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양정웅 기자) KT 위즈가 비밀병기로 준비했던 '로건 앨런 불펜' 카드는 실패로 돌아갔다.
로건이 막아주지 못한 아웃카운트의 여파는 결국 구원진의 예기치 못한 투입으로 이어졌다. 사령탑도 반성의 뜻을 밝혔다.
KT는 3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1차전에서 8-7로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까지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우승을 차지할 확률은 73.8%(42회 중 31회)다. 그만큼 1차전 승리는 어느 팀에게나 중요한 일이다.
첫 경기를 잡기 위해 KT는 데이비스 대니엘을 선발투수로 넣었다. 그는 후반기 10경기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2.13으로 KT 선발진을 이끌었다. KT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선발 카드였다.
이날 KT는 투수 고영표, 소형준을 미출전 선수로 분류했다. 보통 다음 경기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선수가 출전 명단에서 빠지기에 2차전 선발로 낙점된 고영표가 미출전하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로건이 출전 명단에 들어간 건 이례적이었다.
KT는 지난달 28일 열린 U-23 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서 고영표가 5이닝, 로건이 4이닝을 던졌다. 이틀 뒤 2차전에서 나온 소형준까지 4명의 선수가 선발진을 꾸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로건이 1차전 미출전 선수로 분류되지 않은 것이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KT 감독은 "로건도 있고 (좌완) 오원석도 있다. 경기를 보시면 안다"며 로건의 불펜 등판을 암시했다.
로건은 올해 17경기를 모두 선발로 등판, 92⅔이닝 동안 7승 5패 평균자책점 3.59의 성적을 거뒀다. 다만 지난해 NC 다이노스 시절, 시즌 막판 불펜으로 전환할 예정이었으나 1경기(9월 23일 롯데 자이언츠전) 등판 후 면담을 통해 다시 선발로 돌아왔다.
대니엘과 고영표, 소형준은 선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배제성도 9월 이후 7경기에서 1.30의 평균자책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이에 4선발 체제로 가는 포스트시즌에서 한 명이 불펜으로 가야하는데, KT는 로건을 선택한 것이다.
KT는 1차전 초반부터 기선제압에 나섰다. 1회 삼성 선발 최원태의 제구 난조를 틈타 샘 힐리어드의 2타점 2루타로 선취점을 올렸고, 김상수의 내야안타로 3-0 리드를 잡았다. 이후 3회 안현민의 투런포로 최원태를 내렸고, 한승택(5회 1점)과 김현수(6회 2점)까지 홈런포 생산에 가담하며 8-0까지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3회부터 6회까지 4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하던 KT 선발 대니엘이 7회 들어 박승규에게 좌익수 쪽 안타를 맞은 후, 구자욱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통타당해 2점 홈런을 맞았다. 이어 르윈 디아즈에게도 오른쪽 안타를 맞자, 결국 KT는 대니엘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그리고 KT는 깜짝 카드였던 로건을 등판시켰다. 최형우~김성윤~류지혁으로 이어지는 좌타자 라인업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건은 첫 타자로 나온 대타 김성윤에게 1-2간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맞아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이어 김영웅이 친 타구도 1루수 옆으로 묘하게 가는 내야안타가 되면서 만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류지혁의 1루수 땅볼로 로건은 대니엘의 책임주자 디아즈의 득점을 허용했다.
불을 제대로 끄지 못한 여파는 컸다. 뒤이어 올라온 손동현이 김헌곤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지만, 이재현에게 파울홈런을 맞으며 다시 김정운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이재현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때리며 2점이 들어왔다. KT는 7회에만 5점을 내주며 사정권 안으로 쫓겼다.
이어 8회에도 김성윤의 적시타가 나오며 삼성은 한 점을 따라갔고, 조기 투입된 마무리 박영현의 폭투까지 나오며 한 점 차로 쫓겼다. 그나마 박영현이 9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하며 불을 껐지만, 내상이 너무 컸다.
경기 후 사령탑도 아쉬움을 전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승장 기자회견에서 7회 로건의 투입에 대해 "가장 센 사람 집어넣어서 매조지하는데 한 번 착각한 것 같다"며 "계속 그냥 있었는데 내가 실수했던 교체였다. 나 때문에 큰일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로건이 못 던진 건 아니다"라고 한 이 감독은 "정타 나온 건 아닌데 결과로 말씀하시니, 그런 부분에서 내가 실수했다"고 얘기했다.
이날 로건의 투구는 KT 투수 운용 플랜을 바꿀 예정이다. 이 감독은 "조금 바뀔 것 같다. 로건은 그냥 정상대로 돌려주려 한다"며 "불펜피칭을 대신하는 그런 식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경기를 돌아보며 "역시 큰 경기는 큰 거 한 방 확실히 중요하다. 방심한 건 아닌데 한 번도 방심하면 안 되는 걸 느꼈다"고 총평을 내렸다.
"(김)현수 홈런이 긴장을 풀리게 했던 것 같다"고 한 이강철 감독은 "끝까지 타이트한 경기 됐다. (미디어데이에서) 영현이 4세이브라고 손가락으로 안 했어야 하는데... 박영현 선수가 잘 막아줬다"고 했다.
사진=수원, 김한준·박지영 기자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