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1 20:00
자유주제

해동전설(海東傳說)2(2) 좀더 강한훈련

기사입력 2004.10.16 18:43 / 기사수정 2004.10.16 18:43

김종수 기자


조수철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농구공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원래가 무뚝뚝한 성격으로 농구이외에는 다른 쪽에 별로 관심이 없는 그였다. 이에 반해 정차룡은 상기된 얼굴로 연신 소년들 틈에 둘러 쌓여 있는 임희정을 곁눈질로 힐끔거리고 있었다.

기실 정차룡은 누구보다도 임희정을 좋아하고 있었다. 삼 년 전쯤 임희정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정차룡의 마음속에 임희정은 큰 존재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농구에서의 열등의식은 성격까지도 소심하게 만들었고 그런 결과 다른 소년들처럼 쉽게 임희정에게 말을 붙이고 그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더욱이 장소가 농구를 연습하는 이런 연무장이라면 더더욱 그러하였다.

“야! 너희들, 아는 체 좀 하고 살자.”

조수철과 정차룡을 향해 다가오며 임희정이 볼멘 음성을 내뱉었다.

“으응…오…오랜만이다.”

머리를 긁적거리며 정차룡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진정하려고 해도 가슴은 쿵쾅쿵쾅 방망이질을 치고있었고 얼굴은 어느새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이구, 아이구. 엎드려 절 받기다. 얘.”

임희정과 눈이 마주치자 정차룡은 안절부절하며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할지 몰라했다.

“차룡이 너, 연습 좀 많이 해야겠더라. 너희 아버님께서는 선수시절에 농구를 참 잘하셨다고 들었는데 너는 어떻게 실력이 늘지를 않니?”

임희정으로서는 악의 없는 핀잔일 뿐이었으나 듣는 정차룡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메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정차룡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임희정은 이내 조수철을 향해 다가갔다.

(제…젠장…)

좋아하는 소녀에게까지 이런 소리를 듣자 정차룡은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다.

“에그…병신, 계집 얘한테 까지 저런 소리를 듣고, 잘한다.”

이창헌이 정차룡의 등뒤로 슬그머니 다가와 귓전으로 낮은 음성을 속삭여왔다.

정차룡은 화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아는 체 좀 하자 수철아.

조수철의 어깨를 툭 치며 임희정이 말했다. 살짝 웃음을 배어 문 모습이 사뭇 귀엽기 그지없었다.

“지금은 연습중이야. 방해되니까 저쪽으로 가 줘.”

냉담한 표정으로 조수철이 툭 쏘듯 한마디 내뱉었다.

“뭐…뭐야?”

임희정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연습 중 아니었나요?”

조수철은 임희정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사내에게 다가가 연습을 재개할 것을 재촉했다.

“으응…그래.”

어린아이답지 않은 조수철의 언행에 잠시 주춤하던 사내는 이내 피리를 불어 다시 소년들을 모이게 했다.



뜨거운 햇빛이 쉴새없이 작렬하고있는 변방의 대 사막…

“어서 일어나지 못해!”

모래바닥 위로 넘어져 있는 소년 이상우의 귓전으로 컬컬한 노성(怒聲)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으윽…”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며 이상우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허리가 시큰거리는 것이 금방이라도 다시 주저앉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이제 겨우 열살 난 소년 이상우로서는 자신이 왜 이런 먼 사막까지 와서 농구연습을 해야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또래들보다 운동신경이나 농구감각이 뛰어나다고 온갖 칭찬이란 칭찬은 다 받았던 소년이었다. 때문에 소년은 농구를 무척이나 즐겼고, 농구를 할 때가 가장 행복했었다. 그러나 이것은 아니었다.

‘이 정도로는 멀었다. 좀더 강한 훈련이 필요해.’

난데없는 말과 함께 소년은 부친의 손에 이끌려 육 개월 전 변방의 사막으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계속되는 사막에서의 혹독한 훈련…

‘네가 소화해야 될 자리는 전달수이다. 전달수는 자신뿐 아니라 나머지 네 명의 동료들을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총지휘를 하는 자리이다. 손바닥이 송진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으로 절대 공에서 손이 떨어져서는 안되고 하루종일 뛰어도 지치지 않는 강철같은 체력이 필요하다. 이 사막은 너에게 초인적인 전달수의 경지를 제공해줄 것이다.’

힘들었다. 아니 싫었다.

전에는 그렇게 좋았던 농구였지만 고문에 가까운 훈련방식은 어린 이상우에게 농구를 치가 떨려 생각하기조차 싫은 존재로 만들고 있었다.

“헉헉…”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며 이상우는 다시 모래바닥 위로 풀썩 쓰러졌다. 땀으로 흥건히 젖은 몸 위로 강한 햇볕이 내리쬐자 피부 이곳저곳이 칼에 베인 듯 쓰려왔다.

“엄살 피우지 말고 어서 일어나!”

부친의 호통에 이상우는 다시금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알 수 없는 분노가 마음 한구석에서 울컥 치솟아 올랐다.

“퇘앳!”

모래알 섞인 침을 뱉어내며 이상우는 부친을 노려보았다.

“좋아. 바로 그 자세야. 사내는 말이야. 독기가 있어야 한다고, 그런 자세로 계속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다소 버릇없는 행동이었음에도 오히려 부친은 그런 이상우를 독려하는 것이었다.

‘차라리 하늘이라도 뒤집혀 버렸으면…’

너무나도 훈련이 싫어짐에 이상우는 마음속으로 별의별 생각을 다하였다. 그런 이상우의 마음을 하늘이 알아들었을까?

쿠오오오…

갑자기 사방이 뿌연 황색으로 돌변하는 듯 싶더니 광풍(狂風)에 가까운 모래바람이 거칠게 밀어 닥쳐왔다.

“이…이런…”

혹독한 부친도 이 순간만큼은 당황한 듯 급히 이상우의 손목을 낚아채서는 미리 마련된 천막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모래바람에 대비해 돌과 나무 등으로 단단히 만들어놓은 가죽천막이었다.

모래바람은 사방천지를 집어삼키듯 한참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어…엄마!’

두려움에 질린 어린 이상우는 자신을 낳고 그대로 죽어버린 얼굴도 모르는 엄마를 마음속으로 외쳐 불렀다. 부친은 커다란 몸을 구부려 이상우를 꽉 껴안아주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 녀석, 어서 일어나지 못해!”

부친의 음성이 들려옴에 이상우는 감겼던 눈을 슬그머니 떴다. 어느덧 사막에는 잔잔한 평온이 찾아들고 있었다.

“자! 다시 훈련을 시작해야지.”

모래 묻은 농구공이 다시금 이상우의 품으로 던져지고 있었다.

(망할!)

너무나도 일찍 끝나버린 모래바람이 새삼스레 원망스럽게 느껴지는 이상우였다.

[계속] 



해당삽화가 빠질때는 극중캐릭터와 닮은 이들의 사진으로 공백(?)을 채울까합니다. 이번에 삽화대신 들어간 이 연예인은 앞으로 나오게될 은순빈이라는 여인과 상상했던 외모가 흡사하네요. 이미지야 생각하기 나름이고^^;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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