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리오넬 메시는 마지막까지도 '축구의 신'다웠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치른 마지막 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22년 넘게 이어진 대표팀 생활의 마지막 장면에서 직접 세 골에 모두 관여하며, 자신을 향한 팬들의 뜨거운 작별 인사에 최고의 경기력으로 화답했다.
메시는 7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에스타디오 모누멘탈에서 열린 베냉과의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해 90분을 모두 소화해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는 지난 8월 아르헨티나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메시의 공식적인 고별전이었다.
2005년 대표팀 데뷔 이후 21년 넘게 이어진 국제무대 여정을 마무리하는 자리였고,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는 한 시대의 끝을 함께 지켜보는 순간이었다.
영국 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이날 경기장은 곳곳에 메시를 위한 헌정이 담겨있었다.
경기 전 메시를 위한 거대한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이 펼쳐졌고, 그의 상징인 등번호 10번 아래에는 이름 대신 '그라시아스(Gracias·고맙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팬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메시를 기다렸다. 수천 명의 팬들이 메시가 대표팀 마지막 경기를 위해 경기장으로 향하는 버스의 이동 경로를 따라 거리로 나왔고, 휴대전화로 마지막 모습을 담으려 했다.
메시가 버스 안에서 팬들의 환대에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경기장 안의 분위기는 더욱 뜨거웠다.
경기 시작 전부터 드론쇼와 불꽃놀이가 펼쳐졌고, 메시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에서는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함성이 이어졌다.
특히 전반 10분에는 메시의 등번호 10번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경기가 잠시 중단됐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메시에게 박수를 보냈다. 불꽃놀이까지 더해지면서 사실상 경기 자체가 메시를 위한 헌사로 변했다.
베냉 선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은 메시에게 다가가 포옹하고 악수를 나누며 마지막 대표팀 경기를 치르는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메시는 이날 경기에서도 경기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후반 3분 메시가 올린 코너킥을 오타멘디가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아르헨티나가 앞서갔다. 메시의 마지막 A매치에서 나온 첫 번째 공격포인트였다.
후반 16분에는 메시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니코 파스에게 패스를 건넸고, 파스가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메시의 두 번째 도움이 기록됐다.
그리고 후반 26분 마지막을 장식할 순간이 찾아왔다. 아르헨티나가 얻어낸 페널티킥의 키커로 메시가 나섰고, 왼발 슈팅을 골문 상단으로 정확하게 꽂았다. 자신의 A매치 마지막 경기에서 직접 득점까지 기록하면서 아르헨티나가 터뜨린 세 골에 모두 관여했다.
이로써 메시는 이날 208번째이자 마지막 A매치에서 126번째 대표팀 득점을 기록했다.
경기 종료를 앞두고 경기장 분위기는 다시 한번 뜨거워졌다.
약 8만5000명이 들어찬 모누멘탈은 메시를 향한 마지막 인사를 준비했다. 경기 후에는 레이저 조명과 음악, 각종 헌정 행사가 이어졌고, 메시가 마이크를 잡고 약 10분 동안 팬들에게 직접 작별 인사를 전했다.
그 순간 메시 역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던 메시는 경기 후 팬들 앞에서 "오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렵다. 정말 많은 감정이 있고,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메시는 이날 아버지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함께, 대표팀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맞은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분명히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아버지다. 작별 편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다"며 마음을 전했다.
이어 20년 넘게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던 시간을 돌아봤다.
그는 "더 이상 이 곳에 오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큰 고통이 될 것이다"라며 대표팀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메시는 "이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이 시간에 대해 동료들에게 감사하고 싶다"며 "이들은 내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것을 이루게 해줬다.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것, 코파 아메리카와 피날리시마에서 우승하는 것이었다"며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팬들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운이 좋게도 나라 전체를 돌아다녔고, 모든 곳에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큰 사랑을 받았다"며 "경험할 수 있었던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이제 반대편에서 여러분과 함께 이 선수들을, 그리고 앞으로 올 선수들을 응원하겠다"며 "항상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아르헨티나인으로 태어나게 해준 신께 감사드린다"며 "사랑한다"고 작별 인사를 마쳤다.
한편, 메시의 대표팀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05년 8월 17일 헝가리와의 친선경기에서 교체 출전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메시는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 상대 수비수에게 팔꿈치를 휘둘렀다는 판정을 받아 퇴장당했다. 그러나 이 강렬했던 첫 장면은 이후 이어질 21년 넘는 대표팀 역사의 시작에 불과했다.
메시는 2016년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패한 뒤 한 차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비롯한 팬들의 간곡한 만류 속에 대표팀으로 돌아왔다.
이후 그는 결국 가장 원했던 우승을 차례로 손에 넣었다.
2021년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시작으로 2022년 피날리시마, 그리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2024년에는 다시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스페인과의 결승에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사진=아르헨티나축구협회 / 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