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도 여자 52kg급 국가대표 장세윤(25·KH필룩스)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사진 박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일본 나고야, 김지수 기자) "스스로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유도 여자 52kg급 국가대표 장세윤(25·KH필룩스)의 커리어는 2026년 9월 30일을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전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대한민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첫 메달을 책임지면서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 채비를 마쳤다.
장세윤은 이날 오전 일본 나고야의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의 사브라 코조메르디예바를 단 16초 만에 꺾고 손쉽게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도 중국의 쉬 아오위를 상대로 한판승을 따내면서 준결승까지 순항했다.
준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세계랭킹 10위로 유도 종주국인 일본 대표 후지시로 고코로였다. 후지시로는 이전까지 장세윤에게 3전 전패를 안겨줬던 '천적'이었지만, 장세윤은 두렵지 않았다. 대회 전 철저한 분석과 대비로 설욕을 노렸고, 마침내 후지시로를 넘어섰다.

유도 여자 52kg급 국가대표 장세윤(25·KH필룩스)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사진 박지영 기자
장세윤은 "고코로에게 졌을 때마다 굳히기 자세였다. 그래서 유리한 포지션을 안 주려고 연구를 많이 했고, 그 기술을 많이 허용하지 않아 이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장세윤은 기세를 몰아 금메달까지 노렸다. 결승에서 맞붙은 우즈베키스탄의 시타 카담보에바는 통산 전적에서 3전 전승으로 우위였다. 그러나 카담보에바 역시 자신의 천적인 장세윤을 극복하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나왔다.
결국 혈투 끝에 장세윤은 지도 세 차례를 받아 반칙패를 당했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 출전에서 목표로 했던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유도 여자 52kg급 국가대표 장세윤(25·KH필룩스)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사진 박지영 기자
장세윤은 "결승에서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 선수(카담보에바)가 국제대회에서 메달도 많이 따고, 근력이 좋은데 힘이 너무 세서 내가 하려고 했던 부분이 잘 안 먹혔다"며 "내가 더 연구해서 왔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어 눈물을 참으면서 "이렇게 말하기는 그렇지만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중에 진 사람만 은메달을 가져간다. 동메달보다 한 단계 위지만, 진 사람이 받는 거여서 기분이 많이 좋지는 않다"며 "대표팀 생활을 한 게 4~5년 정도 됐다. 이제 경험이 없지 않은 만큼 다른 국제대회에서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 유도는 이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남녀대표팀을 합쳐 최소 3개 이상의 금메달 획득을 겨냥했다. 다만 금메달리스트 후보로 장세윤의 이름은 대회 시작 전까지 거론되지 않았다.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었고 다른 주요 국제대회 입상 경력이 화려한 편은 아니었던 탓이다. 대회 시작 전 진천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진행된 미디어데이에서도 거의 질문을 받지 못했다.

유도 여자 52kg급 국가대표 장세윤(25·KH필룩스)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사진 박지영 기자
하지만 장세윤이 없었더라면 한국 유도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종목 시작 첫날 노메달에 그칠 뻔했다.
2년 후 2028 LA 올림픽은 물론 향후 한국 여자 유도를 이끌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을 발견한 건 분명 큰 수확이다.
장세윤도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을 때 솔직히 속상하긴 했다. 나는 올림픽도 나가본 적이 없고, 아시안게임도 첫 출전이다. 그동안 미디어에 노출된 적이 없어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나도 아시안게임, 올림픽처럼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좋은 성적을 내서 (미디어 데이 같은 행사 때) 질문을 받는 선수가 되자고 마음먹었다"고 돌아봤다.
또 "나는 내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자신이 나를 못 믿으면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아프게 이 자리까지 올라왔는지 내가 잘 알지 않나. 그래서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뛰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도 여자 52kg급 국가대표 장세윤(25·KH필룩스)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사진 박지영 기자
사진=일본 나고야, 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