 된다. 변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급매 행복아파트 1004호'는 콩깍지가 벗겨진 뒤의 부부의 사랑이야말로 노력과 이해의 산물임을 알려준다. 낭만적인 결혼생활이 오래가기 위해서는 열정 외에도 상대에 대한 친밀감과 신뢰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젊은 시절 꿈을 잊은 채 막장드라마를 쓰고 있는 영희와 학원 강사로 돈벌이를 하는 철수는 잦은 다툼 끝에 이혼을 결심하고 부동산에 집을 내놓는다. 이후 철수와 영희는 집을 사러 온 젊은 부부 영은(나현주, 오산하)과 준수(인교진, 강현우)에게 각각 빨려 들어간다. 그러나 그렇게 완벽해 보이는 젊은 부부가 결국 과거의 자신들이었음을 안 두 사람은 행복했던 옛 기억을 떠올리며 서로에 대한 애정을 회복해 나간다.

이들 부부가 겪는 갈등부터 화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실제 부부를 보고 있는 듯 자연스럽다. 대사 하나하나는 현실 속 부부의 행동을 그대로 반영한듯 감칠 맛 난다. 섹스리스 부부로서 두 사람이 토해내는 열변이 자극적 이기는커녕 솔직하고 유쾌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극중 막장 드라마 작가라고 자신을 흉보는 남편에게 "우리 인생이 더 막장이야"라며 영희가 받아치는 장면이 있다. 두 사람이 잃어버린 사랑을 회복하는 과정은 소설이나 드라마보다 어쩌면 더 막장스런 현실에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치유의 시간이 된다.

물론 이미 애정이 식어버린 중년의 부부가 다시 알콩달콩한 신혼 때처럼 돌아간다는 설정은 실제 위기에 처한 부부들의 경우와는 달라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해피엔딩은 현실에서 한 발 떨어져있는 것 같으면서도 현실과 닮아 있어 관객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하다. 



뻔한 이야기가 생동감있게 그려지고 관객과 공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데는 배우들의 힘도 컸다. 단 다섯 명의 배우들로 꾸려졌지만 남편 철수로 나오는 서현철과 막장 드라마 작가 영희 역의 전수경, 풋풋한 신혼부부 준수와 영은 역의 인교진과 나현주 등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시너지를 발휘한다.

철수모, 영희부, 박꽃님, 중국집 배달원, 조정관, 경비원 등 1인 다역의 멀티(윤기원, 김한종) 김한종 역시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주며 극을 풍부하게 만든다.

연극 '급매 행복아파트 1004호'는 6월 30일까지 대학로 미마지 아트센터 눈빛극장에서 열린다. 만 14세 이상. 90분. 공연문의: 02-514-6776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급매 행복아파트 천사호 ⓒ 로고스필름]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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