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경기복에 대한 온갖 험담에도 꿋꿋하게 비치발리볼 외길을 걸어 2026 아이치·나고야 하계아시안게임 16강에 진출한 신지은-김정아 조가 토너먼트 첫 판에서 디펜딩 챔피언을 만나는 초대형 악재에 휩싸였다.
신지은-김정아 조는 27일 대회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비치발리볼 여자 16강 조 편성에서 중국의 샤신이-옌쉬 조와 묶였다.
둘은 28일 오후 3시 일본 아이치현 헤키난 료쿠치 비치 코트에서 아시아 최강팀을 상대로 8강 진출을 노린다.
현 세계랭킹 17위 샤신이-옌쉬 조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팀으로, 당시 8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예선에서 베트남과 마카오 조를 2-0으로 완파하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신지은은 이미 샤신이-옌쉬 조와 아시안게임에서 격돌한 적이 있다.
당시 신지은은 김세연과 팀을 이뤄 조별리그에서 샤신이-옌쉬 조를 만났는데 세트스코어 0-2(8-21 5-21)로 완패했다. 두 세트 모두 10점을 넘기지 못했다.
신지은-김정아 조는 이번 대회 비치발리볼 남여부에 출전한 한국 4개 조 가운데 유일하게 16강에 올랐다.
두 선수는 D조에서 1승1패를 거뒀다. 지난 20일 첫 경기에서는 태국의 타라와디 나라폰라팟-워라피라차야콘 콩폽사루타와디 조에 0-2(8-21 8-21)로 졌지만, 22일 말레이시아의 고유헹-레이첼 유지에 조를 상대로 짜릿한 반전을 만들어냈다.
첫 세트를 듀스 끝에 내준 신지은-김정아는 두 번째 세트에서 반격에 성공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마지막 세트에선 16-16까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접전을 벌였고, 마지막 두 차례 랠리를 모두 잡아내며 세트스코어 2-1(21-23 21-15 18-16) 역전승을 완성했다.
신지은에게는 더욱 특별한 승리였다.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실제론 2023년에 개최)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그는 두 번째 아시안게임 도전에서 마침내 자신의 첫 승을 신고했다.
하지만 우승 후보인 중국 혹은 일본 조 피하기를 원했던 것과 달리 금메달 후보 1순위와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하게 됐다.
신지은-김정아 조는 최근 신지은의 인생 스토리와 그의 방송 발언이 조명되면서 이번 대회 많은 시선을 받고 있다.
신지은의 선수 인생은 원래 모래 위가 아닌 실내 코트에서 시작됐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V리그 입성을 준비하던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를 바꿔 비치발리볼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비치발리볼 선수로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훈련을 계속하고 해외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비용을 직접 마련해야 했던 신지은은 선수 생활과 일을 병행했다. 햄버거 가게와 스키장 등에서 일했고 스포츠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파트너도 자주 바뀌었다. 두 명이 한 조를 이루는 종목에서 함께 뛸 선수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신지은은 선수 생활 8년 동안 무려 9차례 파트너 교체를 경험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할 당시에도 대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함께 뛸 선수가 바뀌었다. 결국 승리 없이 대회를 마친 뒤에는 선수 생활을 계속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련은 경기장 밖에서 찾아왔다. 비치발리볼 특유의 비키니 형태 경기복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이 신지은에게 도를 넘은 악성 댓글을 남긴 것이다.
신지은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출연한 방송에서 비키니가 의무 복장이 아니라 선수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은 비키니 경기복을 비치발리볼의 전통이자 멋이라고 생각해 착용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일부 누리꾼으로부터 "노출병에 걸렸냐", "술집 여자 같다"는 등의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신지은은 경제적 어려움과 잦은 파트너 교체, 경기복을 둘러싼 악성 댓글에도 선수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최근엔 자신에 대한 경기 영상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인지도도 높아졌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3만명에 육박할 정도다. 후원사도 생겼다.
신지은-김정아가 이번 대회 우승 후보를 맞아 두려움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사진=SNS / 방송화면 캡처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