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반짝이는 워터멜론'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번 보면 오래 남는 숨은 명작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유'는 나만 알기 아쉬운 콘텐츠를 찾아 이 콘텐츠를 봐야 이유를 짚어드립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이유림 기자) 청춘은 언제 가장 빛나는가. 눈부신 성취를 이뤄냈을 때일까, 아니면 그저 뜨겁게 하루를 살아냈을 때일까.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이 질문에 따뜻한 답을 건넨 작품이다.
2023년 방송된 tvN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코다(CODA) 소년 은결(려운 분)이 1995년으로 타임슬립해 어린 시절의 아버지 이찬(최현욱)과 밴드를 결성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청춘 드라마다.
려운, 최현욱, 신은수, 설인아 등 청춘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풋풋한 성장과 사랑, 가족의 의미를 그려냈다.
방영 당시 성적만 놓고 보면 폭발적인 흥행을 거둔 작품은 아니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4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4.7%를 기록했으나, 이후 15회까지 3%대에 머물렀다. 최종회 역시 전국과 수도권 모두 4.5%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그러나 시청률이 작품의 가치를 온전히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높은 시청률 대신 시청자들의 마음에 긴 여운을 남겼다.
종영 당시 최현욱은 TV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순위 3위에 올랐으며, 려운과 신은수 역시 각각 5위와 8위를 차지했다. 배우들의 호연과 더불어 청춘과 가족애를 조화롭게 풀어낸 서사에도 호평이 이어졌다.

tvN '반짝이는 워터멜론'
무엇보다 이 작품의 매력은 익숙한 이야기 안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시선에 있다. 타임슬립과 첫사랑, 밴드 활동 등 청춘 드라마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그 안에 장애와 소통, 가족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코다는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녀를 뜻한다. 주인공 은결은 청인으로서 소리를 듣고 음악을 연주할 수 있지만, 집에서는 부모와 세상을 이어주는 역할을 맡는다.
작품은 은결이 지닌 음악적 재능과 가족 안에서의 책임을 함께 조명하며 그가 살아가는 세계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청각장애인과 코다의 삶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으면서도 이를 특별한 설정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과 관계의 문제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무거운 현실을 전달하는 데에만 집중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가슴 먹먹하게 인물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듯했던 이들이 어떻게 마음을 나누고 이해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tvN '반짝이는 워터멜론'
청춘 드라마 특유의 싱그러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여름날의 교정, 하복 차림으로 거리를 누비는 학생들, 음악을 향한 열정으로 뭉친 밴드부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지나간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은결과 이찬이 사사건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유쾌한 호흡부터 이찬과 청아(신은수)의 서툰 로맨스, 밴드 '첫사랑 기억 조작단'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순간까지 어느 하나 청춘의 낭만을 놓치지 않는다.
어쩌면 예상 가능한 장면들이다. 그럼에도 인물들의 진심이 쌓여 완성된 순간들은 뻔하게 느껴지기보다 오히려 더욱 벅찬 감정을 안긴다.
무엇보다 '반짝이는 워터멜론'이 여느 청춘물과 구별되는 지점은 청춘을 바라보는 방향에 있다. 보통의 청춘 드라마가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성장에 집중한다면, 이 작품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자녀의 시선으로 부모의 젊은 날을 들여다본다.
은결에게 이찬과 청아는 자신을 낳고 길러준 부모이지만, 1995년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사랑 앞에서 망설이고 미래를 고민하는 평범한 청춘일 뿐이다.
은결은 자신이 알고 있던 부모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을 만나고, 시청자 역시 부모에게도 자신만의 빛나는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이찬과 청아의 시작은 낭만적인 첫 만남과는 거리가 멀었다. 청아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이찬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청아를 오해한다. 그러나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쌓일수록 오해는 이해로, 낯설음은 애틋함으로 바뀌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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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찬이 스케치북에 자신의 마음을 적어 청아에게 전하고, 수어로 노래를 표현하는 장면은 작품이 지닌 정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능숙하지 않은 표현일지라도 상대에게 닿고자 하는 진심만큼은 선명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세상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모습은 그 어떤 화려한 고백보다 깊은 울림을 전한다.
물론 이들의 청춘이 마냥 찬란했던 것만은 아니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가정환경과 상처, 쉽게 해결되지 않는 현실의 문제를 마주한다. 누군가는 사랑받기를 바라고, 누군가는 자신의 꿈을 지키려 애쓰며, 또 다른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스스로의 욕망을 뒤로 미룬다.
그렇게 작품은 청춘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대신, 불완전한 순간까지도 그 시절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젊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순간이 행복할 수는 없지만, 흔들리고 넘어지면서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 했던 시간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tvN '반짝이는 워터멜론'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는 수어다.
일반적으로 박수는 두 손바닥을 마주쳐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표현하지만, 농인들은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손등을 앞뒤로 흔드면서 반짝이는 방식으로 기쁨과 환호를 나타내기도 한다.
소리 대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 박수는 작품의 제목인 '반짝이는 워터멜론'이 지닌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다.
이 작품에서 수어는 단순히 대사를 전달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마음을 나누도록 돕는 연결고리로 기능한다.
청아와 가까워지기 위해 수어를 익혀가는 이찬의 노력에는 상대를 이해하려는 배려가 담겨 있다. 반면 농인 부모와 청인 세상 사이에서 성장한 은결에게 수어는 가족과 소통하는 일상의 언어이자 자신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이처럼 작품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얼마나 따뜻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상대의 언어를 배우고, 미처 알지 못했던 삶을 들여다보며, 마침내 같은 마음으로 웃을 수 있게 되는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tvN '반짝이는 워터멜론'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제목에 담긴 '반짝임'의 의미로 이어진다.
우리는 흔히 빛나는 인생을 이야기할 때 남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거두거나 특별한 위치에 오른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반짝이는 워터멜론' 속 인물들이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순간은 거창한 성공을 거둔 때가 아니다.
친구들과 호흡을 맞추며 서툰 연주를 이어가던 날, 좋아하는 사람의 작은 행동 하나에 온종일 설레던 날, 사소한 다툼 끝에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던 날이야말로 이들의 인생을 반짝이게 만든다.
그 시절에는 미처 알지 못했을 평범한 하루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청춘의 가치는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순간에 얼마나 진심이었느냐에 있다는 메시지가 작품 전반에 흐른다.
그렇기에 극 중 등장하는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라는 말은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완벽하지 않아도, 때로는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축복받을 가치가 있다는 응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방송이 끝난 지 3년이 흘렀지만 '반짝이는 워터멜론'이 전하는 위로는 여전히 유효하다. 누구에게나 있었을 찬란한 한때를 추억하게 하고,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이들의 내일을 응원한다.
사진=tvN '반짝이는 워터멜론', 유튜브 'tvN D ENT'
이유림 기자 reason1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