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일본 오카자키, 유준상 기자) "어떻게 보면 선수들로선 영양제를 맞았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한국 선수단의 국제종합대회 대표 효자 종목을 꼽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종목은 역시 양궁이다.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 양궁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양궁이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78 방콕 대회를 제외하면 1982 뉴델리 대회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줄곧 아시안게임 양궁 최다 금메달을 기록했다.
최근 흐름에는 변화가 생겼다. 한국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에서 인도에 양궁 종합 1위를 내줬다. 다만 당시 인도가 컴파운드에서만 금메달 5개를 휩쓴 반면 한국은 리커브에 걸린 금메달 5개 중 4개를 차지했다. 한국 양궁의 핵심인 리커브에서만큼은 여전히 확실한 우위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한국은 지난달 26일부터 3일까지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로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남겼다. 특히 한국이 강세를 보여온 리커브에서 단 2개의 금메달을 얻는 데 그쳤다.
이번 대회 양궁 종합 1위는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또 인도였다. 인도는 컴파운드에서 금메달 3개, 리커브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내며 특정 종목에 치우치지 않은 경쟁력을 보여줬다. 은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더해 총 9개의 메달을 수확하면서 2개 대회 연속 양궁 종합 1위를 차지했다. 한국도 총 9개의 메달을 획득했지만 금메달 수에서는 인도에 밀렸다.
일부 매체에선 이번 대회 앞두고 한국이 리커브는 물론 컴파운드까지 10개 전종목 싹쓸이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선수들은 이번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번 대회에서 2관왕에 오른 이우석(코오롱)은 "(인도나 다른 팀들이) 잘하는 건 맞다"면서도 "지금까지 모든 대회를 치르면서 단 한순간도 쉽게 올라간 적이 없다. 남자, 여자 선수들 모두 힘겹게 올라가서 금메달을 땄다. 이번에 못했다기보다는 그냥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에 다시 붙는다면 이길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준비한 것에 비해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아픔이 있을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지만 이런 아픔이 있어야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선수들로선 영양제를 맞았다고 표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예진(광주은행) 역시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인도 선수들의 실력이 크게 향상된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오예진은 "우리도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며 힘줘 말했다.
선수들의 자신감은 여전하다. 한국 양궁이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증명해온 저력 역시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 아니다. 다만 이번 결과를 단순히 '운이 없었던 대회'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이 2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쟁국들의 성장세는 이제 컴파운드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이 오랫동안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해온 리커브에서도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대회가 다시 확인시켰다.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문제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하나씩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아픔이 진짜 '영양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아픔이 있어야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2년 뒤 LA에서 다시 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달라져야 한다.
사진=일본 오카자키, 박지영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