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올 시즌 너무 잘 던져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해 12월 아시아쿼터 선수로 호주 국가대표 출신의 제리드 데일을 영입했다. 주전 유격수였던 박찬호(두산 베어스)가 지난해 11월 FA(자유계약)로 떠난 만큼 데일의 영입으로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데일은 정규시즌 34경기에서 117타수 30안타 타율 0.256, 1홈런, 6타점, 출루율 0.328, 장타율 0.316에 그치며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지난 5월 26일 KIA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으며 KBO리그를 떠났다.
KIA는 이틀 뒤 데일의 대체 아시아쿼터 선수로 시라카와 케이쇼를 영입했다. 계약 내용은 계약금 2만 달러, 연봉 4만 달러, 옵션 4만 달러 등 총액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였다.
KIA는 시라카와가 2024년 KBO리그를 경험한 점, 또 위력적인 구위와 다양한 변화구를 갖춘 점을 주목했다. 당시 구단 관계자는 "이미 한 차례 KBO리그를 경험했기 때문에 중도에 합류하더라도 리그 적응이 빠를 것이라는 점도 장점"이라며 "선발과 중간을 가리지 않고 활용도가 높아 팀 마운드 구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KIA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시라카와는 KIA에 합류한 뒤 18경기에서 83⅓이닝 4승 5패 평균자책점 4.75의 성적을 나타냈다. 성적만 놓고 보면 분명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한 점은 KIA 입장에서 큰 소득이었다. 시즌 도중 합류했음에도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지면서 팀의 마운드 운영에 힘을 보탰다.
물론 매 경기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인 건 아니었다. 특히 경기 초반 순항하다가도 투구 수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이 종종 나타났다.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을 펼치던 KIA로서는 시라카와의 투구 내용을 더욱 신중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시라카와는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10일 광주 SSG 랜더스전에서도 4이닝 3실점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시라카와가 3회초 박성한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허용한 뒤에는 이범호 KIA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기도 했다. 어렵게 점수를 뽑아낸 타선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선발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11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범호 감독은 "우리가 어렵게 2점을 냈는데, 네가 너무 쉽게 2점을 줘버리면 야수들이 또 따라가야 하는 입장이 되니까 더 집중해서 던져야 한다고 했다"며 "우리가 한 점을 내주면 두 점을 뽑아야 이길 수 있고, 세 점을 내주면 네 점을 뽑아야 이길 수 있다. 그러니까 최소한의 실점으로 막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이어 "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 한가운데 공을 던져서 9번타자에게 안타를 맞고, 다시 상위타선으로 넘어가 홈런까지 쉽게 맞아버리면 우리 타자들이 또 점수를 내야 한다"며 "그러면 타자들이 급해질 수 있고, 이기기 어려워질 것 같아서 마운드에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사령탑의 마운드 방문에는 야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도 담겨 있었다. 이범호 감독은 "야수들도 힘을 내라는 의미가 있었다"며 "어렵게 점수를 냈는데 너무 쉽게 내주면 야수들도 힘들어지니까 더 집중해서 던지라고 이야기하고 내려왔다"고 얘기했다.
그렇다고 시라카와의 활약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사령탑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을 마친 시라카와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범호 감독은 "오늘 야구장에 나와서 따로 불러 이야기했다. 올 시즌 너무 잘 던져줘서 고맙다고 했다. 아직 남은 경기가 있고, 앞으로 목표로 삼아야 할 것도 있다"며 "'너는 우리 팀 3선발이기 때문에 대충 던지면 안 되고, 팬들이나 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던져야 한다'고 전달했다. 지금 엔트리에서는 빠졌지만 포스트시즌을 위해 몸을 잘 만들고 준비해 달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다만 시라카와가 포스트시즌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이범호 감독은 "최근 몇 경기에서는 내가 조금 빨리 교체한 경향이 있다. 항상 4회까지 잘 던지다가 5회에 힘들어지는 상황이 있었다"며 "특히 투구 수가 60~80개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대량 실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진단했다.
또 이범호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그런 모습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조금 빨리 차단하면 시라카와가 등판했을 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80~90구 사이에서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것 같으면 조금 일찍 교체했다"고 말했다.
사령탑은 시라카와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범호 감독은 "앞으로 그 부분에 변화가 생긴다면 5이닝 이상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선발투수가 될 수 있다"며 "80구 이후부터 힘들어진다면 그런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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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