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이우진 기자) 한때 LG 트윈스의 마운드를 책임졌던 '잠실 예수' 케이시 켈리가 추억이 가득한 잠실야구장으로 돌아와 사실상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는 지도자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한 켈리는 언젠가 코치로 다시 LG 유니폼을 입는다면 "꿈을 이룬 것 같은 기분일 것"이라며 여전한 애정을 드러냈다.
켈리는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KIA 타이거즈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팀 간 14차전을 앞두고 시구자로 그라운드를 찾았다.
켈리가 LG의 홈구장인 잠실야구장을 찾은 것은 2024년 팀을 떠난 뒤 약 2년 만이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켈리는 "한국에 2년여 만에 왔는데 떠나지 않고 그냥 계속 있었던 것 같다. 집처럼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며 "무엇보다 잠실야구장에서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고 팀을 응원했던 기억들이 있어서 굉장히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잠실에 도착한 순간부터 켈리 가족에게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켈리는 "야구장에 도착하자마자 아내가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안 울어야 되는데'라고 얘기했다"며 "그러면서 이곳에 처음 왔을 때의 감정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고 돌아봤다.
이어 "특히 서울이라는 도시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굉장히 크다. 그런 부분도 다시 느낄 수 있었고, 이곳에 다시 올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켈리와 LG의 인연은 단순히 잠시 한국을 거쳐 간 외국인 선수와 한 구단의 관계로 설명하기 어렵다.
2019년 LG 유니폼을 입으며 KBO리그에 입성한 켈리는 2024년까지 6시즌 동안 한 팀에서만 뛰었다. 정규시즌 통산 163경기에 등판해 989⅓이닝을 소화하며 73승46패, 평균자책점 3.25, 753탈삼진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LG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장면은 2023년이었다.
당시 정규시즌 10승7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한 켈리는 한국시리즈에서도 마운드를 지켰다. 특히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되면서 LG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2024시즌 도중 LG와 동행을 마무리할 때까지 켈리는 당시 KBO리그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한 팀에서 활약한 선수이자 LG 구단 역사상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그리고 약 2년이 흘러 다시 잠실을 찾은 켈리는 이날 자신의 현역 생활이 사실상 끝났다는 사실도 직접 밝혔다.
아직 공식적인 은퇴 선언을 하지 않은 만큼 현역 연장 가능성이 있는지 묻자 켈리는 "글쎄요. 이제 야구선수로서 은퇴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대신 유니폼을 완전히 벗은 것은 아니다.
켈리는 "지금은 신시내티 레즈에서 인턴 코치로 활동하면서 교육리그에서 선수들을 봐주고 있다. 앞으로는 코치로 커리어를 이어나갈 계획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도자로 변신한 켈리가 언젠가 다시 LG 유니폼을 입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까.
켈리는 그 가능성을 반겼다.
그는 "그럴 기회가 생기면 굉장히 기분이 좋을 것 같다"며 "선수로 뛰고 코치도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자녀들의 나이가 어떻게 될지 그런 부분도 고려해야겠지만 그렇게 하게 된다면 정말 꿈을 이룬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켈리의 이번 방문이 더욱 특별한 이유도 있다.
수많은 추억을 함께한 현재의 잠실야구장이 올해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스포츠·MICE 복합단지로 재편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존 야구장을 대신해 약 3만석 규모의 돔구장을 포함한 새로운 시설을 2032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켈리 역시 자신이 6년 동안 홈으로 사용했던 잠실야구장과의 이별을 앞두고 복잡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잠실야구장은 워낙 역사가 깊은 야구장이다. 무엇보다 이 야구장이 LG 트윈스의 홈구장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경기하면서 좋은 기억이 많다"며 "이 야구장이 올해를 끝으로 없어진다는 소식을 들으니 한편으로는 슬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시대를 맞을 친정팀을 향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켈리는 "새로운 야구장을 갖게 되는 것은 LG 트윈스 구단 입장에서는 새로운 출발을 하는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며 "이제는 LG 트윈스도 좋은 야구장을 가질 때가 됐고, 그럴 만한 자격이 충분한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녕이라고 말하기는 참 힘들다. 그래도 구단 입장에서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외국인 투수로 처음 잠실 마운드를 밟았던 켈리는 어느덧 LG의 우승 역사와 함께 기억되는 선수가 됐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준비하는 지금도 서울과 LG는 켈리와 그의 가족에게 특별한 곳으로 남아 있었다.
켈리는 마지막으로 "수년간 저와 저희 가족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 그런 팬 여러분의 응원을 받다 보니 저희도 그냥 서울 사람 같기도 하고, LG 트윈스의 식구 같은 느낌이 든다"며 오랜 시간 자신과 가족을 응원했던 LG 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선수 켈리의 시간은 끝났지만 LG와의 인연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2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켈리는 잠실과 작별을 준비하면서, 언젠가 지도자로 다시 LG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새로운 꿈도 함께 남겼다.
사진=잠실, 이우진 기자 / 엑스포츠뉴스DB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