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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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소소한 행복을 찾아서…'남쪽으로 튀어!'

기사입력 2013.02.12 18:03 / 기사수정 2013.02.12 18:03

임지연 기자


[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돈에 치이고, 시간에 쫓기고 일에 찌든다.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이 것만, 현대인들은 "어깨에 곰이 있는 것" 같다는 말로 자신의 피로함을 표현하곤 한다. 과연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영화 '남쪽으로 튀어'의 괴짜 가장 최해갑은 "남들과 달라도 괜찮아! 남쪽으로 튀어!"라고 전할 것만 같다.

조금 괴상한(?) 아빠가 있다. 초등학교 딸아이에게 가훈으로 '가지지 말고, 배우지 말자'라고 일러주는 아빠 최해갑은 젊은 시절 '체게바라'로 통했던 무정부주의자에 가까운 인물이다. 또 '주민등록증 찢어라'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인 그는 "정부가 해준 게 뭐 있어"라며 주민등록 지문날인, 국민연금, TV수신료 등 국가를 거부한다. 급기야 해갑은 "더이상 정부로부터 고지서 안 받아도 된다. 자유다!"라며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막내딸의 학업도 중단 한 채 가족들을 이끌고 이상향 '남쪽'으로 떠난다.

도시에서 '퍽' 괴팍했지만, 섬에서 여유와 자유를 찾은 해갑은 늘 자신의 가장 큰 지원군이 되어주는 단아한 외모의 아내 안봉희(오연수)와 자녀들과 함께 '해갑네 가족'만의 행복을 누리게 되는데….

'우.생.순'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남쪽으로 튀어'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경쟁작 '베를린', '다이하드3'와 전혀 색이 다른 영화다. 소소하면서도 잔잔한 재미를 놓치지 않은 이 영화는 덥지 않은 늦여름 바닷가에서 맞는 바람 같은 산뜻함을 준다.

영화에서 다루는 사건들은 동시대적이고, 현실적이건만 영화는 결코 무겁지 않다. 특히 해갑을 비롯한 인물들은 비현실적이고 유쾌하기까지 하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직접 낚시 해 먹을거리를 해결하며 도란도란 사는 해갑네는 풍족하진 않지만 도시에서 살 때 보다 훨씬 더 행복한 모습이다. 가족들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남쪽으로 튀어'는 정치적으로 보지 않아도 여운을 남긴다. 바쁜 일상 속에 갇힌 현대인들이 한번쯤은 고민에 빠지곤 하는 '행복'의 다른 가치를 돌아보게 해준다. 또 관습, 제도, 타인의 시선과 기준 등 '틀'을 벗어나 누구나 한번쯤 꿈꾸지만 쉽게 실행하지 못하는 '일탈'을 그려냄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통쾌함도 선사한다.



이에 최해갑을 연기한 배우 김윤석은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최해갑을 연기하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나라에서 정해둔 국민 연금을 거부하고 TV수신료를 내기 싫어 TV를 박살낸 최해갑은 통쾌한 인물인 것 같다"고 그 이유를 덧붙여 설멍했다.

또 김윤석은 "정말 이 세상에서 정해놓은 방식대로 교육을 시켜야 하는 지 생각하고 있다. 아내와도 상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산교육을 시킬 수 있는 자신이 없어 학교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해갑은 늘 웃는 얼굴이다. 그는 경찰서에 끌려가서도, 옥상 위에서 데모 중에도 옅은 미소를 잊지 않는다.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한 것과는 또 다른 행복. 해갑은 그런 행복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 만 같다. "남쪽으로 튀어!".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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