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이우진 기자)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3위 추격의 불씨를 활활 지핀 김선빈의 절묘한 스퀴즈 번트에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승부처에서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작전이었지만, 타석에 서 있던 선수가 김선빈이었기에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질 수 있었다.
KIA는 4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LG 트윈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팀 간 14차전을 치르는 중이다.
KIA는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시리즈 첫 경기에서 LG를 5-4로 꺾었다. 3연패를 끊은 KIA는 시즌 73승61패2무(승률 0.545)를 기록하면서 6연패에 빠진 3위 LG(75승61패1무·승률 0.551)를 1경기 차까지 추격했다.
승부를 가른 장면은 4-4로 팽팽하게 맞선 9회초에 나왔다.
KIA는 선두타자 김도영이 LG 마무리 손주영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 나간 뒤 1사 후 나온 나성범의 안타로 1사 1, 3루를 만들었다. 타석에는 김선빈이 들어섰다.
KIA 벤치는 여기서 과감한 작전을 꺼냈다. 김선빈이 1루 방면으로 기습적인 스퀴즈 번트를 댔고, 3루주자 김도영이 홈을 파고들어 5-4를 만들었다. LG 1루수 이영빈이 타구를 잡아 김선빈을 아웃시켰지만 KIA가 원했던 결승점은 이미 들어온 뒤였다.
경기 후에는 이영빈이 타구를 잡지 않고 기다렸다면 파울이 됐을 수도 있다는 시선도 나왔다. 하지만 이 감독의 판단은 달랐다.
4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 감독은 "안 나갔을 것 같다. 덕아웃에서 봤는데 바운드가 맞고 나가는 게 아니라 잔디 쪽으로 튀었다. 회전이 반대쪽으로 들어갔다"며 파울이 되지 않았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이 감독이 스퀴즈라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선빈의 번트 능력을 향한 확신이 있었다.
이 감독은 "원래 푸시 번트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대는 선수다. 젊을 때는 그걸로 안타도 많이 만들었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몇 경기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한 번 있었다. 그때도 한번 할까 하다가 안 했는데 그게 머릿속에 갑자기 떠올라서 작전을 냈다"며 "선빈이가 아니었으면 안 냈다. 선빈이었으니까 한번 도전해봤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김선빈이 일반적인 번트 동작처럼 배트를 짧게 잡지 않았다는 점이다. 타격을 하는 것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준비한 뒤 마지막 순간 번트로 전환하면서 LG 내야진의 허를 찔렀다.
이 감독은 "최대한 표시를 안 내기 위해 그대로 치는 것처럼 하다 보니까 방망이를 좀 더 못 간 것 같다"며 "조금 더 강하게라도 대면 세이프가 될 수 있으니까 2루 쪽으로라도 강하게 대려고 했는데 약간 빗맞은 것 같다. 그게 어제의 운"이라고 미소지었다.
김선빈처럼 타격 능력이 뛰어난 선수에게 번트를 지시하는 만큼 이 감독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안타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은 타자에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내주는 작전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워낙 방망이에 공도 잘 맞히고 공도 잘 보는 선수라 그런 상황이 되면 조금 고민스럽기는 하다"며 "거기서 선빈이가 안타를 쳐주고 다음 타자가 번트를 대면 대량 득점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그런 걸 많이 해봤으니까 자신도 있을 것"이라며 "어제 분위기가 잘 조성돼서 잘해준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결국 이 감독의 과감한 선택과 김선빈의 작전 수행 능력이 맞아떨어지면서 KIA는 가장 필요했던 한 점을 얻었다. KIA는 9회말 전상현이 1사 3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기면서 김선빈이 만들어낸 한 점을 끝까지 지켜냈다.
이 감독은 "마지막에 그래도 어떻게 한 점을 딱 내면서 다행히 첫 게임을 잡았다"며 "오늘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조금 더 편하게 하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전날 극적인 승리로 3위 LG를 1경기 차까지 압박한 KIA는 이날 다시 승리하면 단독 3위로 올라선다. 시즌 막판 순위 싸움의 분수령에서 '김선빈이었기에' 꺼낼 수 있었던 이 감독의 승부수가 KIA에 귀중한 1승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줄지 주목된다.
한편, 이날 경기는 LG가 오스틴의 선제 투런포에 힘입어 2회초 현재 2-0으로 앞서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 엑스포츠뉴스DB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