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양정웅 기자) 사령탑을 더그아웃에서 한숨 쉬게 만들었다.
외국인 선수가 끝내 90도로 사과 인사를 했다.
팀을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만든 르윈 디아즈(삼성 라이온즈). 그 끝은 '해피엔딩'이었다.
삼성은 4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2차전에서 연장 12회 승부 끝에 3-2로 이겼다.
이로써 1차전에서 7-8 한 점 차로 졌던 삼성은 2차전을 힘겹게 이기면서 박진만 감독이 언급했던 '수원에서 1승 1패' 목표를 달성했다. 플레이오프 5차전 승부를 펼치며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도 연장전을 승리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이날 삼성 경기를 상징하는 선수는 바로 디아즈였다. 이날 팀의 5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6타수 4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3루타와 2루타, 단타 2개를 때려내면서, 홈런만 쳤다면 사이클링 히트를 할 뻔했다.
첫 타석부터 디아즈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삼성은 2회초 선두타자 최형우가 오른쪽 2루타를 치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디아즈가 우익수 최원준의 키를 넘기는 타구를 날렸다. 스타트가 늦었던 최형우도 홈으로 들어왔고, 디아즈는 3루까지 내달려 세이프가 됐다.
다만 디아즈는 다음 타자 류지혁의 내야 땅볼 때 스타트를 늦게 끊으면서 홈에서 태그아웃됐다. 삼성 벤치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이후로도 디아즈의 안타 행진은 계속됐다. 4회에는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출루했고, 6회 1사 1, 2루에서는 우익수 앞 안타를 터트리면서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다만 두 번 모두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8회 1루수 땅볼로 잠시 쉬어간 디아즈는 연장 승부에서 다시 힘을 냈다. 10회초 삼성이 김지찬의 사구와 희생번트, 구자욱의 자동 고의4구 등으로 2사 1, 2루 찬스를 만들었다.
여기서 디아즈가 바뀐 투수 전용주의 2구째 슬라이더를 공략,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기록했다. 그 사이 2루 주자 김지찬이 홈을 밟으면서 2-1로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디아즈는 10회말 수비에서 자신이 만든 리드를 자신이 날리고 말았다. 1사 후 장진혁과 안현민의 연속 안타로 KT가 1사 1, 2루를 만든 가운데, 샘 힐리어드가 1루수 방면 땅볼을 쳤다. 그런데 디아즈가 이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면서 주자가 모두 살았다.
결국 1사 만루에서 원태인이 김현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면서 삼성은 어렵게 만든 리드를 바로 날리고 말았다. 그나마 다음 타자 오윤석의 잘 맞은 타구를 디아즈가 직선타로 잡아내면서 2아웃이 됐다.
12회초, 삼성은 첫 타자 박승규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어 디아즈가 친 타구는 2루수 쪽으로 갔다. 1루 주자와 디아즈 본인이 모두 아웃되면서 병살타가 됐다. 그러나 삼성에서 비디오 판독을 실시했고, 디아즈가 먼저 1루를 밟은 것으로 나왔다.
디아즈는 김상준의 안타로 2루로 진루했고, 이재현의 투수 앞 땅볼 때 2루수 오윤석의 1루 송구가 빠진 사이 3루를 거쳐 홈으로 들어왔다. 12회말 배찬승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으면서 디아즈는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결승점이 됐다.
경기 후 박진만 삼성 감독은 디아즈의 수비에 대해 "카메라 안 비치는 곳에서 한숨 많이 쉬었다"며 "(디아즈가) 게임 끝나고 90도로 인사를 했다. 결정적인 순간 에러를 했다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타구는 잘 잡았는데 쉬운 타구에서 에러가 나온다"고 한 박 감독은 "디아즈가 기본기에 입각한 수비를 해주면 좋겠다. 수비코치에게 한 마디 해야 할 것 같다"고 경고(?)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디아즈는 "개인적으로 후반에 안 좋은 일로 유종의 미를 못 거뒀다"고 자책했다.
그는 "시리즈 동률을 만들고 대구로 가는 게 목표였는데 이뤄서 좋다. 페덱이 7이닝 버텨주고, 불펜이 틀어막아주면서 이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매우 칭찬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박 감독에게 90도 인사를 했던 것에 대해서는 "실책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사과드렸다. 지금도 책임감 느낀다"고 말했다.
디아즈는 "실책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완벽에 가까웠다. 타격과 수비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중요한 상황 실책을 범해서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며 "팀에 너무 미안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 경기를 마지막까지 치르면서 너무 미안한 감정을 가졌다. 아무도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행히 승리해서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감독님께 인사드렸다"고 했다.
디아즈는 2024년 한국에 온 이후 통산 고영표에게 18타수 2안타(타율 0.111)에 그쳤다. 올해는 아예 9타수 무안타 3삼진에 그쳤다. 그랬던 그가 오늘은 고영표에게 2번의 장타를 만들었다.
올해 고영표 상대 무안타였다는 걸 2차전 전까지도 알지 못했다는 디아즈는 "그런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오늘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훈련 때부터 강한 정신력으로 임했고, 오늘은 타격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아즈는 한국 무대에서 처음 3루타를 기록했다. "3루타를 살면서 처음 쳐보는 것 같다"며 웃은 그는 "베이스를 돌면서 외야를 봤는데, 공이 땅바닥에 있더라. 죽기 살기로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어떤 방식으로든 팀에 도움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 순간이었다. 죽더라도 팀에 도움되는 방향이면 리스크 가질 만하다 생각하고 뛰었다. 다행히 살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사진=수원, 김한준·박지영 기자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