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국제공항, 김근한 기자) "애들 볼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미안함 때문에 그냥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습니다.“
두산 베어스 투수이자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에이스 곽빈이 3년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 공 한 개도 던지지 못하고 금메달을 받아야 했던 마음의 빚을 훌훌 털어내고 돌아왔다. 이번에는 한국 야구대표팀 마운드 에이스의 역할을 온전히 해내며 커리어 두 번째 금메달을 직접 두 손으로 쟁취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3-1로 꺾고 5회 연속 금메달을 달성했다. 곽빈은 이날 선발로 나서 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의 역투로 금메달의 발판을 마련했다.
28일 귀국 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곽빈은 7회 동점을 내준 채 마운드를 내려온 것에 대한 아쉬움부터 드러냈다. 그는 "7회에 올라가서 충분히 삼자범퇴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100개가 넘어가니까 미스 나는 공들이 조금씩 생기면서 그 공이 어깨 안타를 맞은 것 같아서 실점을 줬다. 1구 1구 정말 간절하게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7회까지 제가 끊고 싶었고 8회 9회를 병현이랑 영현이한테 편하게 맡기고 싶었는데 그게 좀 안 된 것 같아서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7회 동점을 내준 뒤 조병현이 1사 1, 2루에서 연속 삼진으로 추가 실점을 막아준 것에 대해서는 "위기를 깔고 내려온 게 시즌 때도 정말 싫어하는 내 스타일인데 병현이가 정말 잘 막아줘서 기쁘게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전날 한일전 결승 등판을 마친 뒤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 장면에 대해서는 눈물을 흘린 게 아니라는 해명도 했다. 곽빈은 "눈물은 안 흘렸다. 그냥 애들 볼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미안함 때문에 그냥 딱 고개 숙이고 들어갔다"고 밝혔다.
3년 전 마음의 빚을 갚았다는 소감도 전했다. 곽빈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에 참가했지만 대회 시작 직후 담 증세로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금메달을 받아야 했다.
그는 "전에도 금메달을 땄지만 그때는 내가 한 게 너무 아예 없어서 금메달을 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다시 기회가 온 만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던진 것 같아서 금메달 따서 다행"이라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대표팀 1선발 역할에 대해서도 소감을 밝혔다. 곽빈은 "정말 부담이 많이 되는 자리다. 근데 이 부담감도 어떻게 보면 나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으로 임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대만전 6이닝 무실점에 이어 결승 6⅓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 25일 슈퍼라운드에서 0-5로 패했던 일본을 결승에서 다시 만난 소감과 일본 사회인리그 야구 선수들의 수준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곽빈은 "국제대회이고 일본 선수들은 나를 모르는데도 대처 능력이 정말 좋았다. 절대 쉽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고 빠른 공에 대처하는 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팬들이 붙여준 '곽빈 열사'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짧게 웃음 지었다. 많은 투구수로 인한 혹사 논란에 대한 질문에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대표팀에 뽑힐 수도 안 뽑힐 수도 있는데 뽑히면 태극마크를 단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떤 핑계를 대지 않고 무조건 결과를 내야 된다는 게 프로이기 때문에 뽑힌 만큼 최선을 다해서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남은 KBO리그 정규시즌 복귀 등판 일정에 대해서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감독님께서 스케줄을 짜주시는 대로 몸 상태에 이상만 없으면 따르겠다"며 팀에 모든 걸 맡겼다.
3년 전 항저우에서 담 증세로 한 이닝도 던지지 못하고 받아들었던 금메달. 이번 나고야에서는 111구를 던지며 온 힘을 다 쏟아낸 끝에 받아 든 금메달이었다. 곽빈의 두 번째 금메달은 그래서 더 빛난다.
사진=연합뉴스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