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김치맨"이라는 인종차별적 단어를 듣고 69세 노장 박항서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초유의 인종차별 사태에 태국축구협회도 대응에 나섰다.
태국축구협회는 2일(한국시간) 자신들의 페이스북 계정에 성명서를 내고 타이리그2(2부)에서 발생한 박항서 감독을 향한 인종차별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축구에서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적 행위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하고자 한다"라며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행동이든 무엇이든, 이러한 행동들은 스포츠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간주되며, 축구 산업에서 용납되어서 안 된다. 태국 축구 산업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담 팡 태국축구협회장은 정책을 전달하고 협회 대회조직부에 즉시 정보를 수집해 절차에 따라 심의 과정에 이 문제를 포함시키도록 지시했다"라며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다음을 알렸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1일 박 감독이 이끄는 칸차나부리가 태국 파타야 능 푸레 경기장에서 열린 파타야 유나이티드와의 2026-2027시즌 태국 리그2(2부) 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2로 비긴 뒤였다.
파타야 구단의 한 외국인 서포터가 경기 종료 후 라커룸으로 향하는 터널 앞에서 칸차나부리 선수단 스태프와 충돌한 영상을 공개했다. 몇몇 파타야 서포터들이 "김치" 등을 포함한 도발적인 발언을 외쳤다.
영상에서 박 감독이 소리치는 서포터를 향해 조용히 하라는 듯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댔고 서포터가 웃으면서 반응했다. 이에 분노한 박 감독은 서포터를 향해 내려오라는 듯 손짓했다.
그러자 서포터가 박 감독을 향해 "김치맨, 꺼져(Fuxx you) 김치맨"이라고 소리쳤고 박 감독은 "김치?"라고 소리치며 분노했다. 옆에 있던 노영수 코치 역시 반응하면서 사태가 커지기 시작했다.
선수들과 다른 스태프들이 말렸지만, 박 감독과 스태프가 거세게 화를 냈고 현지 경호 인력까지 이들을 말려야 했다. 파타야 구단 스태프도 달라붙었다.
간신히 화를 가라앉힌 박 감독은 라커룸으로 들어갔고 서포터들은 칸차나부리 외국인 선수를 향해서도 욕설과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칸차나부리 구단 회장이 재빨리 선수들과 스태프를 라커룸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상황에 개입했다고 전해졌다
칸차나부리 구단은 성명을 통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촉구한다. 축구는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는 스포츠이기에, 인종차별과 피부색, 민족, 그리고 모든 형태의 차별에 맞서 싸우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피부색이 무엇인지와 관계없이 모두가 소중하며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차별에 반대한다. 서로를 존중하라. 축구는 우정과 단결, 평등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박 감독의 소속사 DJ매니지먼트 역시 성명을 내고 "태국 리그와 관련된 축구 당국이 보고된 사건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규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며 감독과 선수, 모든 축구 관계자를 차별과 학대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태국축구협회 규정 중 경기장 안팎에서 경기 전, 중, 후에 신체 언어나 그 의미를 전달하는 기타 행위를 포함하여 명백한 행동으로 누구에게든 모욕하거나 위협하거나 인종차별적 행위를 하는 사람은 1경기에서 3경기까지 출전 정지 처분을 받으며, 1만 바트(약 39만원)에서 6만 바트(약 238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욕설을 하거나 조롱, 모욕, 공격적이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 예를 들어 인종차별이나 인종비방, 또는 노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저주하는 경우에, 그 사람은 2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1만 바트에서 4만 바트(약 158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관중이 경기 전후를 포함해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모욕 행위를 하면 1만 바트에서 3만 바트(약 119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여러 명이 가담했을 경우 이는 2만 바트에서 4만바트 수준까지 올라간다.
구단이 제재 대상이 될 경우 홈 경기장 사용 금지 징계, 반복될 경우 승점 삭감까지 가능하다.
박 감독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직을 맡아 베트남 축구의 부흥기를 이끈 뒤 물러난 베트남 축구 영웅이다.
이후 3년간 한국과 베트남에서 행정 일을 하다가 올해 여름 칸차나부리 감독직에 부임해 현장에 복귀했다.
현재 칸차나부리는 태국 2부리그에서 3승5무1패(승점 14)로 6위에 머물러 있다. 승격권과는 거리가 멀지 않지만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태국 심판진에게 거세게 항의해 일부 태국 팬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구단에서 박 감독을 신임한다고 밝히면서 사건이 일단락되기도 했다.
구단 회장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장기적인 팀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승격하지 못하더라도 박 감독을 경질할 생각은 절대 없다"면서 "칸차나부리는 창조하고 가꾸고 기다리는 것을 즐긴다"는 글과 함께 박 감독과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SNS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