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래오래 인상에 남을 악역을 멋지게 소화했다. 디카프리오는 오는 21일 개봉하는 '장고: 분노의 추격자(이하 장고)'에서 ‘악인’으로 등장한다. 그가 맡은 켈빈 캔디는 일반인들이 어느 정도 연민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부드러운 눈웃음 뒤에 음흉한 속내가 들어있고 잔인함을 즐기는 '악질 중의 악질'이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걸작 서부극'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웨스트'에는 헨리 폰다가 등장한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이자 '정의의 사도'의 아이콘이었던 폰다는 이 영화에서 악역을 맡았다. 그가 어른들은 물론 어린아이의 목숨까지 가차 없이 빼앗는 장면을 본 관객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킬빌'로 명성을 떨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레오네의 영화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그의 최신작인 '장고'는 새로운 '스파게티 웨스턴'이자 타란티노 감독 특유의 유머와 폭력이 가미된 '퓨전 서부극'이기도 하다. 레오네가 당대에 '선한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헨리 폰다를 악인으로 둔갑시킨 것처럼, 타란티노 역시 최고의 스타인 디카프리오를 '피도 눈물도 없는 악인'으로 변질시켰다.
레오네 감독의 '장고'는 1966년에 만들어진 서부극이다. 복수를 위해 현란한 총 솜씨를 보였던 장고는 웨스턴 무비의 대표적인 캐릭터로 남아있다. 당시 ‘장고’ 역을 맡은 인물은 프랑코 네로였다. 그는 이번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에서 까메오로 출연했다. 새롭게 장고를 연기한 인물은 제이미 폭스다. 타란티노 감독은 최고의 총잡이 캐릭터를 흑인으로 설정했다. 또한 노예제도가 합법이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인종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흑인 총잡이'가 등장하는 '장고'에서 디카프리오는 노예들을 관리하고 파는 남부지역의 갑부 켈빈 캔디 역을 맡았다. 캔디는 노예들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만딩고 게임'에 열광한다. 자신이 관리하는 노예의 가치가 떨어지면 잔인하게 살해한다. 또한 노예를 구입하러 온 이들에게 흑인들의 몸에 남아있는 상처를 보여주며 허세를 떨기도 한다. 캔디는 노예 상인으로 위장한 장고와 그의 파트너인 닥터 킹 슐츠와 거래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장고과 닥터 킹의 위장술에 속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뒤 거친 모습을 드러낸다.
협상을 위해 양의 탈을 쓰고 매너 넘치는 신사의 품위를 보였던 캔디는 본색을 드러내며 야수처럼 돌변한다. 장고와 닥터 킹을 거칠게 위협하는 장면에서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그동안 선한 역을 주로 맡았던 그는 연기자로서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는 점에서는 다소 모자란 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장고'에서 왠만한 약역 뺨칠 정도의 징글징글한 악역을 훌륭히 해냄으로써 여성들의 환호를 먹고사는 '스타'가 아닌 진정한 연기자 '배우'로서 우뚝 섰다.
20대 시절, 디카프리오는 '꽃미남 배우'로 전 세계 소녀 팬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어느덧 마흔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는 근사한 '중년 아저씨'로 변했다. 하지만 '장고'를 통해 배우로서 근사하게 늙은 중년이미지를 갖게 됐다.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타임은 "디카프리오는 멋지게 미소 짓는 사탄이다"라고 평가했다. 콘트라 코스타 뉴스페이퍼지는 "디카프리오가 미소년의 이미지를 버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괴물로 태어났다"고 평가했고 BET.com은 "디카프리오는 "생애 가장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디카프리오는 '장고'의 홍보를 위해 처음으로 내한한다. 타란티노 감독의 유머와 폭력이 살아있는 '장고'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전체적인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악인으로 변신한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놓칠 수 없는 영화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C) 장고 스틸컷, 장고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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